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블랙엔젤

백의의 천사, 리듬을 타고 하늘높이 날아오르다

화성시보건소 난타동아리 ‘블랙엔젤’

지역내일 2010-09-09 (수정 2010-09-09 오후 9:44:28)

#2010년 3월 결성. 몸치, 박치 극복을 위한 노력에 몸부림치다.
#연습 3개월, 잠꼬대를 하면서도 허공에 대고 팔을 휘젓고, 모두 자기 옆에 있는 건 무엇이든지 두드릴 정도로 ‘두드림’은 동아리 회원의 일상이 되다.
#D-20, 일주일에 3번 퇴근시간 이후 2시간 이상의 연습을 불사하며 자기최면을 걸다.
#아는 극단까지 찾아가 조명, 북을 공수하는 등 최상의 공연을 위한 준비를 마치다.
#8월 화성시청 대강당, 화성시보건소 난타동아리 ‘블랙엔젤’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다.
  
 
 막이 서서히 걷히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블랙엔젤의 몸부림은 시작됐다. 배경으로 펼쳐지는 현란한 CG가 더해져 공연은 잠시도 눈을 뗄 틈을 주지 않는다. 두 개의 북을 두드리며 북채를 돌리고, 리듬에 취해 몸을 흔들고, 일사 분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중간 중간 내뱉는 구령에 어깨춤이 덩실! 마지막 북소리와 함께 블랙엔젤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흥분이 돼요. 온몸에 땀이 흐르고, 공연은 8분이었는데, 한 30분은 친 거 같더라고요.” 그만큼 몰입한 공연이었다. 연습기간 동안 몸무게가 3kg이나 빠졌다는 리더 김순옥 진료검진담당계장은 ‘자신 같은 케이스가 꽤 된다’고 뿌듯해한다. 난타가 살을 빼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면 동작이 빗나가기 때문에 바짝 긴장도 해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로 2시간 이상의 연습은 불가능한 게 난타”라고 건강증진담당 최미자씨가 덧붙였다. 그렇게 힘이 드는데도 개인적인 일이나 약속까지 미루며 난타를 놓지 못했던 이유, 그건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동아리를 이끌고 보듬어 나가는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어서였다. 

 처음엔 취미로, 다독이고 보듬으며 무대에 서기까지, ‘목표가 중요해’ 
 “사실 처음엔 그냥 건강한 직장 분위기 조성차원에서 함께 화합하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싶어 제가 제안을 했죠. 다들 흔쾌히 동의해줘서 20~50대 연령층의 직원 20여 명이 모여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거에요.” 그저 취미 정도로 발을 디딘 것뿐인데, 보건소 발표회, 한술 더 떠서 화성시청 대강당에서 공연까지 하게 됐으니 블랙엔젤 내에선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돌았다. 시청이란 큰 무대에 서자니 더 많은 동작으로 난이도도 높여야 할 것 같고, 퍼포먼스도 넣어야 할 것 같고…, 이럴 땐 리더의 역할도 버겁다. 어떻게 조금이라도 무대의 두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싶어 가면도 쓰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회원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내심 걱정했다는 김 계장은 “그래도 목표가 있으니까 결국은 다해내더라. 정말 놀랐다”며 블랙엔젤의 저력을 과시했다.
 베란다 창문을 거울삼아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를 교정했다는 김연옥씨, 블랙엔젤의 총무이자 트레이너로 아침저녁으로 북을 치며 남들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해야만 했던 최미자씨, 작고 야리야리해 소극적인 줄만 알았는데 끝까지 함께 하는 열정을 보여줬던 남윤지씨 등 난타를 통해 예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모습까지 알게 됐다. 회원들의 동작을 동영상으로 찍은 걸 보면서 최미자씨가 냉철한 동작교정을 할 때면 서로의 모습에 박장대소했던 기억도 추억의 한 자락이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무료로 연습을 봐주시던 김정아 강사님, 보건소 내 과장님들의 아낌없는 식사 지원 등 많은 위로와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좋은 경험담을 주민에게 전하는 실천의 천사, 블랙엔젤이여 영원하라~ 


 공연예술의 힘은 이런 것일까,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몸에 익힌 난타의 동작 덕분에 업무추진력에도 도움이 되더라”는 최미자씨의 얘기대로라면 난타는 여러 면에서 적극 추천할만한 운동이다.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만큼 실무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그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역시 리더의 내공이 돋보이는 김 계장이 효과적인 난타 접근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처음부터 어려운 동작은 힘들 수가 있으니까 가요난타가 좋을 것 같아요. 친숙한 대중가요로 시작해서 점점 난이도를 높여 난타로 옮겨가는 거죠. 이게 어르신들 치매 예방에도 좋거든요.” 끊임없이 인터넷을 뒤지며 난타의 ABC를 연구하는 그 노력과 열정이 그를 늙지 않게 만드는 비결인 듯 했다.
 이런저런 업무에 밀려, 그리고 큰일을 치르고 난 뒤라 블랙엔젤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니냐는 질문에 회원들이 손사래를 친다. 누구에게나 막연한 로망이던 악기 다루기를 이제야 할 수 있게 됐는데, 여기서 멈출 순 없다는 것. 앞으론 춤까지 곁들인 퍼포먼스를 강화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또 다른 도전, 물론 그 과정은 힘들겠죠. 하지만 전국 보건소를 다 뒤져도 없을 전무후무한 난타동아리를 우리가 끝까지 지켜가야죠. 그 자부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극복할만한 이유가 되지 않겠어요.” 백의의 천사, 아니 검정색 의상과 가면을 쓴 흑의의 천사, 블랙엔젤. 큰일이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모습의 날개를 펴고 지역주민의 희망으로 날아오르는 그들이 벌써부터 보고 싶으니 말이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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