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로 운영되는 다양한 업소가 있지만 전통찻집에서 손님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보는 것도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일이다.
주인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셀프 전통찻집 ‘들꽃향기 고운’이 경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통 차 수업도 진행하고 있는 이집은 지금 이름 그대로 온 집안에 들꽃향기가 가득하다.
자연 속에 또 하나의 자연
경주박물관 앞 신호등에서 좌회전해서 남천내를 따라 최부자집 방향으로 300m 정도를 가다보면 왼쪽에 표지판이 눈에 띈다. 해인사와 용암사 사이에 ‘들꽃향기고운’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다시 좌회전을 해서 계속 직진하면 양쪽 논 사이에 집 두 채가 나타나는데, 인왕경노인회관과 바로 옆집인 이집이다.
흰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새긴 간판이 깔끔하다. 그 위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솟대가 정겹다. 특이하게 맷돌을 마당돌로 사용했는데 파란 잔디 사이를 성큼성큼 건너는 기분도 괜찮다.
맷돌 양쪽 화단에는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푸른 초목들이 듬직하게 여겨진다. 올망졸망 소품들도 한 몫 하니 이집은 자연 속에서 또 하나의 자연 바구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각 방마다 잘 갖춰져 있는 다도시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찻집의 특성을 잘 알려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저희 집 차는 셀프서비스입니다. 입구에 준비되어 있는 차와 다식을 맛있게 드시고 다음 사람을 위하여 차 도구를 정리정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내를 둘러보니 구조가 원래 한옥을 리모델링한 집이었음이 짐작된다. 거실에는 단체 모임이나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입탁을 마련했다. 그리고 1층에는 방이 전체 5개인데 각 방마다 초롱, 금낭, 나리, 찔레, 사랑초 등 들꽃 이름이 기와에 새겨져 있어 정겹고 운치가 있다. 또한 방마다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모든 다구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수도시설까지 돼 있어 한자리에서 마시던 찻잔까지 씻을 수 있는데, 여기서 주인장의 깔끔한 성격도 알 수 있게 한다.
이집에서 취급하는 차 종류는 보이차, 녹차, 쑥차, 생강차, 대잎차, 아카시아차, 모과차 등 10여종의 차들이 준비돼 있다. 원두커피도 마련돼 있다. 또한 다식도 함께 준비돼 있으며 과일도 마련했다. 이 모두 먹고 싶은 만큼 먹고 갈 때 돈통이라고 만든 쌀뒤주에 5천원만 내면 된다.
다도수업과 차 우리는 법 시연도 가져
2층은 제법 넓은 방이 하나 있다. 여기는 다도실로 쓰이는데 이집 주인 문정혜(52) 씨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전통다도수업을 하고 있다. 또 문 씨는 차 우리는 법도 시연하는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한다고.
마침 안채에서 문 씨가 모습을 보인다.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포스다. 역시 다도 외에 글씨와 옷 만들기가 취미 겸 특기인 그는 뒷방에 자신이 만든 우리옷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가 취급하는 옷감은 실크와 면 종류인데, 실크의 부드러움과 면의 실용성을 최대한 살리되 디자인은 평범하고 심플하지만 바탕에 자신이 그림을 직접 그려 넣기도 했다.
아이보리 실크 블라우스에 홍련 그림이 아주 여성스럽다. 문 씨도 직접 입고 있는데 아주 우아해보였다. “처음엔 그저 취미로 제가 입으려고 만들어보았는데 자꾸 주문이 들어와 판매도 하게 됐다”며 좋은 작품은 못 된다고 겸손해한다.
전시실에는 옷뿐만 아니라 다도에 필요한 모든 다구가 완비돼 있다. 옷보다는 차에 더욱 관심을 가져온 그란다. 어떤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은 편안함 가운데 차를 마시고 싶어 하는 그였다.
그래서 이집을 마련해서 찻집을 열게 된 것도 “각박한 요즘 같은 세월 속에 지치는 이들에게 여유를 부리면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10시까지.
문의 : 011-515-6249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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