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생생(生生)알뜰장터

장바구니 가득 사람 사는 맛과 정(情)을 듬뿍 실어-

지역내일 2010-08-12 (수정 2010-08-12 오후 11:27:38)

손을 뻗어 닿는 곳 어디나 크고 작은 마트들이 즐비한 게 요즘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오늘은 잠시 그 편리함을 접어두자. 그 옛날 시골의 3일장, 5일장처럼 정해진 날짜에 우리 곁을 찾아오는 장터로 나설 참이다. 갓 수확한 살아있는 농산물부터 왁자지껄 사람 사는 냄새까지 장바구니 한가득 담아올 것이 많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함께 장보러 가실래요~’ 

유앤아이센터의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장터-신뢰, 믿음은 덤으로~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일찌감치 서두르지 않으면 웬만한 채소들은 동이 난다. 특히 갓 뽑아온 따끈따끈한 열무는 히트상품 중 하나. 한번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못 잊어 다시 찾지만, 계절상품이라 매주 만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때마침 방울토마토 시즌인지라~, 가만 보니 알이 굵고 실하다. 맛보기용 방울토마토를 쏙 넣자마자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달콤한 포만감, 동탄에서 왔다는 주부가 한마디 거든다.
 “여기 방울토마토가 정말 맛있어요. 3주 동안 냉장고에 넣어둬도 상하질 않더라니까요. 맛도 그대로고~.” 친환경농산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다.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 화성의제21 바른밥상지기 정명주씨는 “인근지역에서 친환경농사를 하는 7개 농가가 참여, 직접 판매도 하면서 생산물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판매보다는 서로 믿음을 주고 팔자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원하면 농장방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큰 이익을 남기려고 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친환경농산물을 맛보이고 알리고 싶은 마음인데 ‘좋다’고 말씀들 해주십니다.” 조암지역에서 토마토, 감자, 양파 등 친환경농사를 하고 있다는 김태천씨의 설명을 듣고 나니 농산물 하나하나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서너 군데의 유기농매장의 농산물 가격을 취합해 보다 저렴하게 가격이 산정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선 즐겁기만 하다. 유기농 단호박 한통의 가격은 2500원, 방울토마토 한팩 5000원, 작은 박스는 1만원. 토마토 5kg 1만2000원, 크고 실한 느타리버섯 한팩과 가지런한 대파 한단은 1500원이다. 그 외에 감자, 양파, 배 등이 장터에 나왔다.
 유앤아이센터에서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장터는 규모면에서 아주 작지만, 실속으로 꽉 찼다는 걸 주부들이 입증해준다. 때마침 강좌를 마치고 나온 주부들이 순식간에 매대 앞에 장사진을 친다. 아뿔싸, 장바구니 지참은 필수. ‘친환경’이라는 모토처럼, 일회용 사용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담아갈 비닐봉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대파와 토마토를 사들고 나오는데 장터 한켠의 홍보안내판이 시선을 붙든다. 그렇게 바른먹거리에 대한 생각까지 덤으로 챙겨왔다.   
 
  
 
천천동 베스트타운 목요알뜰장터-시골장 같은 토속적 풍경, 먹을거리까지 풍성
 생선, 과일, 건어물, 야채, 의류, 속옷, 신발, 화장품, 가방, 자전거 수리, 금은보석, 떡볶이 등 30개가 넘는 품목들이 천천동 베스트타운을 가득 메웠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에 무엇부터 보고 무엇부터 사야 할지, 마음만 분주해진다.
 뭐니뭐니해도 아파트 알뜰장터의 매력은 시끌벅적한 장터의 생생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인근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실습을 나올 정도’라고 베스트타운 알뜰장터 운영자인 <신토불이> 차준호 총무가 귀띔한다. “‘아파트 알뜰장터’로 치자면 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입찰제로 운영되면서 정돈된 모습을 갖춘 건 그리 오래 안됐죠. 싸고 맛있고 믿을만하니까 마트에 안가시고 일부러 장서는 날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긴 리포터도 소문을 듣고 베스트타운 알뜰장터를 찾았으니, 인근 지역에서 차를 끌고 와 장을 봐가기도 한다는 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알뜰장터의 흥망성쇠(?)는 야채가 좌우한다는데, 단연 야채코너는 주부들로 붐빈다. 느타리버섯 1kg에 3000원, 오이 5개 2000원, 큰 애호박 2개는 1000원이다. 이웃한 과일코너에선 전남 영광군에서 생산한 오디로 만든 청일뽕오디즙 시음 중. 한마음 영농 권미자씨는 “과일판매하시는 분이 우리 도련님인데 한번 홍보 좀 해보라고 해서 군청의 도움 받아 잠깐 오게 됐다”고 한다. 친절하게 오디즙 2봉까지 챙겨주시는 권씨의 인심에 횡재한 기분. 여기에 또다른 즐거움인 먹을거리, 탕수육이 발길을 붙잡는다. 주방장이 9년이란 노하우로 만들어낸 특제 파인애플 소스 덕분에 베스트타운에 들어온 지 3주 만에 인기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보성 녹돈 돼지로만 만들어 믿을만하고 맛도 고소, 담백하다. 특대(550g,1만원)부터 대(430g,8000원),중(260g,5000원),소(150g,3000원)까지 준비되어 있다.
 먹을거리 얘기가 나왔으니 ‘국’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워낙 인기라 아예 이른 아침부터 예약을 하고 가는 주부들도 적지 않다. 뉘엿뉘엿한 저녁 무렵, 추어탕이랑 뼈해장국은 이미 동이 났고, 두 번째 끓여냈다는 우거지해장국과 육개장도 조금 남아있었다. “그러게~, 아까 올 걸...” 추어탕을 사러 왔던 주부가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장터에서 직접 국을 끓이다 보니 이런 점을 믿고 손님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며 김종민씨는 감사하다는 말로 마음을 표현했다. 호주산 쇠고기 양지를 넣고 푹 끓인 국물에 고사리, 숙주 등 아낌없는 재료가 육개장의 맛을 더해주는데 2인분에 4000원, 3~4인분은 6000원이다. 어머니들 같은 손님을 친절하게 응대하며 환한 미소까지 잃지 않는 모습도 비결이 아닐까. 육개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엔 일찌감치 추어탕도 사리라, 마음먹는다. 어, 이러다가 장터에 중독되겠는 걸~.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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