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도는 수행하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알고 있을 만큼 대중화된 불화(佛畵)로 중국 선종(禪宗)의 개조로 숭앙받고 있는 인도의 선승 보리달마의 초상, 또는 행적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달마도는 현세에 전해는 달마대사의 이야기에 따라 달마대사의 전신 혹은 반신을 그린 달마독존, 갈대잎을 타고 양자강을 건너는 노엽달마, 벽을 바라보고 좌선하는 면벽달마, 양무제와의 대담을 그린 초조문답 등으로 나뉘며, 선종화로 구분된다.
선종화는 선종의 이념이나 그와 관계되는 소재를 다루어 채색 사용을 절제하고 주로 수묵만으로 깨달음의 순간을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그림을 말한다. 즉, 빠르고 거친 필치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선만으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그림이다.
달마대사의 가르침을 따라 참선수행을 꾸준히 하면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진 기운을 모아서 수행자가 그리는 그림을 선묵화(禪墨畵)라 하며 그중에 가장 많이 그려오는 소재가 달마도이다. 전에는 수행자의 세계에서 주고받는 그림 이었으나 요사이는 대중화되어 수행자의 밝은 기운을 달마도를 통하여 대중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포교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다.
달마대사는 누구인가?
석가모니 부처로부터 불교 정법의 법통을 이어받은 28대 조사이다. 마음 닦아 본성을 깨달아 성불 해탈하는 선(禪)법을 전해주기 위해 6세기 초 남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소림굴에서 9년 동안 머물면서 혜가 스님에게 법을 전해 중국, 한국, 일본 선불교의 원조가 된다. 소림무술도 창안하여 전하신 도무술의 시조가 된다.
달마대사의 참선을 수행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불교는 선수행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육조 혜능선사에 이르러 본격적인 선맥(禪脈)이 들어오게 되어 민족 문화를 꽃피우는 원천이 되어왔다. 타협이나 방편을 쓰지 않고 직설로써 문자나 지식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본성을 깨우치면 누구나 부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사람이 달마대사이다.
달마도의 선을 상징하는 캐릭터
불교미술이라고 하면 회화, 건축조각, 공예 등의 다양한 분야가 있으나, 달마도는 불교미술 중에서도 달마대사를 초조로 하는 선종의 대표적인 미술품이다.
30년 넘게 달마도를 그려온 금산 스님은 “선승이나 수행자들이 존경하고 마음속으로 흠모하는 스승의 초상을 선수행의 목적에 맞게 필묵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였는데, 대사의 초상을 달마도 또는 선화(禪畵라) 하고 선구(禪句)를 서(書)로 표현하는 것을 선서(禪書)라 하여 선종의 대표적인 미술로 발전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오래 전부터 속가에서는 달마도에서 달마도의 위신력이 나와 잡귀를 몰아낸다고 하는 설이 있어 달마도를 집안에 걸어 두었다. 지금에 와서는 달마도에서 기가 나와 수맥파를 차단한다고 하여 달마도의 인기가 대단하다. 이에 스님은 “달마도가 단순한 의미에서 수맥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신비한 그림이라는 인식보다, 달마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불교미술이 피안성과 신성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데 반하여 달마도는 치안성과 성위 부정, 균제의 미를 깨트린 불균제의 미를 특질로 하는 파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달마도는 선수행의 여기에 마음을 닦는 경지를 수묵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선의 법통을 이어주는 조사와 초조인 달마대사의 초산을 통하여 고난 극복의 선의 경지를 전파하고 그림 속의 주인공과 같이 선의 경지에 들고자 노력하였다.
달마도의 특징
달마도의 특징은 묵의 농도로 일체의 색을 나타내며 여백, 절제, 생략, 암시, 상징을 통하여 선의 경지를 표현했다. 뚫어질 듯 주시하는 맹호 같은 눈동자, 목표물을 정확하게 공격하는 매의 부리 같은 코, 근엄하고 위풍당당한 장군의 수염, 굳게 다문 입술, 귀인의 덕망을 상징하는 귀의 표현을 통하여 당당한 체험의 주인공의 모습과 선수행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달마도는 이와 같은 특징에 의하여 달마백태라 하여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진다.
쌍리달마, 면벽달마 등 수행하는 방법이나 등장하는 장소 등에 따라 달마도의 명칭을 달리하기도 한다. 따라서 금산 스님은 “달마도는 선 수행의 목적, 방법, 과정 등의 의미를 초조인 달마대사의 표정과 모습을 통하여 함축하여 표현하는 현대적 의미의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달마도는 선수행의 일한으로 그린다
달마상을 두고 회화적이고 예술 기준의 잣대보다는 작가의 수행의 깊이를 가늠하여 감상하는 것은 작품을 통하여 수행의 일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이 추구하는 목적과 예술적 표현 원리에 의하고 작가의 수행 정도를 가늠하는 명작이라 할 수 있는 달마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의 목적을 회화적인 표현을 빌어 얼마나 재치 있고 간결하게 잘 표현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선은 이런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지만,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고 자아의 완성을 통하여 바로 마음을 깨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수행하는 와중에 행하여지는 시각적 의미의 표현은 완성의 단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과정의 표현은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의지를 격려, 독려, 경책하는 의미가 지배적일 것이다.
금산 스님은 “선을 떠나고 선과는 무관한 선의 목적을 모르고 단순한 미술적 기교에 의하여 또는 우리들을 혼란케 하는 주술적 의미로 꿈에 암시를 받고 달마상을 그렸다는 식의 근거 없는 괴변으로 달마도를 왜곡하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달마도는 달마도를 그리는 작가의 수행 정도를 나타낸다. 달마도를 그리는 작가로는 선승이면 최고로 친다고 한다. 이는 수행이 깊은 수좌승이 미술적 표현인 기술이나 기교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막 휘둘러진 담백한 작품을 최고로 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순수한 의미에서 선화라고 불러진다는 것.
또한 스님은 “달마도를 그리는 작가는 미술적 표현의 기초 능력 정도는 갖추어야 불교와 선사상을 오도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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