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의학칼럼- 십장생한의원>

지역내일 2001-10-18
친구야 건강하게 살자
십장생한의원 강진석원장



고교시절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우정을 지속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생긴 것만큼이나 마음도 넓은 그 친구는 초등학교 1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늘 친구처럼 대해주었다. 그런 그가 좋아서 까까머리 고교시절 주말이면 모악산 금산사 송광사등을 함께 찾았으며 여름이면 그 친구네 복숭아 과수원을 찾아 잘 익은 복숭아만 골라 따먹고 시원한 원두막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잘 생기고 듬직한 그 친구가 믿음직스러워 난 알고 지내는 후배 여학생을 소개 시켰고 그 둘은 7-8년 연애 후에 결혼을 했다. 학군장교로 직업군인이 된 친구와 후배는 둘 다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어서 언제 만나도 늘 웃음 가득한 얼굴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곤 한다. 전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자주는 아니지만 언제나 전주에 내려 올 때면 잊지 않고 찾아와 식사를 함께 하고 올라가곤 했다.

이번 추석에는 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추석이 얼마 지난 다음에 내려 왔다. 1년 전에 비해 살이 많이 찐 친구는 여느 때와 달리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타고난 건강체인데다 워낙 운동을 즐겨하므로 건강이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번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이 나왔단다. 그래서 재검 판정을 받아 혈압 약을 먹고 겨우 통과되었는데 군의관과 상의한 결과 지속적으로 혈압 약을 복용하라는 권유를 받았단다.
"한방 적으로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고 걱정스레 묻는 친구에게 우선 체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키가 173cm인 친구의 체중이 93kg으로 적정체중보다 무려 13kg이나 초과되었으며 0.75-0.85정도가 표준범위인 복부 지방율은 0.95로 복부비만이 심한 상태였다.

친구가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이다. 보직이 바뀌어 아침 6시 반에 출근하면 빨라야 밤 12시에 퇴근이며 보통 새벽 1시나 2시가 되어야 퇴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의 대부분이 하루 종일 앉아서 하는
일이므로 거의 움직이는 일이 별로 없고 또 빠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다. 게다가 진급에 대한 압박감과 조직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를 자주 갖곤 했다.
이런 생활이 1년간 지속되자 체중이 10 kg 가까이 늘었고 이제는 고지혈증에 고혈압까지 생겼다.

크게 걱정하는 친구를 안심시키고 우선 갑자기 불어난 체중부터 줄이기로 했다. 고 칼로리 음식을 가릴 것, 특히 밤늦은 시간에는 절대 음식을 먹지 말 것, 그리고 하루 한시간 이상 걷는 등의 적당한 운동을 매일 할 것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식욕조절과 체지방 분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약을 복용하도록 했다.

"오늘부터 굳게 마음먹고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조절에 힘쓰겠노라" 다짐하는 친구의 얼굴에 힘겨운 40대의 고뇌가 스친다. 워낙 낙천적인 친구지만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까지 떨칠 수는 없나 보다. 불안한 직장생활 자식들 뒷바라지 그리고 노후설계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실치 않은 40대라면 몸이라도 건강해야 될 것 아니겠는가.
하루종일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 이라는 평범한 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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