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 학부모들의 기대 속에 시작된 교육 강좌가 벌써 4회 차에 접어들었다. 숨을 헐떡이게 만들던 찜통더위도 하늘을 뚫을 기세로 퍼붓던 소나기도 학부모들의 열의를 꺾진 못했다.
지난주까지 시청에서 열리던 강좌가 4회부터는 울산과학대 서부캠퍼스에서 열렸다. 동구캠퍼스에서 갑작스레 서부캠퍼스로 장소가 바뀌어 학부모들의 혼란을 부를까 내심 염려도 됐지만 당일 9시가 조금 넘자 우려는 기우로 변했다.
혹시 늦을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동구나 경주의 학부모들을 보면서 울산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다시 한 번 실감한 날이었다.
바뀐 교육, 시대를 앞서라
1교시가 시작되자 강당 안의 열기는 벌써 후끈거렸다. 강좌가 진행될수록 자녀나 이웃을 동반하거나 녹취하는 학부모가 늘었다. 4회 차도 여전히 그러했다.
첫 시간 주제는 ‘새로운 입시! 새로운 학습, 학부모를 위한 교육 사용매뉴얼’이었다. 타임에듀 입시전략연구소 이해웅 소장이 강의를 맡았다.
이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모든 시험은 두 종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운전면허, 중고교 내신, 학력고사로 대표되는 성취도 평가와 수능, 서술형 내신, 논술 등의 학습능력평가가 그것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평가를 할 때, 성취도평가보다는 학습능력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부모들은 성취도 평가에 목숨을 거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보니 모든 사교육이 여기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덧붙이는 이 소장.
학습능력 향상에 집중하라
성취도 평가는 암기능력만 좋으면 해결되는 부분이 많은 방법이다. 과거 학력고사를 살펴봐도 암기만 잘 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는 수능의 언어영역의 경우 한 페이지나 되는 지문을 읽고 세 문제 정도만 푸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성취도 평가에 익숙해진 아이는 공부해야 할 분량이 늘어나는 고등학생이 되면 포기하기가 쉬워지는 것. 다만 수능이나 외고입시 등 주제가 분명한 시험을 앞둔 고3이나 중3수험생은 성취도 평가식 공부에 집중해야 능률이 높다고.
이 소장은 “학년이 낮을수록 학습능력을 키워야 한다. 앞으로는 정답 없는 시험에 강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효율성을 따져 공부할 수 있게 부모가 뒷받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델이다. 당장 실용적 지식보다 미래지향적 지식이나, 선행보다 심화를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다.
이 소장은 “학교수업 집중을 위해 예습으로 지적쇼크를 극대화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복습으로 습득한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기억하는 과정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전했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공부습관
1교시를 마친 후 학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브런치를 즐겼다. 4주차인 지금, 학부모 인맥이 형성된 듯했다.
2교시는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공부습관’을 주제로 진행됐다. KBS다큐멘터리 ‘습관’에서 공부습관 잡는 트레이너로 명성을 떨친 TMD교육그룹 고봉익 대표가 강의를 맡았다.
고 대표는 “최상위 1%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공부습관이 있다. 그것은 예복습과 피드백, 학교수업성공, 지식축적 관리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그들은 공부에 대한 동기가 확실했고 기술과 습관도 훌륭했다”고 떠올렸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동기’가 중요하다. 이 동기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과가 명확할 때, 성취 단계에 대한 지식이 있을 때 뚜렷해진다. 특히 공부미래 확신도와 의지도 희열도로 불리는 동기는 부모의 ‘믿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
고 대표는 “아이에게 너무 몰입하지 마라. 또 내 아이가 훌륭한 ‘원석’이라는 것을 믿어라. 또 아이 미래에 대해 함부로 규정하지 말고 변함없는 기대를 보이라”고 권한다.
공부에 대한 재미는 희열도가 높을수록 더해지는데 하나를 알아도 깊이 알 때, 다독이나 숙독 습관이 길러졌을 때 생길 확률이 높다.
목표 설정 후 계획 세워라
고 대표는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롤모델을 만나게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미리 만나보는 것.
그 후 그 꿈을 향해 해야 할 일을 계획해 본다. 단순히 다이어리에 일정을 나열하거나 시간표에 해야 할 일들을 적는 식의 계획이 아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을 장기-중기-단기 순으로 배치시키는 것이 좋다.
덧붙여 “그 계획대로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는 것이 ‘공부 습관’을 들이는 지름길”이라는 고 대표.
그 습관에서 상위 1%들의 지식축적 관리의 공통점인 예․복습이 형성된다는 것. 무엇보다 학교수업에서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업에 성공한 경험은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첫 걸음이다.
고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녀 공부습관 상태를 아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학력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취약한 과목과 전략과목을 알고 학습스타일도 아는 것이 좋다. 자녀의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것이 학습능력을 기르는 저력이 된다.
“불안하더라도 방목의 교육법을 실천해보라” 권하는 고 대표. “방임이 아니다. 큰 울타리는 쳐두되 그 안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라. 얼마 안 가 자녀들이 스스로 규율을 정하고 자랄 것이다. 주도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는 지시적 언어보다 질문식 언어로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키라”고 강의를 마쳤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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