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애환 ‘명절증후군’

명절 집안일 과중한 스트레스 … 남편의 역할이 중요

지역내일 2001-10-15
형곡동에 사는 직장여성 한씨는 다가올 추석을 생각하면 가슴이 막혀온다. 지난 설에는 새벽 2시에 시댁에 도착해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붙인 뒤 5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전과 고기를 구워댔다. 몇 시간째 가부좌를 틀고 앉아 일하다 보니 나중엔 오금이 저려왔다.

그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들은 방에서 물 떠와라, 과일 깎아 내와라 주방에 호통이다. 윗동서와 시누이 눈치에 잠시 쉴 틈 없이 일을 하다보니 이미 밤 12시.

결혼해서 남편이 그렇게 얄미워 보인 적이 없었다.

명절에 얽힌 여성의 피해의식이 메아리처럼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름하여 ‘명절증후군’. 전문가들이 말하는 명절증후군은 ‘과거 명절을 전후해 겪은 다양한 스트레스경험으로 명절만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과거 경험이 떠올라 다양한 스트레스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짜증, 두통, 가슴 답답증, 팔다리 쑤심, 우울 등 명절증후군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각종 여성전용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명절만 되면 명절스트레스 경험담들로 들썩거린다.

“추석, 설 명절 빼고 제사만 10번인 종가집 맏며느리예요. 제사를 일년에 한번으로 줄인 대종가도 있다는데 우리 시아버님은 언제까지 고집을 피우실지… 종손이라는 이유로 평생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할 걸 생각하면 불쌍하기까지 해요.”

“명절이면 시댁제사 없다고 애들 데리고 친정에 시끌벅쩍 다녀가는 시누이가 부러워요. 차례상 장만하느라 몸이 힘든 것보다, 시댁 눈치보느라 가고 싶은 친정 못 가는 게 더 속상해요. 명절이 정말 싫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웃는 명절’이란 추석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주부캠페인 추진본부에서는 탤런트 전원주씨가 ‘엄마도 즐거운 명절’이란 모토 아래 부른 노래테이프를 배포하기도 했다.

가족들의 이해 속에 ‘돌림제사’나 ‘명절휴식년제’ 등의 방법으로 해결점을 찾는 경우도 있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시대에는 장남 뿐 아니라 차남, 딸도 제사를 주관했던 ‘돌림제사’가 있었다. ‘명절휴식년제’는 동서끼리 일년에 한번씩은 돌아가면서 친정에서 명절을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명절증후군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본인의 노력과 가족, 특히 남편의 가교역할이 중요하다.

올 추석에는 명절 전에 “당신 또 힘들겠구나, 도울 일 없을까” 라고, 끝난 뒤에는 “당신 정말 고생 많았어”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보자. 아내의 명절증후군이 깨끗이 치유될지 모를 일이다.

홍정아 리포터 togoun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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