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돈을 받으면 뇌물수수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돈을 받은 이유가 자신의 직무와 무관하다면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
전남 도청에 근무하는 국장급 공무원이 강원도 도시에서 시행하는 ‘도시형 폐기물 종합처리시설 건설 사업’의 기본설계 적격심의 및 평가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업체로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공무원이 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뇌물죄가 성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당시 평가위원으로서 참여하였다가 돈을 받은 국립대학교 교수 2명, 경기도청 공무원 1명, 전남도청 공무원 1명은 뇌물수수가 아닌 배임수재로 기소되어 처벌받았다.
국가 기관의 책임연구원이 돈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차세대 초전도 응용기술 개발 사업’의 사업단장으로서 연구비 지원에 대한 사례 명목이었다. 국가 기관의 책임연구원의 지위를 보유하면서 별도 사업의 사업단장에 임명된 경우 그 사업단은 별도의 기관이고 사업단은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수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례가 있고, 국립대학교 부설 연구소가 해양수산부로부터 어업 손실액 조사기관으로 지정된 경우 그 부설연구소에서 행하는 조사용역 업무는 대학교수로서의 직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례도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공무원이다. 그런데 서울대학교병원 의사는 교수가 아니다. 따라서 서울대 의대교수라 하더라도 병원의 의사로서 구치소로 왕진을 나가 진료하고 진단서를 작성해 주는 것은 의사로서의 진료 업무이지 서울대 의대 교수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돈을 받더라도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례도 같은 이유이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원금과 이자를 갚은 경우에는 어떨까? 아는 분이 공무원들에게 돈을 빌려주더라도 근거를 확실하게 남기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통장으로 송금하고 원금과 이자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돈을 빌린 사람이 사업과 관련 있는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면 뇌물죄가 된다. 담보도 없이 돈을 빌린 것 자체가 금융 상의 혜택이기 때문이다. 뇌물로 받은 돈은 국가에서 몰수하거나 추징하도록 되어 있지만 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한 경우에는 수수한 이익을 금전으로 계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몰수나 추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