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장단콩 마을을 다녀와서
인간의 삶을 유지하는데 식생활은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잘 차린 밥상 하나가 약이 된다는 말도 있듯, 먹거리는 기본이지만 우리의 건강까지 좌우하는 열쇠이도 합니다 . 하지만 현대인들의 식생활은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의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러한 대중적인 맛을 지양하고 건강을 되찾는 먹거리 운동의 일환으로 ‘슬로푸드’는 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슬로푸드의 정신은 우리네 ‘장’ 문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내일신문에서는 ‘Sloe Life. 느리게 사는 것은 아름답다’의 두 번째 이야기. ‘파주 장단콩마을’과 슬로푸드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신분증 꼭 지참하고 체험 날짜 미리 확인해야
‘장단콩’은 본래 장단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 품질이 우수해 예로부터 임금님께 올리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콩 마을은 경기도 농촌 특화 마을로 생태,문화,농촌을 연계한 체험마을이다.
우선 장단콩 마을을 찾으려면 꼭 가져가야 할 것이 있다. 신분증이다. 민통선 지역이라 신분 확인이 필수인 것. 임진각을 지나 파주 검문소에서 잠시 정차한 뒤 근무하는 헌병에게 신분증을 제시하자 ‘공무’라고 쓰인 증명서를 건네준다. 마치 가지 못할 곳을 가는 것처럼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이 함께 생겼다. 이내 장단콩 마을에서 나온 인솔차량을 3~4분 정도 따라갔을까. 장단콩 마을에 도착했다.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인데다, 비까지 겹친 궂은 날씨에도 가족 단위, 관광 온 외국인 단체까지 방문객이 꽤 많았다.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슬로푸드 체험장’.(체험장, 판매장, 식당이 있는 이곳은 사실 장단콩 마을의 입구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 가옥 형태로 만든 체험장은 목조로 된 입구부터 정겨운 느낌이 든다. ‘그래, 뭔가 하나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체험장 문을 두드렸지만, 이게 웬일. 체험 행사가 없는 날이란다.
요새 장단콩 마을을 찾으면 두부만들기, 청국장 만들기 같은 슬로푸드 체험을 할 수 있지만 체험일이 정해져 있어 미리 문의를 해야 한다고. 행사 참여비는 보통 1만원을 조금 넘는다. 참고로 장단콩 마을에선 사계절, 월별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가을(11월경)에는 ‘장단콩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장단콩으로 만든 갖가지 음식들도 즐거움의 하나
일산에서 50분가량 달려 왔더니 역시나 배에서 신호가 왔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정식, 순두부, 청국장, 된장찌개 등 장단콩으로 만든 갖가지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양념장을 살짝 뿌려 호호 불어먹는 하얀~ 순두부는 아이 입맛에도 맞는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식사 전에 나오는 천연 콩국물이 인상적이었다. 한 쪽에는 이 지역 특산물로 만들어진 청국장 분말, 고추장, 간장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주문만 하면 택배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한다.
마당 한 쪽에 놓인 평상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찬찬히 이곳을 둘러보았다. 마당 한 켠에 눈길을 끄는 수백 개의 장독대들. 항아리 하나마다 장단콩 마을의 사계를 거치며 익어가는 장들은 그 맛이 어떨지 기대됐다.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생산되는 일명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정성과 시간이 요구되는 슬로푸드.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깊은 맛을 내는 장처럼 우리들도 예측할 수 없는 희로애락의 삶 속에서 상처나고, 아물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성숙하고 온전한 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가지 더. 쉽고 편한 것만을 찾아 가족들 밥상을 꾸려온 내 자신도 부끄러워졌다.
입구를 지나가면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장단콩 마을이 위치한다. 장단콩 마을로 아쉽다면 근처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위치해 있으니 더 풍성한 가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치: 파주시 군내면 백련리(통일촌)
문의: 031-953-7600~1
[슬로푸드, 가까운 곳에서 체험하세요]
슬로푸드 생활을 실천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이곳을 찾아보자. 대표적인 식재료인 콩을 이용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장도 담가보며 슬로푸드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 쥐눈이콩마을
원당동 쥐눈이콩 마을은 약콩이라 불리는 쥐눈이콩(서목태)을 이용해 전통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쥐눈이콩은 쥐의 눈처럼 까맣고 반짝반짝 윤이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쥐눈이콩은 단백질,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의 영양이 풍부하고 해독 작용에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건강 식재료. 이를 재료로 한 된장과 고추장, 간장, 식초 등의 양념과 쥐눈이콩 가루를 이용해 만든 전문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전문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쥐눈이콩 아로마 카페에서 무료로 차도 즐길 수 있다. 또한 쥐눈이콩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과 손두부, 청국장, 메주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 예약은 필수다. 시기별로 행사 내용이 달라진다.
위치: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295번지
문의: 031-967-5990
■초성김치마을
연천군 최남단의 4개 마을이 함께 모여 만드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이곳에선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김치테마체험을 할 수 있다. 연천의 천연농산물을 이용한 배추김치 담그기 체험은 연중 운영하며 체험 비용은 2kg당 1만2,000원이다. 또한 김장김치처럼 한꺼번에 담는 김장데이체험도 가능하다. 비용은 10kg당 4만5,000원. 체험을 통해 만든 김치는 장독대를 빌려 이곳 움저장고에 숙성시켜 원하는 날짜에 택배로도 받아볼 수 있다, 장독대 분양 비용은 기간과 용량에 따라 다르며 1만원~5만5,000원 선이다. 농촌체험마을인터라 다양한 체험활동이 준비돼 있다. 두부 만들기, 떡메치기등의 농촌활동과 율무공예체험도 가능하다.
위치: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 184-1
문의: 031-835-0381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유독 맛있다는 ‘정월장’ 담그기 행사를 실시한다. 장 만들기로 유명한 농촌마을과 연계해 행사를 진행하며, 마을에서 파견된 지도사가 함께 장을 담근다. 국내산 양질의 콩을 이용해 메주를 쓰고, 장이 숙성될 동안 관리까지 해준다. 장이 완성 되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10만원 선이면 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단, 수시로 실시되는 행사가 아니므로 농업기술센터의 행사 일정을 자세히 참고해야 한다.
문의: 031-8075-4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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