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시니어가 사는 법

용인성폭력상담소 양해경 소장

지역내일 2010-08-17

나이 50에 인생의 출발 선에 다시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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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년, 그전에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50의 나이가 된거죠. 불현듯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모든 활동을 접었어요. 스스로 은퇴를 한 거죠.”
(사)사람과평화 부설 용인성폭력상담소 양해경(58ㆍ용인 구갈동)소장의 인생 마디를 결정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지금은 강남대 대우교수와 사단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으니 ‘쓰리 잡’을 하고 있는 맹렬활동가지만 불과 8년 전에는 그 스스로 현역인생에 종지부를 찍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1년을 쉬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소 30년은 더 살아야 하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내가 활동을 접을 나이가 아니구나…”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무렵인 36살에야 비로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
여성민우회 초창기 멤버로 8년 동안 일반 회원으로 지내다가 95년부터 7년간 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성상담소’ 소장으로 지내며 하루하루 무섭도록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 그이가 남편의 고향인 용인에 와서 뭔가가 정지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슴 밑바닥부터 갑갑증이 올라왔음을 실토한다. 나이 50을 넘겨 인생의 출발 선에 다시 서게 된 이유다.

인생은 대나무와 같다
스스로 인생을 대나무에 비유하는 양해경 소장. 청소년 시기를 거쳐 대학까지를 한마디, 결혼해서 아이 키우며 지냈던 시기가 또 한마디, 이후 할머니가 되면서 또 한마디가 시작됨을 느꼈단다. 
아직도 심하게(?) 많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50을 넘긴 나이에 진로를 고심했고 그때부터 인생의 장기적인 설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용인에서 다시 상담활동을 하고 성교육을 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해나가니 하나둘 사람이 모였고 그렇게 용인성폭력상담소도 꾸려지게 되었다.
“일자리, 활동범위는 자기가 만들어내는 시대예요. 저 또한 스스로 일자리를 만든 경우에 해당하고요. 무작정 모두 갖춰진 곳에 취업만 하려고 하니 어려운 거에요. 처음에는 조금 어렵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회적 활동을 하다 보면 일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이 대목에서 대뜸 상담소 한편에 마련된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인형 만들기 작업에 여념이 없는 성교육 인형극 강사들을 소개해 주는 양 소장.
“이분들도 처음엔 작은 사회활동으로 첫발을 내딛은 거부터 시작했죠. 성교육 강좌도 듣고 공부도 하고 세미나도 하면서 하나하나 경력들을 만들어갔고 지금은 베테랑 성교육 강사들이 되신 분들이에요. 처음엔 자원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출강 요청을 받아 강사료도 받는 분들이 되신겁니다.” 

조용하고 평안한, 일과 쉼이 하나 되는 노후 꿈꿔
용인에서 활동을 재개하면서 기본 업무인 성상담부터 예방사업, 경기도 12군데 미혼모 시설 성교육 강의, 용인 관내 학교에 성교육 및 인형극 활동. 또한 직장 및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 활동과 청소년 쉼터, 군부대 성군기사건 예방 교육 등등.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온 7년이었다. 어느덧 그의 나이 60을 바라보면서 또 한 번의 마디인 인생 후반전 구상을 하고 있는 양 소장. 집단과 계층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는 요즘, 그가 준비하고 있는 구상은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일이다.
“유엔에서는 미래사회에 ‘판사’는 사라질 직업이라고 예견해요. 법정에 가기 전에 미리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해서 조절하는 기법들이 많이 생기고, 또 그것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거죠. 애써 파국으로 치달아 감옥으로 보내봐야 또 다른 갈등만 낳을 뿐이죠. 진정으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을 배우고 치유가 되는 겁니다.”
앞으로는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줄 수 있는 치유의 장, 중재의 장, 평화의 장이 필요해질 거라 확신하는 양 소장. 그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여주에 부부가 살 수 있는 전원주택을 짓고 있단다. 그것도 남편 주위 한의사나 미술가 친구들 꼬셔(?) 함께 내려갈 작정이다. 또다시 활동을 접자는 생각이 아니다. 그야말로 쉼~을 만들어내는 쉼터를 만들어 사람들이 오면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느긋하게 상담해주고, 편안한 조력자가 되어주자는 것이 그이의 인생 최종 플랜인 것.
“계획을 잘 실행하기 위해 앞으로 2~3년은 쉼에 대한 공부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경험해 보면서 준비를 잘 해야죠. 노후에 자기 삶을 영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다고 봅니다. 그것을 찾아서 하면 되는 거죠. 저는 시골 마을의 자연 속에서 저만의 일을 만들어 낼 거구요.”
지금처럼 회오리 같이 몰아치는 일들을 어떻게 뿌리치고 가겠느냐는 질문에 “욕심을 버리면 가능하다”고 응답하는 양 소장. 젊어서 치열하게 살았으니 나이든 지금은 치유의 삶을 조용히 살겠노라고 선포 아닌 선포로 확언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바뀌는 것 같아요. 조용하고 편안한 미래, 제 노후와 일이 하나의 치유로 일치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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