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진 그들의 신나는 삶의 현장
예전 못지않은 건강, 그리고 풍부한 사회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2막을 열어가고 있는 시니어 세대들. 이제 ‘인생은 60부터’가 아니라 인생은 70, 80부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은퇴 후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사회에서 새로운 역을 맡음으로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어르신들, 그들은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진 고양시니어클럽 ‘뻥만세’ 사업단 어르신들이다.
노동부 제1회 사회적 기업 성공수기 공모에서 사회적기업협의회장상 수상
주교동 611-7번지 뻥만세 사업장에서는 연일 뻥튀기를 만드는 소리와 어르신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예전 중국 고사에 매일 새장의 모이를 주면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주는 모이만 먹고 지내는 새를 부러워하는 한 사람이 있었단다. 하루는 그 아버지가 소원대로 아무 일 하지 않고 주는 밥만 먹고 지내라고 아들을 새장에 가두자 며칠 못가 아들이 그만 제발 일하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이야기가 있듯 인생의 樂중에 일하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을 터. 이곳에서 일하는 시니어들의 얼굴에는 은퇴 후 다시 찾은 일하는 즐거움과 보람에 활력과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2008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16명의 어르신들이 70여 개의 무인판매대를 운영하고 있는 뻥만세 사업단은 지난 7월 노동부의 제1회 사회적기업 성공수기 공모에서 사회적기업협의회장상을 받았다.
‘뻥만세’는 열심히 또 즐겁게 일하는 어르신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매출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고양시새마을회관 3층 쪽방에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반장을 맡고 있는 김상식 어르신(75세)은 “모두들 힘들게 일했지만 초기에는 뻥튀기가 팔리지 않아 한 달에 돈 몇 만 원 정도 밖에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열악한 환경과 적은 보상, 좀체 오르지 않는 매상으로 초기 합류했던 몇몇의 어르신들이 중도포기를 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어르신들만의 삶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법. 정성과 열성을 다하면 언젠가 성공하리란 믿음으로 사업단 관리자와 남은 어르신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지혜를 모았다고. 이들 사업단이 매출 증대의 물꼬를 튼 계기를 만든 것도 바로 어르신들. 첨여 어르신들은 매일 직접 생산량을 체크하며 기계의 노화와 고장을 방지해 나갔고 갓 튀겨 나온 뻥튀기를 손수 꾹꾹 눌러 기포를 없애는 등 생산라인을 고민하고 점검했다. 그 결과 뻥튀기의 두께와 씹는 질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성공했고 한결같은 뻥튀기의 맛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생산방식과 포장 등 표준화된 제품 생산으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 발전기틀 마련
어르신들의 노력은 생산과정과 맛뿐이 아니라 스티커와 포장지 등 ‘뻥만세’만의 표준화된 제품생산 등을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뻥튀기 생산라인이 틀이 잡히기 시작하자 고양시니어클럽 실무진들과 논의를 거쳐 무인판매대를 설치, 지금까지 각동 주민자치센터, 은행, 음식점등을 통한 무인판매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인판매대에 의한 수입이 증가하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기 시작하면서 뻥만세 사업단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김상식 어르신은 “참여 멤버들이 모두 자기 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짜내 뻥튀기의 포장, 스티커디자인, 무인판매대 디자인, 영업계획, 제품 납품계획, 수금계획 등을 차례로 개선해나갔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내부생산라인과 판매, 납품, 수금, 기획 등의 외부 영업라인으로 업무체계가 잡혀 자연스럽게 업무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16명 멤버들의 소질과 특성 살려 업무분담, 시니어일자리사업의 롤 모델이 되다
16명 시니어들의 신나는 일터로 자리잡은 ‘뻥만세’. 어르신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업무분담이 이뤄져 월초 휴가계획 작성 등을 통해 일하면서 즐기는 달콤한 휴가를 기다리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다. “매일 놀다보면 휴식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나요. 열심히 일한 뒤에 맞는 짧은 휴식의 단맛, 우리도 아들며느리 못지않게 바쁘게 지내다 맞는 휴일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신나게 인생2막을 살고 있지요”
그중에서도 반장 김상식 어르신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뻥만세 기계에 관한 한 맥가이버와 다름없는 존재. 타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견학 오면 직접 뻥튀기 제조노하우와 기계사용법, 운영방식 등을 직접 설명해 줄 정도로 풍부한 생산노하우를 갖고 있다. “우리 집이 미싱 공장을 해서 기계는 어릴 때부터 익숙했어요. 철의 성능에 대해 좀 알지. 그 덕분에 사소한 고장 정도는 손볼 수 있는 정도예요.” 김상식 어르신은 사소한 기계고장 등은 굳이 무상AS지원을 받기로 한 연계기업을 부르지 않고도 척척 해결해 뻥만세의 맥가이버로 통한다.
어르신들이 열의를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여느 노인 일자리사업보다 고양시니어클럽의 배려로 자체적인 업무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 그만큼 애정과 열의가 남다를 수 밖 에 없는 것. 그리고 보다 더 나은 직무수행을 위해 매월 다양한 교육과 정기회의를 갖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직무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곳이 없다보니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커리큘럼과 교안이 부족해 재교육방식을 도입, 반장 및 그룹 리더가 외부교육을 받은 뒤 사업장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다시 실시해 소양을 키워나가고 있다.
뻥만세 사업단 어르신들은 또 사회후원서비스를 통해 직접 만든 뻥튀기를 지역복지단체와 기관, 요양원들에 후원, 이 과정을 통해 직접 땀 흘려 일해 돈을 벌고 이웃을 돕는 일에도 열성적이다. 2010년 1월부터 5월까지 고양시 주변 기관 단체를 통해 350명에게 뻥튀기를 후원해 단지 일하고 돈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뻥만세. 김상식 어르신은 “현재 70여 개의 무인판매대를 올해 연말까지 100여 개로, 내년 상반기엔 130여 개로 늘려나가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다. 이 정도면 단순한 노인일자리사업이 아니라 비즈니스 우먼, 비즈니스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오늘도 주교동 611-7번지에서 만들어진 뻥튀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니, 혹 길에서 고소하고 바삭한 그들을 만나면 부디 외면하지 마시길....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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