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릇’이라는 멍에 속 싹튼 공감 노트

지역내일 2010-09-03
한 달에 두어 번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자녀 교육서를 본다. 예전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자녀 교육서 코너부터 발길이 닿는 걸 보면 ‘엄마’라는 이름은 참 무섭다. 아직 팔팔하게 사회 활동을 할 나이에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자녀 교육서라니…. 막상 발길은 자녀 교육서 코너로 향해도 매번 쉽사리 책을 집어들지 못한다. 자녀 교육이라 함이 결국 엄마의 잣대, 즉 가치관에 따라 다르니 내 입맛에 맞는 책을 골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보자마자 집어든 책이 있으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이다.
14명의 부모가 참여한 이 책은 지금은 자녀를 훌쩍 키워낸 엄마들이 젊은 날 자신에게 써 내려간 편지를 모은 것이다. 그들의 자녀로 말하자면 역도 선수 장미란, 마술사 이은결, 하버드생 금나나,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 선수 김진호,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 그야말로 역경을 이겨내고 미래를 개척한 ‘잘 자란’ 아이들이다. 그럼에도 14명의 부모들은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아이를 키우며 겪어야 했던 갈등과 고민을 가감 없이 풀어내고 있다. “됐어~ 그만하면 잘 키웠어!” 해도 그만일 것을.
부모들은 하염없이 후회하고 번빈하는 그때의 자신들에게 따끔한 질책과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더불어 행여 자신과 비슷한 부모를 만나면 직접 겪은 시행착오를 말해주라고 조언한다. 편지 한 장 한장이 가슴에 얹히지만, 그중에서도 일곱 살 아이 하나 키우면서 갈팡질팡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게 힘이 되어준 편지는 퇴교 당한 아들 때문에 절망하던 서른넷 자신에게 쓴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김진호 선수의 어머니 유현경씨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진호 엄마는 이 우주에서 너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야!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 역할을 잘할 사람도, 잘 못할 사람도 바로 너라는 사실이야!”
책을 덮으며 14통의 편지는 14명의 부모들이 오래전 자신에게 띄운 편지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매 시간 고민하고 갈등하는, ‘엄마 노릇’으로 하루하루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보낸 응원의 편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게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먼 훗날, 헉헉거리며 아이를 키우던 10여 년 전의 내게 편지를 쓴다면 무슨 말부터 할까? 그 대답을 위해 더 힘내서 ‘엄마 노릇’을 해야겠다는 숙제.
Review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지은이 금나나 어머니(이원홍) 외 13인
펴낸곳 글담출판사
값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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