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보경 원주시의회 의장
“권위주의 뿌리 뽑고 시민 곁으로 가겠다”
첫 민주당 소속 원주시의회 의장 ··· “시장과 같은 당이어도 거수기 안하겠다”
- 원주시의회 역사상 첫 민주당 소속 의장인데.
원주시의회가 시작된 지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의원이 시의회 의장이 됐다. 민주당은 기회이면서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시민들이 민주당을 선택했을 때 정말 시민 곁으로 가는 의정 활동, 차별화된 정치 활동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자멸하고 말 것이다. 철저하게 기초부터 다져나갈 생각이다. 나부터 의회의 권위주의를 깨뜨려 나갈 생각이다.
- 취임 초기부터 탈권위주의 노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의장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의원들도 권위주의를 갖지 않는다. 저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의회도 권력을 가진 자리다. 부정부패는 권위주의에서 나온다. 이를 벗어나야 시민 곁으로 갈 수 있다. 조심을 많이 해야 한다.
개원식 때 예전엔 고급식당에서 고급 음식을 먹으면서 식사를 했다. 이번엔 구내식당에서 찌개 끓여놓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편성된 예산인데 그냥 써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로는 주민들 곁에 다가가기 힘들다. 처음부터 살을 빼야 한다. 의장 승용차도 예전에 그랜저나 체어맨 등 고급 자동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반떼급인 친환경 승용차 하이브리드로 바꿨다. 색깔도 권위주의적인 검정색을 피했다.
점심식사도 재래시장에 있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식당을 이용할 계획이다. 수백만 원씩 점심식사에 쓸 이유가 없다.
- 생활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생활정치에 대한 생각과 구체적인 실천방도를 듣고 싶다.
의정 목표를 신뢰받는 생활정치의 구현으로 잡았다. 사실 생활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가까우면서도 다가가기 먼 단어다. 많은 정치인이 생활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기본을 망각한 정치인이 허다하다. 6대 의회야 말로 생활정치의 구현이 무엇인지를 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제일 먼저 추진할 사업이 발로 뛰는 생활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원 2인이 매일 나와 민원을 받았는데 별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일 시민이 있는 현장으로 가자는 것이다.
원주시가 운영하고 원주시민이 이용하는 각종 공공시설을 매일 다니자는 것이다. 그게 생활정치라고 본다. 매일 2곳 이상을 다닐 것이다. 시민들의 이용 현황과 불편 사항을 체크해 우리 시가 더 추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다.
시민의 만족도도 조사할 예정이다. 만족도가 떨어지는 곳은 사용 금지하거나 예산 배정을 낮게 할 작정이다. 물론 만족도가 높은 곳은 예산을 더욱 배정할 계획이다.
- 그동안의 의회를 평가한다면.
5대 의회 때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각종 조례안을 만드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들어 일부 의원이 비리에 연관되는 등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6대 때는 의정방침을 일하는 의회, 시민 곁에 다가가는 의회, 시민에게 사랑받는 의회를 만들 것이다. 시민들이 정말 내가 잘 뽑았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의회가 성장해야 할 것이다.
- 시장과 의장이 같은 당 소속이라 감시와 견제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시민이 이 부분을 걱정하는 것으로 안다. 시장이 젊어진 만큼 우리 시도 젊어져야 한다. 개혁이라는 게 말 그대로 있었던 것을 뿌리 뽑는 게 아니다. 정말 잘못된 습관이나 행정 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라고 본다.
시장도 3대 의회를 함께 해 서로 잘 알고 있다. 같은 당이라고 무조건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원 시장이 잘 알고 있다. 서로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자기 맘대로 시정을 이끌어가지 않을 것이다. 시의회에서 정치를 시작한 만큼 의회와의 공존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도 시장이 새로운 결정이나 구상을 하면 곧 공부를 한다. 의회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공부를 한다. 그래야 찬성이든 반대든 의회의 대책이 나오지 않겠나. 두리뭉실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이 아버지 역할을 한다면 시의회는 어머니 역할을 한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좋은 실천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나의 사안이라도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 시장 취임 한 달이 넘었다. 평가한다면.
시민 여론을 보면 원창묵 시장 취임 이후 각종 사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기열 시장이 사업을 구상했을 때와 원 시장 때는 경제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아마 시민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기열 시장 때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가 원주로 결정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올라갔다. 택지 개발을 하면 분양이 됐다. 하지만 지금 택지 개발을 하면 그 땅이 팔리겠나. 2지구 사업만 해도 평당 분양가가 300만 원에 이른다. 원주시와 한국 경제 여건에서 일반인이 평당 300만 원을 주고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손해가 날 판이다. 시장과 집행부가 진짜 머리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정말 대규모 공사는 할 때가 아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아버지가 아니라면 어머니라도 당연히 말려야 한다.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겨우 1년 앞도 못 보고 이런 정책을 세웠다. 시민이 큰 재산을 맡겼으면 아무리 시장이 하라고 해도 말렸어야 했다.
의회 차원에서 좌시하지 않겠다. 대안을 가져와야 한다. 원금도 못 찾으면 민간이라면 거지가 된다. 부도가 난다.
- 구상하는 새로운 의회 시스템 중 대표적인 부분이 무엇인가.
다문화 가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다. 원주만 해도 8%가 다문화 가족이다. 갈수록 커지는 다문화 가족을 위해서라도 의회가 어깨동무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의정 모니터 요원으로 추천을 받아 참여시킬 것이다. 우선 의정모니터 요원을 하고 시에 손님이 찾아오면 통역관으로 자원봉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원주시의회 구성을 보면 여야가 정확히 반반이다.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당은 다르지만 의회에서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다. 한나라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의원은 확실히 도와줄 것이다.
우리 원주시의원을 생활정치의 스타로 만들기 위해 뛸 것이다. 시민에게 꽃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다듬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난 4년간 낙선 기간을 보냈다. 그 기간에 주민들 옆에서 본 주민들의 소망은 내 골목 내 동네가 항상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고 가족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동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생활정치다. 주민 회초리의 매운 맛을 알았다.
지금 의회는 여야가 11명과 11명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본다. 일당 독식하는 것을 막은 것이다. 독점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른다. 민주적으로 의회를 운영하라는 주민의 명령으로 받고 있다.
애정을 갖고 보아 달라. 사랑받고 신뢰받는 의정상을 보여줄 것이다.
한남진·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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