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껴보는 재미 … 신나는 과학 속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신정동의 한 아파트. 민현주 하연영재과학 목동지국 강사와 서준식(초등 5)군과 김경호(초등 5)군이 화산폭발 실험을 진행했다. 화산을 표현하기 위해 산 모양을 먼저 만들고 삼각 플라스크에 뜨거운 물을 붓고 베이킹파우더, 소다를 넣은 뒤 붉은 식용색소를 넣고 흔들어준다. 그 위에 식초를 떨어뜨렸더니 부글부글 끓으면서 ‘펑’하고 화산이 폭발한다. 멈추지 않고 마그마가 분출되는 모습을 보며 두 학생은 “와, 정말 되네. 신기하다”는 탄성과 함께 식초를 붓고 또 붓는다. 실험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화산폭발의 원리도 찾아본다. “탄산수소나트륨이 주성분인 소다와 아세트산이 들어 있는 식초가 반응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것에 의해 마치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에 이어 용암과 마그마의 차이도 알아보면서 초등 5학년 교과과정을 정리한다.
평소 꾸준한 실험으로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고 있던 아이들은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개구쟁이 두 아이들은 현무암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심지어 혀에도 대보면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생각하고 실험하며 과학과 친해진다.
올해 새롭게 바뀐 초등 3, 4학년 과학교과서가 실험과 탐구활동 중심으로 바뀌면서 재미있는 놀이나 실험을 통한 과학 공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에 대해 관심이 없던 아이라도 이론이 아닌 실험을 통해 원리를 보여주면 사물을 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게 된다”고 소개하는 하연영재과학 목동지국 민현주 강사, 아이들이 과학과 친해지지 않을 수 없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좌충우돌 과학실험
외국인 회사에서 비서로 오랫동안 근무하다 결혼을 한 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서 온전히 아이들만 돌보는 주부가 되어버렸다는 민현주씨(44, 신정동). 2년만 머물다 돌아오려 했지만 IMF가 터지면서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막상 돌아와서 보니 아이들을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았다. 그 때 선택한 것이 ‘방과 후 과학실험교사’였다.
“‘방과 후 교사’는 혼자 모든 실험 과정을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의 평가와 보고서 등 제출할 과제들이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거느리고 실험을 하는 것이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결코 만만치 않은 실험을 5년 동안 하면서도 너무나 즐거웠다는 그녀. 하지만 이 일도 잠시, 아이들에게 적응되고 업무가 손에 익어갈 때쯤 셋째가 태어나 계속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 후 선택한 것이 하연영재과학의 방문교사. 하연과학은 학년별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방과 후 교사 때보다는 준비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더구나 모든 강사들이 매주 월요일 모여 일주일동안 해야 할 실험을 미리 해보고, 재료에 따른 변수도 토론하고 대책도 세우면서 함께 어려움도 나눌 수 있어 외롭지는 않았다고.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동료가 있기에 쉬웠다”는 민현주 강사. 하지만 결코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다른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정작 내 아이는 밀어놓게 된다”며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시작했는데 수업시간을 맞추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아이를 못 챙기게 된다”고 안타까움을 전한다. “지난 학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양초 실험을 했어요. 양초를 녹이면서 질량과 부피의 변화를 실험하는 건데, 제가 지도한 아이들은 학교 시험에서 맞았는데 정작 내 아이는 틀렸을 때 참 난감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목동 엄마들과의 과학 이야기
민현주씨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교사 자녀들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 인기 배우 최명길씨의 아이들도 있다. “그 분도 목동 엄마답게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자기주도학습법도 배우러 다니고 아주 적극적이세요.”
주로 목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목동 엄마들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목동 엄마들이 아이들 케어를 참 잘해요. 주입식·암기식보다는 체험 위주의 교육을 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목동 엄마’라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 시간 관리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한 나머지 선생님의 시간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단다. “제가 중간에 시간이 비어서 조금 당기거나 늦추자고 하면 대게는 싫어하셔요. 아이들 스케줄에 맞추어 수업하길 원하니까 저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 힘들 때가 있어요. 조금만 양보하면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데, 그래서 신학기 시간표를 짤 때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식물도감이 너덜너덜해질 만큼
때론 과학 실험이 ‘폭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실험의 과정들이 세상을 바꿀 신물질을 발견하기도 한다지만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실험에서는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2년 전 쯤에 알코올램프를 이용한 실험을 하는데 상이 기우뚱 해지면서 알코올이 쏟아지면서 불이 났어요. 알코올은 다 탈 때까지 꺼지지 않는 성질이 있어 불을 끄기 위해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지금도 방바닥에 탄 자국이 남아 있어요. 그 후로 알코올 수업 때는 항상 소화기를 가져다 두고 한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한다. 그 외 암모니아 냄새를 직접 맡으면 안 된다고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가 코를 갖다 댔다가 쌍코피가 터지면서 뒤로 벌러덩 넘어진 이야기며 전자석 달구는 실험 도중 뜨거운지 만져보다 데인 이야기, 인두를 사용하다 살까지 타버린 이야기 등 4년이란 기간 동안 여러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책 한권을 쓸 정도란다. “지나보면 모든 게 추억이 되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힘들었고 아직도 생생한 기억들이 많아 언제나 조심조심 실험에 임한다”며 미소 짓는다.
현재까지는 초등학교 과학실험만 담당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실력을 키워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민현주 강사. 생물실험을 위해서 옥잠화, 명아주, 강아지풀에 정신이 팔려 땅만 보고 다니기도 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식물도감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공부를 하며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희망찬 미래를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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