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정치권의 복지 담론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 6월의 지방선거는 한국의 정치권이 복지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논쟁을 걸었다가 치사한 졸부로 낙인찍혀 본전도 못 찾은 정부 여당은 저출산 대책을 세운다고 중산층에게도 보육비를 지원한다, 영세민 자녀들이 많은 전문계 고교부터 무상화한다, 공정 사회를 실현한다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며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무상 급식이라는 간단명료한 공약으로 대박을 터뜨린 민주당은 내친 김에 정권도 탈환한다고 복지를 내세우며 좌선회하기 시작했다. 진보 정당들은 졸지에 대표 브랜드를 잃어버리고 속만 앓고 있다. 어쨌든 보수 정당들이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소모전에서 벗어나 복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부족하고 허전해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들의 감각이다.
우선 재원 문제가 있다. 아직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상태에 있지만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세출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도 집 값 잡으려면 강남에 세금 폭탄을 투하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다 쓴 맛을 보았듯이 세금 올린다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한나라당이 부자 감세 정책을 번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민주당이 진보 세력의 정책인 부유세를 당론으로 채택하려면 이념적 정체성을 둘러 싼 내부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세출 구조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방비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교육비는 증액해야 한다. 야권에서는 4대강 등 낭비성 토목사업을 줄이자고 한다. 그러나 인기가 생명인 정치인 가운데 자기 지역구에 투입될 예산을 줄이는데 찬성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영산강 유역의 민주당 지자체 수장들이 4대강 사업을 부분적으로 찬성해 자중지란이 벌어진 선례가 있다. 쌀의 과잉 재고가 문제이고 놀고 있는 산업단지가 수두룩하지만 민주당은 무작정 돈만 들어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을 폭발시킬까봐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이권 정치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여의도에서는 아직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다. 여야 정치권에 자기 희생을 감수하고 고정 지지층과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통이 큰 정치인이 과연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은 다른 사회 정책과 연결되어야 실효가 있다. 보육비 지급 대상을 확대해도 사교육비 문제를 방치하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작년에 집권한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이 아동수당을 증액하고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엉뚱하게도 사교육 업계가 매출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환호성을 올렸던 선례가 있다. 한국의 부모들도 자녀에게 헌신적으로 올인하고 있다. 교육 정책을 혁신해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면 실질적으로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효과가 난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구상과 능력이 사실상 없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의 지위가 학력을 통해 대물림되는 현실이 고착화 되면 공정 사회도 이루어질 수 없고 사회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므로 복지 비용은 더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서 직업 안정성이 높아지면 구호적 성격의 복지 수요는 줄어든다는 간단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또한 가장 시급한 저출산 대책의 하나인 여성의 취업과 결혼 생활의 양립이나, 생산 현장 기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의 확보,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능력의 개발, 등을 추진하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권에는 먼저 양호한 취업 기회를 늘리는 방향으로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 담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원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주장의 배경이 되는 종합적 사회 구상이 선명하지 않으므로 설득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그리는 유토피아를 정직하게 제시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세력의 출현을 촉구하고 성원하는 것도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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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지난 6월의 지방선거는 한국의 정치권이 복지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다.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논쟁을 걸었다가 치사한 졸부로 낙인찍혀 본전도 못 찾은 정부 여당은 저출산 대책을 세운다고 중산층에게도 보육비를 지원한다, 영세민 자녀들이 많은 전문계 고교부터 무상화한다, 공정 사회를 실현한다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며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무상 급식이라는 간단명료한 공약으로 대박을 터뜨린 민주당은 내친 김에 정권도 탈환한다고 복지를 내세우며 좌선회하기 시작했다. 진보 정당들은 졸지에 대표 브랜드를 잃어버리고 속만 앓고 있다. 어쨌든 보수 정당들이 말꼬리나 잡고 늘어지는 소모전에서 벗어나 복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부족하고 허전해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들의 감각이다.
우선 재원 문제가 있다. 아직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상태에 있지만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증세를 하거나 세출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도 집 값 잡으려면 강남에 세금 폭탄을 투하해야 한다고 큰소리치다 쓴 맛을 보았듯이 세금 올린다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한나라당이 부자 감세 정책을 번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민주당이 진보 세력의 정책인 부유세를 당론으로 채택하려면 이념적 정체성을 둘러 싼 내부 갈등을 감수해야 한다. 세출 구조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국방비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교육비는 증액해야 한다. 야권에서는 4대강 등 낭비성 토목사업을 줄이자고 한다. 그러나 인기가 생명인 정치인 가운데 자기 지역구에 투입될 예산을 줄이는데 찬성할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영산강 유역의 민주당 지자체 수장들이 4대강 사업을 부분적으로 찬성해 자중지란이 벌어진 선례가 있다. 쌀의 과잉 재고가 문제이고 놀고 있는 산업단지가 수두룩하지만 민주당은 무작정 돈만 들어가는 새만금 사업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을 폭발시킬까봐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이권 정치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여의도에서는 아직 상징적 존재에 불과하다. 여야 정치권에 자기 희생을 감수하고 고정 지지층과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통이 큰 정치인이 과연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복지정책은 다른 사회 정책과 연결되어야 실효가 있다. 보육비 지급 대상을 확대해도 사교육비 문제를 방치하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작년에 집권한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이 아동수당을 증액하고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자 엉뚱하게도 사교육 업계가 매출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환호성을 올렸던 선례가 있다. 한국의 부모들도 자녀에게 헌신적으로 올인하고 있다. 교육 정책을 혁신해 사교육비가 들어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면 실질적으로 복지 예산을 투입하는 효과가 난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구상과 능력이 사실상 없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의 지위가 학력을 통해 대물림되는 현실이 고착화 되면 공정 사회도 이루어질 수 없고 사회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므로 복지 비용은 더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서 직업 안정성이 높아지면 구호적 성격의 복지 수요는 줄어든다는 간단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또한 가장 시급한 저출산 대책의 하나인 여성의 취업과 결혼 생활의 양립이나, 생산 현장 기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의 확보,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능력의 개발, 등을 추진하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권에는 먼저 양호한 취업 기회를 늘리는 방향으로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을 추진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복지 담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원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주장의 배경이 되는 종합적 사회 구상이 선명하지 않으므로 설득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나 자기가 그리는 유토피아를 정직하게 제시하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참신한 정치세력의 출현을 촉구하고 성원하는 것도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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