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갚을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팔아버리면 압류할 재산이 없어진다.
어떤 사람이 남의 땅에 건물을 지어 볼링장, 수퍼마켓을 운영하고 있었다. 건물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산의 전부였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그 사람의 건물과 영업 이익을 믿었던 것인데 점차 영업이 되지 않고 돈을 갚지 않자 그 건물을 가압류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등기부를 떼어보고 채무자는 건물을 땅의 주인에게 시세의 절반 가격에 매도하고 이미 등기를 마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채권자는 즉시 법원에 위 매매 계약은 사해 행위로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유일한 재산을 채권자 몰래 팔았으니 재산을 빼돌린 사해 행위라는 주장을 하였다. 이때 재판은 건물을 매수한 땅 주인과 하게 된다. 땅 주인은 오리발을 내밀었다.
“저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샀습니다. 토지를 15년간 임대하면서 임대료도 싸게 받고 편의를 제공해 주었는데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면서 건물을 매수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저도 돈을 주고 산 것인데 다시 돌려주라고 하면 억울합니다.”
유일한 재산을 빼돌린 것은 사해 행위가 된다. 문제는 매수인이 이런 사정을 모르고 산 경우이다. 법에서는 사해 행위를 알고 산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매수한 사람이 억울하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위 사건에서 1, 2심은 땅 주인이 악의자라고 보아 매매 계약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하였다. 그 이유는 건물을 시세의 절반 가격에 샀고, 실제 매매 대금을 지급했다는 증거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위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15년이나 저렴하게 임대한 토지 위에 지어진 건물은 철거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시세보다 싸게 매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매매 대금을 송금한 자료가 있음에도 법원에서 그 증거를 제출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송금 자료를 제출받지 않은 것에 대하여 법원이 입증을 촉구하지 않은 것, 예상 외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잘못된 재판이라고 지적하였다. 자신의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건물 매수를 요청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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