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은 여성들에게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하고 있다. 탈레반은 새나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놓고 기르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여성들은 각자 집의 벽속에 갇혀 살도록 강요하고 있다. 탈레반은 남자들의 성적 필요 혹은 집안일을 하는 데에서만 여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 속에 떨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공포가 밀려오기 이전부터 상상하기 힘든 고통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프간 여성들이다.
20년 전 아프간에서는 의사의 40%, 교사의 70%를 여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계속된 구 소련과의 전쟁, 내전, 그 후 들어선 탈레반 정권으로 인해 여성들은 억압적인 정책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모든 교육권과 노동권을 박탈당했다.
아프간에서 여성은 직계가족 남성의 동반없이 외출을 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보일 수 없는 것은 물론 '부르카'라고 부르는 긴 베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싸고 다녀야 한다. 발목을 가리지 않고 외출을 한다거나 길거리에서 큰소리로 웃어도 검찰로부터 채찍질을 당하기 일쑤다. 손톱에 물을 들이면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소리가 나는 높은 구두를 신어서도 안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성관계를 가져서 고발을 당하면 공개적인 돌팔매질을 당해 죽는다. 이들은 교육권이 박탈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고 누구한테서든 교육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노동권도 없어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다.
이런 아프간 여성들은 전쟁으로 인해 더더욱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억압적인 반(反)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아이들을 거두는 일, 구걸을 해 식량을 구하는 일 등 모든 것을 도맡아해야 한다. 병이 나도 여성은 남성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병을 키워야만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아프간 여성들의 출산사망률·유아사망률 세계 1위 기록은 이 사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대학교육을 받은 지식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아랍 여성 인권 단체 RAWA(Revolutionary Association of the Women of Afghanistan)는 "지하드가 총으로 우리를 죽였다면 탈레반은 우리를 천(부르카)으로 죽이고 있다"며 아프간 여성들이 억압적인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주로 통신을 이용하고 특정한 근거지 없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이 조직은 1977년 이래 아프간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폭로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아프간에서는 통신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반(反)탈레반 활동 뿐만 아니라 통신 이용 자체도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그들은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해오고 있다.
RAWA 회원들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하지 말라고 하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이 시작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아프간 사람들은 빈 라덴도 탈레반도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아프간 공격이 미국인들의 슬픔을 줄여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시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해온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전쟁 반대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공포 속에 떨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공포가 밀려오기 이전부터 상상하기 힘든 고통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프간 여성들이다.
20년 전 아프간에서는 의사의 40%, 교사의 70%를 여성이 차지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계속된 구 소련과의 전쟁, 내전, 그 후 들어선 탈레반 정권으로 인해 여성들은 억압적인 정책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모든 교육권과 노동권을 박탈당했다.
아프간에서 여성은 직계가족 남성의 동반없이 외출을 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보일 수 없는 것은 물론 '부르카'라고 부르는 긴 베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감싸고 다녀야 한다. 발목을 가리지 않고 외출을 한다거나 길거리에서 큰소리로 웃어도 검찰로부터 채찍질을 당하기 일쑤다. 손톱에 물을 들이면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소리가 나는 높은 구두를 신어서도 안된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성관계를 가져서 고발을 당하면 공개적인 돌팔매질을 당해 죽는다. 이들은 교육권이 박탈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고 누구한테서든 교육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노동권도 없어 어떤 직업도 가질 수 없다.
이런 아프간 여성들은 전쟁으로 인해 더더욱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억압적인 반(反)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아이들을 거두는 일, 구걸을 해 식량을 구하는 일 등 모든 것을 도맡아해야 한다. 병이 나도 여성은 남성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병을 키워야만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아프간 여성들의 출산사망률·유아사망률 세계 1위 기록은 이 사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대학교육을 받은 지식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아랍 여성 인권 단체 RAWA(Revolutionary Association of the Women of Afghanistan)는 "지하드가 총으로 우리를 죽였다면 탈레반은 우리를 천(부르카)으로 죽이고 있다"며 아프간 여성들이 억압적인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주로 통신을 이용하고 특정한 근거지 없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이 조직은 1977년 이래 아프간 여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폭로하며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운동을 벌여왔다. 아프간에서는 통신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반(反)탈레반 활동 뿐만 아니라 통신 이용 자체도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그들은 테러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여성 인권을 위해 활동을 해오고 있다.
RAWA 회원들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하지 말라고 하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들은 미국의 보복전쟁이 시작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아프간 사람들은 빈 라덴도 탈레반도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아프간 공격이 미국인들의 슬픔을 줄여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시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해온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라며 전쟁 반대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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