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은 입시 제도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수능을 경험해보지 않은 ‘학세’(학력고사 세대) 엄마들이 입시 제도와 효율적인 입시 공부에 대한 안목을 얻기는 쉽지 않을 터. 과거를 통해 현재의 입시 제도를 이해하고 ‘지금’해야 할 일들을 챙겨보자.
딸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라 입시 제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성영현(42·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입시 용어’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하다. 학교 엄마들과 대화하다 ‘가’ ‘나’ ‘다’군 얘기가 나왔는데, 정시 모집에서 전형 실시 기간에 따른 용어가 아니라 ‘지역’을 말하는 줄 알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입에 성공하려면 엄마의 정보력이 관건이라는데, 정보력은커녕 입시에 대한 이해가 학창 시절 미적분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성씨의 푸념이다.
전경민(41·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고1 아들이 모의고사 성적표를 내밀며 ‘등급’‘백분위’‘표준점수’라고 설명하는데, 340점 만점 학력고사에 익숙한 전씨는 “그래서 몇 점인데?”라고 외쳤다. 결국 아이에게 “엄마하고는 도통 말이 안 통한다”는 굴욕(?)을 당했단다.
열심히 공부하면 단기간에도 성적을 올릴 수 있던 학력고사 세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공부한 전형적인 방식 ‘열심히!’를 주문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박세정(40·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무조건 학습량을 늘려야 성적이 향상된다’고 믿는 케이스. “개념 이해가 중요하다지만, 당장 수학 몇 문제 갖고 시간을 끌면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독서가 중요한 건 알지만, 시험기간에 책 보는 건 왠지 ‘쓸데없는 짓’같고.” 수능은 해보지 않은 공부라 지도가 더 어렵다는 것, ‘학세’엄마들의 딱한 사정이다.
수능의 본좌, ‘개념 이해’
학세 엄마들이 수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시험은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 한마디로 정의하면 학력고사의 베이스는 암기력이고, 수능의 베이스는 응용력과 사고력, 의사 소통능력의 측정이다. 국어 문제에 단골로 등장하던 기미독립선언문 과 훈민정음 등을 외워야 했고, 영어는 동의어와 스펠링, 발음기호 문제까지 나왔고, ‘to 부정사’의 용법을 구분하기 위해 <성문 영어>를 뜯어 먹을 정도로 외워야 했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는 “학력고사의 가장 중요한 공부법은 뭐니뭐니해도 많은 연습과 유형 암기였죠. ‘수학도 암기’라는 말은 이 시대의 진리였으니까요. 누가 더 교과서를 달달 외우느냐, 누가 더 손에 익을 때까지 문제를 많이 푸느냐, 누가 더 성실하고 누가 더 잠을 줄이느냐가 명문대 합격의 바로미터였다”고 학력고사의 특징을 설명한다. 학력고사가 ‘주입식 교육의 주범’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퇴장. 1994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력고사와 영 딴판인 문제들이 출제됐다. 영어 시험에 도표와 그래프가 나오고, 수학도 ‘이게 수학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들이 나온 것. 식 자체를 제시하고 계산할 것을 요구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말로 길게 풀어 쓴 생활, 상황, 사건의 지문을 출제, 배운 개념이나 공식을 끌어와 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수험생의 응용력과 사고력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수능의 또 다른 성격은 통합교과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 ‘교과’란 비슷한 과목끼리 묶은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교과를 묶은 것이 통합교과다. 단원끼리, 교과끼리, 과목끼리 통합하는 수능은 집합과 함수 단원이 한 문제에 나오고, 언어 영역 안에 ‘양자역학’ 얘기가 나오고, 미술이나 음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력고사 국사 과목에서 ‘조선시대 왕 중에 네 번째 왕의 이름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수능은 ‘영·정조의 개혁 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교해보라’는 식으로 개념의 확장을 묻는다.
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이해웅 소장은 “수능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는 ‘통합’이 안 되어서 틀리는 게 대부분이다. 단순 암기를 못해서 틀리는 건 중·하위권 학생들의 얘기고, 통합이 되느냐 안 되느냐갸 1, 2, 3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라 봐도 된다”고 전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래도 공부의 베이스는 암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학부모는 공부의 공식을 ‘공부의 베이스는 개념 이해, 플러스 암기’로 바꿀 필요가 있다. 자칫 눈앞의 성적표에 급급해 문제 풀이 기술만 익히는 공부 습관은 고등학생 때 후유증을 낳는다. 아무리 외워도 감당이 안 되는 학습량으로 아예 공부를 포기하거나, 힘들어도 내신 따로 수능 따로 꿋꿋이 공부하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 아니면 고3의 절반 이상이라는 ‘수포자’가 되기 십상.
“고등학생 때는 내신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통합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공부를 해야 하고, 중학생 때부터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입관이나 잘못된 공부 습관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입시 영순위, 수능
그렇다면 왜 수능형 아이가 되어야 할까. 입학사정관제, 논술, 적성검사 전형, 내신 등 다양한 전형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이유는 대학이 수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명문대 기준으로 가면 더욱더 수능 성적이 중요하다.
영등포여고 최병기 교사는 “각 대학 정시 모집의 당락은 수능 성적이 상당 부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꽤 많은 대학이 수능 우선 선발 혹은 수능 100퍼센트 전형 등을 도입해 지원자의 수능 성적을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하기 때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한 각 대학의 2011학년 전형 계획에서도 수능 반영 비율이 100퍼센트인 대학이 82개, 80퍼센트 이상인 대학이 80개다. 또 수능 성적을 50퍼센트 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137개에 이른다.
각 대학이 정시 모집에서 수능 비중을 이렇게 늘린 데는 최근 몇 년간 크게 높아진 수능 시험의 변별력 때문. 일례로 2009학년수능 시험 수리 ‘가’형의 경우 전년도 시험에 비해 평균 17점이나 하락했다. 특히 1등급과 2등급의 커트라인이 크게 하락, 상위권 수험생을 가리는 데 유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정시 모집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실질 반영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락은 수능이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최 교사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오해하는 부분은 ‘수시〓내신’이라는 것.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시〓수능+논술’이다. 수시 모집에서도 수능 등급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 상위권 대학은 수시 모집의 70~80퍼센트가 최저 학력기준을 적용한다. 보통 수시 경쟁률이 50대 1에 가까운데 학교가 원하는 수능 등급 안에 드는 학생들은 2대 1에서 5대 1. 이 등급 안에 들면 합격은 땅 짚고 헤엄치기 격이지만, 논술 실력을 열심히 키워도 이 경쟁 안에 들지 못하면 5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수시에 합격하더라도 수능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는 입시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런 연유에서다.
전체 석차보다는
과목별·영역별 접근이 중요
잠실여고 진학지원부장 안연근 교사는 학력고사 세대 부모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으로 “학력고사는 전체 석차와 전체 과목이 중요했지만, 수능은 과목별·영역별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과 성적 산출 시 전 과목, 전 학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외국어, 수리, 사탐, 과탐 등 주요 교과목만 반영하고 학년별 반영 비중도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부의 비중은 상위권 대학보다 중·하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진다.
수능 시험 성적표엔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등 세 가지 수치가 기록되는데, 이중 중요한 건 표준점수와 백분위다. 학력고사 세대는 원점수에 따라 석차가 매겨졌지만 수능은 표준점수에 따라 백분위, 즉 석차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점수라 하더라도 수리 영역같이 어려운 과목(평균이 낮은)에서 원점수가 높을 때는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 반대로 쉬운 과목(평균이 높은)에서 원점수가 높으면 표준점수는 내려간다. 통상적으로 수리, 언어, 외국어 세 과목을 비교한다면 표준점수가 항상 높은 것이 수리 영역. 수학이 응시자의 변별력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이자 수능 성패를 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분위는 수험생 집단을 전체 사례로 봤을 때, 해당 수험생이 받은 점수 미만에 놓인 사례의 백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수험생 A의 외국어 영역 백분위가 70이라면 외국어 영역 점수가 A보다 낮은 수험생이 전체의 70퍼센트라는 뜻.
안 교사는 “수험생이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대학에 따라 중시하는 항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점수를 평가 요소로 활용하는지, 백분위 활용도가 높은 대학인지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것. 따라서 반영 비율이 높은 영어와 수학에 비중을 높게 두고 영역에 따른 자신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해 표준점수 반영 대학과 백분위 반영 대학의 유·불리를 검토한 뒤 입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입시,
공부의 원리 지키면 OK!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몇 번의 변화를 겪어온 수능은 대입 자율화와 함께 또 한 번 시스템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내년 입시부터 적용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 현재 네 과목씩 반영되던 사회·과학탐구 과목이 세 과목으로 축소된다. 수리 영역 출제 범위도 달라진다. 인문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 ‘나’형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포함됐고,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 ‘가’형 역시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가 필수 과정이 된다.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는 “수능 수리 영역은 이과든 문과든 배울 양이 늘어나고 어려워지지만 단원 간 유기성과 연결성은 높아지니, 각 단원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통합해 실생활 관련 영역으로 확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3 담임들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시시각각 변한다’는 우리의 입시 제도. 하지만 입시 시스템이 변해도 “개념 이해, 사고력,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는 수능의 속성은 불변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정주연 리포터 missingu93@naver.com
도움말 안연근 교사(잠실여고)·조효완 교사(은광여고)·
최병기 교사(영등포여고)·이해웅 소장(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조남호 대표(스터디코드)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딸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라 입시 제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성영현(42·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입시 용어’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하다. 학교 엄마들과 대화하다 ‘가’ ‘나’ ‘다’군 얘기가 나왔는데, 정시 모집에서 전형 실시 기간에 따른 용어가 아니라 ‘지역’을 말하는 줄 알고 자신 있게 얘기했다가 민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입에 성공하려면 엄마의 정보력이 관건이라는데, 정보력은커녕 입시에 대한 이해가 학창 시절 미적분만큼이나 어렵다”는 게 성씨의 푸념이다.
전경민(41·경기 의정부시 호원동)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고1 아들이 모의고사 성적표를 내밀며 ‘등급’‘백분위’‘표준점수’라고 설명하는데, 340점 만점 학력고사에 익숙한 전씨는 “그래서 몇 점인데?”라고 외쳤다. 결국 아이에게 “엄마하고는 도통 말이 안 통한다”는 굴욕(?)을 당했단다.
열심히 공부하면 단기간에도 성적을 올릴 수 있던 학력고사 세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공부한 전형적인 방식 ‘열심히!’를 주문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박세정(40·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무조건 학습량을 늘려야 성적이 향상된다’고 믿는 케이스. “개념 이해가 중요하다지만, 당장 수학 몇 문제 갖고 시간을 끌면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고요. 독서가 중요한 건 알지만, 시험기간에 책 보는 건 왠지 ‘쓸데없는 짓’같고.” 수능은 해보지 않은 공부라 지도가 더 어렵다는 것, ‘학세’엄마들의 딱한 사정이다.
수능의 본좌, ‘개념 이해’
학세 엄마들이 수능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시험은 태생부터 다르기 때문. 한마디로 정의하면 학력고사의 베이스는 암기력이고, 수능의 베이스는 응용력과 사고력, 의사 소통능력의 측정이다. 국어 문제에 단골로 등장하던 기미독립선언문 과 훈민정음 등을 외워야 했고, 영어는 동의어와 스펠링, 발음기호 문제까지 나왔고, ‘to 부정사’의 용법을 구분하기 위해 <성문 영어>를 뜯어 먹을 정도로 외워야 했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는 “학력고사의 가장 중요한 공부법은 뭐니뭐니해도 많은 연습과 유형 암기였죠. ‘수학도 암기’라는 말은 이 시대의 진리였으니까요. 누가 더 교과서를 달달 외우느냐, 누가 더 손에 익을 때까지 문제를 많이 푸느냐, 누가 더 성실하고 누가 더 잠을 줄이느냐가 명문대 합격의 바로미터였다”고 학력고사의 특징을 설명한다. 학력고사가 ‘주입식 교육의 주범’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퇴장. 1994년부터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력고사와 영 딴판인 문제들이 출제됐다. 영어 시험에 도표와 그래프가 나오고, 수학도 ‘이게 수학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들이 나온 것. 식 자체를 제시하고 계산할 것을 요구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말로 길게 풀어 쓴 생활, 상황, 사건의 지문을 출제, 배운 개념이나 공식을 끌어와 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수험생의 응용력과 사고력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수능의 또 다른 성격은 통합교과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 ‘교과’란 비슷한 과목끼리 묶은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교과를 묶은 것이 통합교과다. 단원끼리, 교과끼리, 과목끼리 통합하는 수능은 집합과 함수 단원이 한 문제에 나오고, 언어 영역 안에 ‘양자역학’ 얘기가 나오고, 미술이나 음악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력고사 국사 과목에서 ‘조선시대 왕 중에 네 번째 왕의 이름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면, 수능은 ‘영·정조의 개혁 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개혁 정책을 비교해보라’는 식으로 개념의 확장을 묻는다.
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 이해웅 소장은 “수능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는 ‘통합’이 안 되어서 틀리는 게 대부분이다. 단순 암기를 못해서 틀리는 건 중·하위권 학생들의 얘기고, 통합이 되느냐 안 되느냐갸 1, 2, 3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라 봐도 된다”고 전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그래도 공부의 베이스는 암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학부모는 공부의 공식을 ‘공부의 베이스는 개념 이해, 플러스 암기’로 바꿀 필요가 있다. 자칫 눈앞의 성적표에 급급해 문제 풀이 기술만 익히는 공부 습관은 고등학생 때 후유증을 낳는다. 아무리 외워도 감당이 안 되는 학습량으로 아예 공부를 포기하거나, 힘들어도 내신 따로 수능 따로 꿋꿋이 공부하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 아니면 고3의 절반 이상이라는 ‘수포자’가 되기 십상.
“고등학생 때는 내신을 통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통합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공부를 해야 하고, 중학생 때부터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입관이나 잘못된 공부 습관이 들지 않아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입시 영순위, 수능
그렇다면 왜 수능형 아이가 되어야 할까. 입학사정관제, 논술, 적성검사 전형, 내신 등 다양한 전형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이유는 대학이 수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명문대 기준으로 가면 더욱더 수능 성적이 중요하다.
영등포여고 최병기 교사는 “각 대학 정시 모집의 당락은 수능 성적이 상당 부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꽤 많은 대학이 수능 우선 선발 혹은 수능 100퍼센트 전형 등을 도입해 지원자의 수능 성적을 주요 평가 요소로 활용하기 때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집계한 각 대학의 2011학년 전형 계획에서도 수능 반영 비율이 100퍼센트인 대학이 82개, 80퍼센트 이상인 대학이 80개다. 또 수능 성적을 50퍼센트 이상 반영하는 대학은 137개에 이른다.
각 대학이 정시 모집에서 수능 비중을 이렇게 늘린 데는 최근 몇 년간 크게 높아진 수능 시험의 변별력 때문. 일례로 2009학년수능 시험 수리 ‘가’형의 경우 전년도 시험에 비해 평균 17점이나 하락했다. 특히 1등급과 2등급의 커트라인이 크게 하락, 상위권 수험생을 가리는 데 유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정시 모집에서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들도 있지만, 실질 반영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당락은 수능이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최 교사의 의견이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오해하는 부분은 ‘수시〓내신’이라는 것.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시〓수능+논술’이다. 수시 모집에서도 수능 등급을 최저 학력 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 상위권 대학은 수시 모집의 70~80퍼센트가 최저 학력기준을 적용한다. 보통 수시 경쟁률이 50대 1에 가까운데 학교가 원하는 수능 등급 안에 드는 학생들은 2대 1에서 5대 1. 이 등급 안에 들면 합격은 땅 짚고 헤엄치기 격이지만, 논술 실력을 열심히 키워도 이 경쟁 안에 들지 못하면 5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수시에 합격하더라도 수능 공부는 계속해야 한다는 입시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런 연유에서다.
전체 석차보다는
과목별·영역별 접근이 중요
잠실여고 진학지원부장 안연근 교사는 학력고사 세대 부모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으로 “학력고사는 전체 석차와 전체 과목이 중요했지만, 수능은 과목별·영역별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과 성적 산출 시 전 과목, 전 학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외국어, 수리, 사탐, 과탐 등 주요 교과목만 반영하고 학년별 반영 비중도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부의 비중은 상위권 대학보다 중·하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진다.
수능 시험 성적표엔 원점수와 표준점수, 백분위 등 세 가지 수치가 기록되는데, 이중 중요한 건 표준점수와 백분위다. 학력고사 세대는 원점수에 따라 석차가 매겨졌지만 수능은 표준점수에 따라 백분위, 즉 석차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같은 원점수라 하더라도 수리 영역같이 어려운 과목(평균이 낮은)에서 원점수가 높을 때는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 반대로 쉬운 과목(평균이 높은)에서 원점수가 높으면 표준점수는 내려간다. 통상적으로 수리, 언어, 외국어 세 과목을 비교한다면 표준점수가 항상 높은 것이 수리 영역. 수학이 응시자의 변별력을 가르는 핵심 키워드이자 수능 성패를 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분위는 수험생 집단을 전체 사례로 봤을 때, 해당 수험생이 받은 점수 미만에 놓인 사례의 백분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수험생 A의 외국어 영역 백분위가 70이라면 외국어 영역 점수가 A보다 낮은 수험생이 전체의 70퍼센트라는 뜻.
안 교사는 “수험생이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대학에 따라 중시하는 항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점수를 평가 요소로 활용하는지, 백분위 활용도가 높은 대학인지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것. 따라서 반영 비율이 높은 영어와 수학에 비중을 높게 두고 영역에 따른 자신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해 표준점수 반영 대학과 백분위 반영 대학의 유·불리를 검토한 뒤 입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입시,
공부의 원리 지키면 OK!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몇 번의 변화를 겪어온 수능은 대입 자율화와 함께 또 한 번 시스템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내년 입시부터 적용되는 것은 크게 두가지. 현재 네 과목씩 반영되던 사회·과학탐구 과목이 세 과목으로 축소된다. 수리 영역 출제 범위도 달라진다. 인문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 ‘나’형에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포함됐고,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리 ‘가’형 역시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가 필수 과정이 된다.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는 “수능 수리 영역은 이과든 문과든 배울 양이 늘어나고 어려워지지만 단원 간 유기성과 연결성은 높아지니, 각 단원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통합해 실생활 관련 영역으로 확장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3 담임들도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시시각각 변한다’는 우리의 입시 제도. 하지만 입시 시스템이 변해도 “개념 이해, 사고력,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는 수능의 속성은 불변할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정주연 리포터 missingu93@naver.com
도움말 안연근 교사(잠실여고)·조효완 교사(은광여고)·
최병기 교사(영등포여고)·이해웅 소장(타임교육 입시전략연구소)·조남호 대표(스터디코드)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