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아쿠아로빅 즐기는 올림픽스포츠센터 시니어 회원들

지역내일 2010-08-25

아쿠아로빅은 우리 건강 지켜주는 벗이에요

  발레를 닮은 우아하고 절제된 동작을 할 거라는 어설픈 편견은 수업 시작과 함께 깨졌다. “야! 야!” 수영장이 떠나갈 듯 외치는 소리. 마두동 올림픽 스포츠센터의 아쿠아로빅 시니어 반 수강생들의 활기가 대단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은 수영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60여명의 회원은 풀장 밖에서 지도하는 강사(윤지희 씨)의 동작 하나 하나에 눈빛을 맞추고 따라했다. 손짓과 고갯짓, 구령소리 뿐인데도 ‘어머니 회원들’은 신기하게 척척 따라하고 있었다.

물속에서 걷고, 뛰고, 춤추며 치유 효과까지
 회원들은 강사를 따라 물속에서 걷고 뛰고 춤을 추었다.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가슴에 쌓인 무언가가 있다면 시원한 물에 한번, 신나는 음악에 또 한 번, 그리고 통쾌한 동작들로 남김없이 녹아날 것 같았다.
 호수마을에 사는 60대 중반의 안 아무개 회원은 아쿠아로빅을 시작한 뒤로 근육과 다리에 힘이 생기고 허리가 아프지 않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정형외과 교수로 일하는 아들 권유로 시작했어요. 호수공원도 못 걷던 제가 이제는 30분이면 한 바퀴 돌아요.”
 수업이 재미있어서 빠질 수 없다는 그는 벌써 4년 째 수강하고 있다. 40대에서 70대 주부들이 많은 시니어 반에는 4,5년 된 수강생들이 많다. 행신동 이수호 씨도 벌써 5년째 아쿠아로빅을 즐기는 마니아다. 그는 80세 고령의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다닌다.
 “엄마랑 같이 다니니까 좋아 보인다고들 하세요. 밖에서는 더워서 땀을 흘리는데 여기서는 시원하게 운동하니까 좋아요.”
  강사로 나선지 3년째라는 윤지희 씨. 재미있게도 그는 이 강좌의 수강생이었다. 대학교를 일찍 졸업하고 남는 6개월 동안 들으러 왔다가 하도 재미있어 강사로 서게 된 경우. 시니어 반에는 무릎이 아파서, 비만 때문에, 디스크 수술 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재활을 위주로 하면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수업을 재미있게 꾸리려고 한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기에 다양한 동작과 연결해 지도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는 “수업 시간에 자기도 모르게 탄성, 함성을 지르는 어머니들을 볼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스포츠센터 매각 소식에 회원들 울상, 건강 지켜주는 벗으로 남기를
 수업이 진행되는 오십분 내내 풀장 안에는 경쾌함이 감돌았다. ‘어머니 회원’들의 표정은 밝으면서도 진지했다. 강사가 물속에 잠겨서 두 발을 위로 들어보라는 동작을 할 때였다. 순진한 학생들처럼 동작을 열심히 따라하던 회원들이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강사는 그래도 해보라는 듯 자꾸만 동작을 해보였다. 회원들은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싸우는 것보다 슬쩍 웃어주는 것이 더 힘 있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중년 여성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이들을 60명이나 이끌고 수업하기가 만만치 않을 거였다. 그래도 젊은 강사는 요령이 있었다. 음악을 새로 틀면서 분위기를 바꾸자 흐트러졌던 분위기가 금방 경쾌해지고 풀장 안은 질서를 되찾았다. 하늘색 수영모를 쓴 회원들은 민요, 트로트, 댄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음악은 신나고 동작에는 기운이 넘쳤다.
 후곡마을에 살며 5년째 수강하고 있는 김영자 씨는 70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 있어 보였다. 그가 팔뚝을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보세요. 이렇게 알통이 다 생겼다니까요. 밤에 잠이 잘 오고 체중도 균형이 잡혔어요. 선생님이 난이도를 약간 높게 하니까 잘 따라하려고 더 노력하게 돼요.”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마치고 1달 만에 의사의 권유로 시작한 운동이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120% 좋아졌다고 할 만큼 효과를 보았다. 아쿠아로빅 마니아가 된 김영자 씨. 그러나 그에게 요즘 걱정이 생겼다.
 “병원에 안 다녀도 될 만큼 건강이 좋아지니까 계속 하고 싶은데 여기(올림픽스포츠센터)를 매매 한다니까 걱정이에요.”
  김 씨의 말에 다른 회원들도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5월에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송파, 분당, 일산에 있는 세 곳의 스포츠 센터를 매각 공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원이 60명인데 대기자가 아직도 많아요. 여기가 사라지면 우리는 어떡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나와서 하니까 좋잖아요. 노인 복지 차원에서라도 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절절한 마음으로 바라면 안 되는 일이 있을까. 회원들의 밝은 기운으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올림픽스포츠센터와 아쿠아로빅 교실이 내내 무사하기를 바래본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아쿠아로빅 강좌 여는 곳
-일산 올림픽 스포츠센터: 마두역 6번 출구.  문의 031)900-1800
-노블스포렉스 일산점: 마두동 뉴코아 백화점 10층 스포츠클럽. 문의 031)900-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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