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도서관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유엔스텝재단은 아프리카 각국에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 사업을 2007년 10월부터 추진, 지난 4월까지 총 11개국에 73개의 도서관을 건립했다.
도영심 유엔스텝재단 이사장은 “무조건 어렵다고 지원하고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이용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곳에 도서관이라는 작은 선물을 하고 왔다. 그런 곳은 아이들과 지역주민의 힘으로 도서관이 유지가 된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만들어진 곳은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토론하는 공동의 장이 형성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이들이 똑똑해지면 통치하기 힘들어진다”며 반대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학습 욕구를 꺾기는 힘들었다.
도서관 사업이 성공한 것은 상향식 접근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은 학교나 마을센터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건물에 설립했다. 그리고 지역주민이 필요한 도서목록과 시설을 선택한다. 모든 것이 아프리카 현지인의 뜻대로 결정된다.
도 이사장은 “작은 도서관 건립 사업의 성공은 수혜지역 아이들과 도서관원,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활발한 참여에 달려있다”며 “건립 후 재단과 수혜지역 단체와의 협약으로 재방문하는 등 사후 관리를 통해 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가나의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 건립 이후 기초교육평가 성적이 2007년 80%에서 2008년 90%로, 그리고 지난해 97%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보코비 마을의 아이들 영어실력은 2007년 59%에서 2009년 72%로 높아졌다.
특히 이 사업은 한국의 주요 기업과 기관이 협력해 지속적인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의 현지 파트너는 해당 국가의 정부기관, 특히 관광부와 학교장 등이다. 이와 함께 한국측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제협력단(KOICA), 국립중앙도서관, 대한전문건설협회, 국민은행, 포스코 등이 참여하고 있다.
탄자니아와 우간다에서 진행중인 ‘코리안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는 스텝재단과 한국국제협력단, 경상북도가 후원해 8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현지 국가의 한국에 대한 호의도 역시 높아져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3800만 명, 남 아시아에서는 1800만 명의 초등교육 대상자 아이들이 학교에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은 빈곤퇴치에 있어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에 있어서도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은 한국이 가장 잘 보여줬다.
교육을 통해 개인과 사회, 국가가 모두 변화하는 도서관 혁명이 아프리카 곳곳에서 시작돼 앞으로 도서관 추가 건립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인터뷰]UNWTO ST-EP재단 도영심 이사장
“도서관 설립에 3천만원 … 재원자립 필요”유엔스텝(UN ST-EP)재단 도영심 이사장은 매년 10회 이상 아프리카를 찾는다. 매달 한 번씩은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올해에는 작은 도서관 사업을 위해 가나를 오갔다.
도 이사장은 “아프리카에는 지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도서관을 통해 스스로 문명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곳에 중점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한국을 지원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하게 한 빈곤퇴치 운동과 경험이 바탕이 됐다.
도서관에서 시작한 일은 다양한 문화사업으로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 아이들로 구성된 다국적 어린이 합창단(ACS)이다. 교육의 가치와 이익을 확대함과 동시에 풍부한 기회를 통해 아프리카를 역동적인 대륙으로 만든다는 설립 목표를 세웠다.
현재 아프리카와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 설립한 작은 도서관은 모두 73곳이다. 도 이사장은 100곳의 작은 도서관 설립을 목표로 세웠다. 앞으로 27곳을 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후원을 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나지 않아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 이사장은 가나의 카카오 농장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들이 초코렛의 원료인 카카오 농장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것을 바꿔보기로 했다. “가나에서 생산되는 초코렛을 먹어 보니 정말 맛있었다. 이를 가공해 품질 좋은 초코렛으로 만들어 내고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도 이사장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어 죽는 현실에서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무슨 도서관 타령이냐”는 목소리에 “도서관 건립은 또 다른 생존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작은 도서관의 사회적·경제적 위치를 이렇게 정립했다. “도서관이 들어서면 그 지역은 하나의 문화공동체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과 경제가 생겨나고, 자립의 기반도 형성되는 것을 봤다. 도서관은 문화적 생존 방식일 뿐 아니라 육체적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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