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책을 잘 읽을 수 있나요”
“독서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업 특성상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의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사는 이때, 반갑고 유쾌하면서도 난감한 질문이다. 대학 입학사정관제나 외고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독서이력제와 맞물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독서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높아지는 관심과 요구에 비해 만족할 만한 지침(?)이나 안내지도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소설가 김이경은 칼럼에서 필독서와 독서이력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획일화된 입시용 독서교육의 부정적인 측면을 걱정스러워 했다. 획일화된 권장도서와 독서이력관리가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책을 멀어지게 하지는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다. 김이경의 결론은 “책을 선택하고 읽을 권리는 아이들에게 있다. 독서 교육 하지 맙시다”였다.
고교 국어교사 생활 20년째인 한 친구는, 독서교육에 대해 비슷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학교와 가정이 10대의 책읽기에 대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TV, 책을 말하다”같은 의미 있는 TV 프로가 시청률 때문에 폐지되는 사회풍조에 대해서도 개탄한다(이 친구는 김갑수와 함께 “책을 말하다”의 단골 패널 중 하나였다).
이렇듯 서있는 자리에 따라 약간의 농도 차이는 있지만 걱정의 시작은 다르지 않다. 책을 펼치지 않는 청소년에 대한 우려에서 고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민의 해결책도 알고 있다. 책읽기가 즐거워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책읽기가 즐거워질지만 알면 되는가? 그렇기는 한데 그게 쉽지 않으니 다시 고민의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책을 많이 읽는 학생에게 “어쩌다 그리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하고 물으면, “글쎄요. 그냥 재밌는 걸요” 라는 재미없는 대답이나 돌아 올 게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리 되었다는 게 맞다. 올바른 독서습관이 유치원, 초등생 시절에 확립되는데, 독서교육에 어떠한 의도가 작동하더라도 아이는 그냥 재미있어서라고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작금의 독서교육 현실에서는) 어쩌면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나 분위기가 학생의 독서습관에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는 추측을 덧붙일 수는 있다. 그러면 그 시절을 그저 그렇게 보낸 중고등학생들은 어찌해야 하느냐고?
이제 중고등학생들이 책과 다시 가까워 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 두 가지만 얘기해 보려고 한다. (초등생 시절의 독서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물론 이마저도 절대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또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그저 그런 얘기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게 어디 책읽기뿐이겠는가.
#학생중심의 책 고르기
독서의 중심은 자신이다. 선생님들과 출판협회, 문인협회, 대학 등에서 추천하는 많은 필독서 목록이 있으나 학생의 개인적 고뇌나 관심과는 거리가 있다. 그야말로 입시를 위한 강박적 책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권장도서가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학생이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정서나 심리상태에 부합하거나 내적욕구를 고려한 책에 흥미를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울할 때나 기쁠 때, 낙심한 때나 새 희망을 찾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나 실연을 당했을 때, 우리는 각각의 시기마다 ‘바로 그 어떤 책’을 찾아 읽고 싶어 헤매지 않았던가. 많은 추천도서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을 고를 수 있다면 일단 성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라도 선생님과 부모는 학생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아울러 학생이 고른 책이 어른 눈에 차지 않더라도 일단 학생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것도 잊지 말자. 그 책이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 나중에 슬그머니 돌려 지적해줄 수도 있다.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준 어른의 이야기라면 듣는 학생도 신뢰하고 자기의 판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될 것이며, 책 고르기에도 점점 더 신중해질 것이다. 물론 좋은 책과 만나는 즐거움도 함께 쌓여가겠지. 가족 간에 대화할 기회가 없는 요즘, 책으로 부모를 읽게 하자” -위 국어교사
#함께 읽기
아무리 재미있는 놀이도 혼자서는 재미없는 법이다. 축구도 영화감상도 물놀이도 그러하다. 컴퓨터 게임조차 그렇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하더라도 남들이 안하는 게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무도 축구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축구에 관심을 갖겠는가? 10대 때에는 몇 명만 모여도 재미있는 게임을 스스로 만들고 노는 재주를 갖고 있다. 책에 관심이 별로 없어도 주위 친구들 사이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은 읽게 마련이다. 그래야 친구들과 말을 섞을 수 있으니까.
셋도 좋고 다섯도 좋다. 같은 책을 읽어도 좋고 각기 다른 책을 읽어도 좋다. 일주일에 한 번도 괜찮고 한 달에 한 번도 괜찮다. 책을 함께 읽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모을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면 된다. 옆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어른이나 형, 누나가 있으면 더욱 좋다. 그러면 그들은 스스로 책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팀 이름을 정하고 읽을 책을 정하고 주제토론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책이, 아니 책을 읽고 만나는 친구들이 즐거워지면 책읽기는 숨은 그림 찾기가 되고, 철학이 되고 게임이 된다. 책을 친구로 만드는 것보다 친구를 책으로 만드는 게 쉽다.
부모를 위한 추천도서 - “푸른 영혼을 위한 책읽기 교육” 허병두 지음 청어람미디어 펴냄
문의 조동기국어논술 영통캠퍼스 031-273-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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