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트레이드마크는 ‘환하게 웃는 것’
“어르신~ 어르신 나이는 뺄셈이고요, 행복은 덧셈, 돈은 곱셈, 웃음은 나눗셈, 건강은 지킨셈이예요. 항상 좋은 생각만 하고 사세요.” 노인돌보미 이금녀(44)씨가 노인들을 볼 때마다 하는 소리다. 독거노인들이 가난과 고독과 병으로 죽고 싶다고 할 때 그녀는 밝은 말과 웃음으로 상황을 바꾼다. 지난 2007년부터 부천노인복지센터에서 노인돌보미로 일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무기(?)로 그녀는 현재 소외 노인들의 아름다운 벗으로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발로 뛰어야 어르신들이 웃어요
태풍 곤파스의 영향이 가시지 않았던 날 부천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 한 쪽에 있던 그녀가 일어나 다가왔다. 정다운 인상에 귀여운 외모. 하는 일의 온도가 따뜻해야 하는 만큼 그녀 또한 따뜻함이 온 몸에 배어 있었다. “친정어머니 살아계실 적에 세상에 둘도 없는 효녀 소릴 들었는데 돌아가시자 불효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못다 한 효를 여러 어르신께 한다면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저처럼 누군가 돌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일하게 된 동기를 말하는 이 씨에겐 그녀만의 규칙이 있다. 노인을 만나면 우선 귀 기울이는 것, 노인이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면 밝은 쪽으로 말머리를 돌리는 것, 열심히 발로 뛴 만큼 어르신들이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다. 처음 노인돌보미로 일할 때 1년은 좌충우돌하면서 몸으로 부딪쳤다. 4년 차가 된 지금은 분명한 색깔을 갖고 움직인다. 그 색의 주제는 당당함이다. 노인돌보미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도 씩씩하게 대처하는 것, 그것이 그녀가 가진 확고한 직업정신인 것이다.
일인 다역으로 쉴 틈이 없죠
현재 부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은 1만800여 명이다. 이 씨의 관할구역은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 그곳에 거주하는 독거어르신 30명을 책임지고 있다. 노인돌보미로 활동하며 독거노인들에게 필요한 사안을 가족이나 동 주민센터 등과 연계해서 노인이 편리하게 살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한 주일 간 안부를 확인하고 불편한 사항은 없는 지 보살펴 드려요. 경로당을 찾아가 건강 체조와 가요교실, 종이접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동 주민센터와 가족 간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하는 일은 한도 끝도 없어요.” 그녀는 일인 다역을 맡고 있다. 교회와 연결해서 도움을 주는 전도사, 문맹 노인들에겐 한글교사, 병원에 갔을 땐 보호자, 동화책 읽어주는 선생님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가 관리했던 163cm의 키에 37kg인 75세 K노인. 약간의 치매와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 아들과 딸이 넷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양실조 상태다. “이 분은 친정어머니 같아요. 요양보호사에게 인계했지만 가끔씩 집에 가서 어머니 살아생전 좋아하셨던 것으로 밥상을 차려드리죠.” 70세의 A 어르신. 중풍으로 언어가 불편하고 편마비가 왔다. “어르신의 어려운 상황을 주민센터에 알려 차상위 신청을 했죠. 어르신은 세상 사람이 다 등을 돌렸는데 자신을 도와준다며 제 팬이 됐어요. 이젠 생명의 은인이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노인돌보미는 세상에서 제일 잘한 선택
“노인들의 공통점은 자식을 원망하는 겁니다.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이라 방치 당한다는 생각에서 더 그래요. 저는 그럴 때 말합니다. 방법이 있다고.” 이 씨는 하소연하는 노인들에게 인연을 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넌지시 운을 뗀다. 그러면 노인들은 “안 된다”고 말한다. 원망은 해도 자식과 인연은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노인들에게 말해요. 자식 생각 그만하고 건강할 때 즐기며 살자고요. 왜 그 때 못했지 하고 후회하면 아무 소용없다고요.” 최근 그녀가 한 일은 어려운 노인을 무한돌보미에 접수시켜 생활비 지원을 받은 일과 곰팡이가 슬어 냄새가 심한 노인의 집을 수리해준 것이다. 그녀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열심히 뛴다. 30년 후 자신도 직면하게 될 노후를 위해. “세상을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 노인돌보미가 된 겁니다. 어떻게 해야 어르신들 마음이 편할까를 고민하고요, 어르신들의 말벗으로 열심히 살아갈 거예요. 그리고 부탁할 게 있어요. 어려운 어르신을 후원해주실 기업이나 개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면 노인들 얼굴에도 저처럼 웃음꽃이 피어날 겁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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