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가는 기차에 몸을 싣다

아름다운 자연과 소소한 일상이 있어 좋은 곳, 남이섬

지역내일 2010-08-13 (수정 2010-08-13 오전 9:40:10)


남이섬 선착장 입구


서울에서 이틀째, 남이섬에 가기로 한 날은 새벽부터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날씨도 나쁜데 계획을 접을까 잠깐 고민도 했다. 실은 늦게까지 이어진 유흥으로 세 시간밖에 자지 못해 귀찮다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남이섬은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오전까지만 비가 내린 후 갠다는 기상청의 예보를 믿기로 하고, 우산 하나에 셋이 의지해 역으로 향한 시각이 아침 7시.
비에 쫄딱 젖어 도착한 청량리역은 경춘선을 타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장대 같은  비도 길 떠나는 여행객들의 설레는 마음까지 돌려세우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열차에 올라보니 입석표를 끊어 군데군데 앉아있는 청춘들이 괜스레 부럽기까지 했다.
얼마 후 고맙게도 비는 개었고 땅의 열기가 식어서인지 가평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배 멀미를 심하게 하는 딸아이는 배타고 섬에 가야한다는 말에 지레 정색을 했다. 그러나 실상은 배에 오르기 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배는 선착장에서 남이섬으로 항해(?)를 시작한 뒤 5분이면 도착한다. 굳이 다리를 놓지 않는 이유는 배로 가는 낭만을 즐기라나 뭐라나.


남이섬을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타조

남이 장군의 무덤이 있어 남이섬

남이섬은 북한강에 있는 강(江)섬으로 원래는 홍수 때만 섬으로 고립되었으나, 청평댐의 건설로 지금은 완전한 섬이 됐다. 조선 시대 무신이었던 남이 장군의 무덤이 있어 남이섬이라고 부른다.
수십 년 전만해도 황무지나 다름없던 남이섬을 이토록 멋진 곳으로 가꿔 놓은 사람은 민병도 선생(1916~2006)과 현재 남이섬의 C.E.O.인 강우현 대표. 스스로 시시함과 하찮음을 좋아한다는 강 대표는 지금도 끊임없이 남이섬을 디자인하고 있는 중이다.
연평균 입장객 150만 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남이섬은, 이제까지 진행해 오던 각종 환경 사업과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강화하고자 2006년 3월 1일 국가형태를 표방하는 특수 관광지, 나미나라공화국으로의 독립을 선언하고 현재 여기까지 왔다. 


가장 인기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남이섬을 즐기는 좋은 예, 자전거 일주

입구에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 멋들어진 중앙 잣나무 길을 시작으로 남이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침 식사를 대충 때운 우리는 얼마 걷지 못하고 바로 식당을 찾았다. 별 기대 없이 허기만 채울 요량으로 들어간 곳은 남이섬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고목 식당. 파전과 막국수를 주문했는데 이게 웬 횡재? 음식은 우리 생각과 달리 꽤나 맛났다. 기분 좋게 먹고 나니 기운 충전 완료. 서둘러 자전거 센터로 갔다.
가족 방문객이 많아서였는지 가족용 자전거는 10분 남짓 기다려서야 우리 차지가 됐다. 한 쪽은 신랑이 다른 한 쪽은 딸아이가 맡아 운전하고, 가운데 편히 앉아 섬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푸른 녹음에 둘러싸인 갖가지 자연에 흠뻑 빠져있을 즈음 육중한 무게의 자전거 운전에 신랑과 딸은 이내 지쳐갔고, 가족 자전거를 빌리려고 하던 연세 지긋한 아줌마들에게 왜 개인용 자전거를 권했는지 이해가 됐다. 굳이 가족과 함께 타지 않아도 된다면 각자 타는 게 편하다.


겨울연가 사진 전시관


겨울연가를 빼놓고 남이섬을 말할 수 없다

남이섬을 말할 때 드라마 겨울연가를 빼놓을 수 없다. 인기 있던 모 배우를 아시아 최고의 배우로 올려놓은 그 드라마 덕에 일본인들은 남이섬을 성지처럼 순례한다. 남이섬 곳곳에 드라마와 관련된 동상과 촬영 세트, 포토 존이 존재한다. 하지만 드라마 하나로 유명해진 섬이라기보다는 남이섬을 워낙 멋진 곳으로 탈바꿈시켜놓았기 때문에 드라마 촬영지로 낙점 된 게 아닌가 싶다.
숱한 드라마 속의 남이섬은 애인과 함께 거니는 낭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러나 리포터 옆자리는 멋진 애인과 두근거리는 첫 키스의 달콤함은커녕 두리번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핥는 아이와 배나온 신랑만이 대신했다. 아, 낭만적인 남이섬에 어울리는 근사한 로맨스가 있어야 완벽한 여행이 되는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자전거 타느라 땀 냄새 풀풀 풍기는 신랑이다.


남이섬 전경


아름다운 자연, 더 아름다운 여행객들

추억 만들기에 열심인 커플들, 겨울연가를 생각하며 타국까지 몸소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 행복해 보이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까지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에서는 너도나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제는 남이섬을 대표하는 길을 앞에 두고 얼마 전부터 상태가 불량해 살살 달래가며 조심스레 찍던 사진기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고장이 나버렸다는 것. 다행히 메타세쿼이아 길은 한두 장 찍을 수 있었지만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더 이상 사진기에 담지 못해 눈과 마음에 더욱 집중해서 꼭꼭 눌러 담았다. 문명의 이기가 물러난 자리에 낭만이 들어서다라는 거창한 생각을 했지만 사실 아름다운 경관을 눈앞에 두고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속이 쓰린 게 어쩔 수 없는 속마음이었다.
딸아이는 남이섬의 모든 것이 좋았는데 특히 마지막에 들른 세계민속악기전시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이국적인 악기가 꽤나 맘에 들었나 보다.


소주병을 재활용한 작품

남이섬은 오늘이 좋습니다

“여행하기에는 언제가 좋을까?” 누구나 떠나기 전 던져봤을 질문이다. 리포터 역시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 늘 하던 물음이었다. 이 질문에는 남이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문구가 정답이다.
‘남이섬은 오늘이 좋습니다’ 남이섬에 언제 가볼까라고 망설이는 여행자들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어 보인다. 맞는 말이다. 떠나기 좋을 때는 언제나 항상 바로 지금이니까.




남이섬 여행 tip

남이섬 선착장까지 들어가는 도로는 편도 1차선이라 교통 체증이 심하다. 특히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여행길이 고행길이 될 수도 있으니 일찍 서두르기를 권한다. 서울 인사동에서도 남이섬 직행 투어버스가 매일 운행되고 있다. 섬을 둘러보기에 하루로 부족하다면 섬 내 숙박시설도 있으니 참고하자.
남이섬 입장요금 : 8000원, 할인요금 : 4000원, 선박 운항은 오전 7시 30분~저녁 9시45분
남이섬 홈페이지 http://www.namisum.com




사진 및 참고 자료 제공 : 남이섬 행정청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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