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석탑 해체과정에서 ‘금제사리호’ 등 국보급 백제유물 683점이 쏟아져 나왔다. ‘백제문화권 중심도시’를 자처했지만 공인된 유물(?) 부족으로 애를 태우던 익산시는 쾌재를 불렀다. 출토된 유물에 초점을 맞춰 특별전을 열고 익산시 상징도 바꿨다. ‘국내 고도 보존지역에서 국립박물관이 없는 곳은 익산뿐’이라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승격시켜 달라는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출토된 국보급 유물을 온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전시관의 격을 갖추자는 취지에서다.
문화재청은 최근 국가 귀속 문화재의 보관·관리청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일원화하도록 하는 매장문화재 보관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59조에 따르면 국가에 귀속되는 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문화재연구소장, 한국전통문화학교총장 등과 문화재가 발견된 지역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지사가 관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역 출토유물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박물관 승격을 주장했던 지자체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익산시 뿐 아니라 서울시와 부산시, 대전시 등 지자체 8곳과 전북문화원연합회 등 유관기관 5곳 등 현재까지 13곳 이상의 단체가 문화재청의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매장문화재의 보관·관리청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일원화하려는 것은 문화재의 관리권 독점과 문화의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발굴되는 문화재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현재도 문화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지역 박물관에 전시하려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위탁을 받는 형태로 전시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 차원의 반대입장에 국회도 가세했다.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민주당)은 16일 국가귀속 문화재가 그 발견지역에서 우선 보관·관리될 수 있도록 시책을 강구할 것을 규정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앙박물관으로 모을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보존·전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전북도의회 배승철 문화관광건설위원장은 “보존처리가 완료된 미륵사지 출토 유물을 올 하반기쯤 미륵사지 전시관에 전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면서 “박물관으로 승격시켜 달랬더니 유물 내놓으라는 것인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14일 관리 일원화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대전 김신일 전주 이명환 기자 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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