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잇 앤 데이’의 한 장면. 주인공 남녀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이야기한다. 대략 몇 가지가 오갔던 것 같은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여행지 호텔에서 낯선 사람과 나누는 키스’. 그야말로 여행의 짜릿함이 고스란히 담긴 바람이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한가 보다.
그렇다면 리포터에게 여행은 어떤 기대로 다가올까. 편안하고 나른한 휴식? 근사한 며칠의 일탈? 고생 사서 하는 진한 추억? 그보다는 작고 소박한 쉼과 여유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 누가 뭐라 해도 열심히 살아온 시간에 대해 나름 위로도 하고 칭찬도 하며 사부작사부작 거닌다. 그래서 유독 기다렸던 보탑사 가는 길. “천안 산 지 얼만데 아직 보탑사도 안 가 봤어?”라는 은근한 퉁에 오히려 기대가 컸던 곳. 기대는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천안?아산에서 1시간. 보탑사 가는 길.
보탑사는 진천읍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 구분 상 진천이지만 동면을 벗어나면 바로 나오니 대략 1시간이면 넉넉히 도달할 수 있다. 산 좋아하는 이들은 보련산 혹은 만뢰산 등반과 보탑사 산책을 한꺼번에 계획 잡기도 한다.
가는 길은 참 고즈넉하기도 하다. 아무리 평일이어도 그렇지 오가는 차 찾아보려면 눈부터 씻어야 한다. 그러니 세상 피해 숨어들기 딱 적당할 곳. 게다가 들어가다 보면 연곡 저수지 시원스럽고 그 물가 둘러싼 구불구불 길은 차 세우고 발자국 새기고 싶게 한다.
한때 지역 곳곳을 걸어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귀하고 귀한 것이 시간이라 도무지 짬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요령을 핀 것이 이어 걷기. 진천 들어서기 바로 전 동산식물원에서 천안터미널까지 3개월 동안을 짬짬이 걸어 보았다. 그랬더니 귀하고 아름다운 내 고장 길과 소중한 일상이 보였다. 그 기억에 보탑사 가는 길까지 엮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
곧 이어 보탑사 가는 길이 펼쳐진다. 산 따라 좁은 길 올라가면 연곡 계곡이 반긴다. 비에 야박한 올 여름인지라 계곡물 그리 튼실하지는 않다. 그래도 발 담그고 풍류 즐기기에 부족해보이지는 않는다. 하기야 물 있고 산 있고 게다가 볼거리마저 어우러져 쉼과 노닐 여지까지 마련되니 무슨 타박을 할 것인가.
보탑사가 자랑하는 3층 목탑
이윽고 보탑사. 아기자기함과 잔잔함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우선 들어서기 전 연꽃 연못이 잠시 시선 묶어둔다. 연꽃을 보자면 가까이는 자연누리성이나 신정호 관광지를, 멀리는 부여 궁남지를 찾아야 제대로일 게다. 하지만 역시 보탑사는 무심한 듯 아기자기함이 매력. 딱 그만큼의 백련이 활짝이다.
들어서니 금세 연꽃은 기억 저 멀리다. 보기에도 멋들어진 3층 목탑이 시선을 꽉 메운다. 보기에만 멋진 게 아니라 3층까지 직접 오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다. 신라 황룡사의 9층 목탑을 본 따 3층까지 걸어오를 수 있게 지은 탑이란다. 현존하는 국내 목탑 중 유일하다.
1층은 금당으로 사방불로 구성되어 있다. 사방불이란 동서남북 사방에 부처님을 모신 것. 동방에는 약사보전(藥師寶殿), 서방에는 극락보전(極樂寶殿), 남방에는 대웅보전(大雄寶殿), 북방에는 적광보전(寂光寶殿)이 모셔져 있다. 보탑 2층은 법보전(法寶殿), 3층은 미륵 3존불 모신 미륵전이다. 불가에 대한 지식이 짧음에도 그저 인사만 하고 오르내린다 해도 큰 위안 얻을 듯만 하다. 또 하나의 정보. 보탑사에서는 상시적으로 템플 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그에 참여하면 탑돌이를 할 수 있다니 그 기회도 꼭 한 번 얻고 싶어진다.
아기자기한 야생화 속을 거닐다
신기한 것은 또 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누워 있는 불상. 적조전에 마련된 열반상이다. 더위에 지친 날이라 그 모습이 어찌나 편안해 보이던지…. 종교는 다를 지라도 이리도 위로를 받는구나 흐뭇하게 지나친다.
그제야 눈에 담기는 것은 군데군데 놓인 자금자금한 꽃. 보탑사를 유명하게 만든 야생화가 ‘이제야 나를 알아봤느냐’며 일제히 환호성이다. 저 먼저 봐 달라고 종알종알 칭얼대는 것만 같은 모습에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닌다.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아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데다 이름마저도 어찌나 친근한지…. 해오라기난, 제비동자, 족두리꽃, 애기수국 등 죄다 옆집 순둥이 돌배기 같은 이름이다. 듣자 하니 보탑사는 비구니 사찰이란다. 어쩐지…. 야생화로 절을 꾸며낸 섬세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여성이 더 섬세하다 여기는 것이 편견임에도 순간 스친다.
그리 넓지 않은 경내임에도 이것저것 눈에 담고 만지작거리니 시간은 꽉 찬다. 그래도 잠시 쉬었다 가야지. 한 숨 떨어진 비문 옆의 잔디로 나서니 잠시 쉴 벤치도 몇 개, 나무그늘도 놓였다. 그 나무 올려다보니 그늘의 주인은 자두나무다. 가지 벅차게도 자두 옹기종기 매달리고 제 풀에 풀쩍 잔디로 뛰어 내린 것도 여러 개다. 그 모습이 왜 지금까지 이리도 선연할까. 그 자두는 누구의 여름을 더욱 깊게 했을까.
그리고 일상. 그리 오래 전도 아닌 시간이 신기루 같다. 과연 그 순간은 있었던 것인지 가물가물 아스라하다. 너무나 동떨어진 그곳을 일상과 섞고 싶지 않아서 그러할 수도 있다. 살살 걸었던 그 길가는, 자그마한 산사는, 아기자기한 야생화의 소곤소곤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쉼이고 여유다. 그래서 반나절의 그 시간은 그 어떤 들뜬 휴가보다 소중한가 보다. 짙은 여운인가 보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목천 IC에서 진천방향?21번 국도로. 동면 지나 보탑사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483
문의 : (043)533-6865. www.botapsa.com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 박스로 따로 넣어주세요
■ 금강산도 식후경 - 곤드레밥집
보탑사 들어가는 길에서 발견한 음식점. 강원도에나 가야 볼 줄 알았던 곤드레밥을 맛볼 수 있다. 요즘은 곤드레나물도 재배를 해서 맛볼 수 있단다. 슬쩍 보니 지난해 진천군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곳이란다.
한 상 마련되니 곤드레나물의 향긋함에 기분이 맛 좋아진다. 입맛에 후하지 않은 리포터에게도 흡족하다. 더욱이 가격도 참한 6000원. 곤드레 한정식은 여기에 몇 가지 일품요리 더 추가되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그렇다면 리포터에게 여행은 어떤 기대로 다가올까. 편안하고 나른한 휴식? 근사한 며칠의 일탈? 고생 사서 하는 진한 추억? 그보다는 작고 소박한 쉼과 여유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 누가 뭐라 해도 열심히 살아온 시간에 대해 나름 위로도 하고 칭찬도 하며 사부작사부작 거닌다. 그래서 유독 기다렸던 보탑사 가는 길. “천안 산 지 얼만데 아직 보탑사도 안 가 봤어?”라는 은근한 퉁에 오히려 기대가 컸던 곳. 기대는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다.
천안?아산에서 1시간. 보탑사 가는 길.
보탑사는 진천읍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 구분 상 진천이지만 동면을 벗어나면 바로 나오니 대략 1시간이면 넉넉히 도달할 수 있다. 산 좋아하는 이들은 보련산 혹은 만뢰산 등반과 보탑사 산책을 한꺼번에 계획 잡기도 한다.
가는 길은 참 고즈넉하기도 하다. 아무리 평일이어도 그렇지 오가는 차 찾아보려면 눈부터 씻어야 한다. 그러니 세상 피해 숨어들기 딱 적당할 곳. 게다가 들어가다 보면 연곡 저수지 시원스럽고 그 물가 둘러싼 구불구불 길은 차 세우고 발자국 새기고 싶게 한다.
한때 지역 곳곳을 걸어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귀하고 귀한 것이 시간이라 도무지 짬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요령을 핀 것이 이어 걷기. 진천 들어서기 바로 전 동산식물원에서 천안터미널까지 3개월 동안을 짬짬이 걸어 보았다. 그랬더니 귀하고 아름다운 내 고장 길과 소중한 일상이 보였다. 그 기억에 보탑사 가는 길까지 엮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
곧 이어 보탑사 가는 길이 펼쳐진다. 산 따라 좁은 길 올라가면 연곡 계곡이 반긴다. 비에 야박한 올 여름인지라 계곡물 그리 튼실하지는 않다. 그래도 발 담그고 풍류 즐기기에 부족해보이지는 않는다. 하기야 물 있고 산 있고 게다가 볼거리마저 어우러져 쉼과 노닐 여지까지 마련되니 무슨 타박을 할 것인가.
보탑사가 자랑하는 3층 목탑
이윽고 보탑사. 아기자기함과 잔잔함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우선 들어서기 전 연꽃 연못이 잠시 시선 묶어둔다. 연꽃을 보자면 가까이는 자연누리성이나 신정호 관광지를, 멀리는 부여 궁남지를 찾아야 제대로일 게다. 하지만 역시 보탑사는 무심한 듯 아기자기함이 매력. 딱 그만큼의 백련이 활짝이다.
들어서니 금세 연꽃은 기억 저 멀리다. 보기에도 멋들어진 3층 목탑이 시선을 꽉 메운다. 보기에만 멋진 게 아니라 3층까지 직접 오를 수 있는 특이한 구조다. 신라 황룡사의 9층 목탑을 본 따 3층까지 걸어오를 수 있게 지은 탑이란다. 현존하는 국내 목탑 중 유일하다.
1층은 금당으로 사방불로 구성되어 있다. 사방불이란 동서남북 사방에 부처님을 모신 것. 동방에는 약사보전(藥師寶殿), 서방에는 극락보전(極樂寶殿), 남방에는 대웅보전(大雄寶殿), 북방에는 적광보전(寂光寶殿)이 모셔져 있다. 보탑 2층은 법보전(法寶殿), 3층은 미륵 3존불 모신 미륵전이다. 불가에 대한 지식이 짧음에도 그저 인사만 하고 오르내린다 해도 큰 위안 얻을 듯만 하다. 또 하나의 정보. 보탑사에서는 상시적으로 템플 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그에 참여하면 탑돌이를 할 수 있다니 그 기회도 꼭 한 번 얻고 싶어진다.
아기자기한 야생화 속을 거닐다
신기한 것은 또 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누워 있는 불상. 적조전에 마련된 열반상이다. 더위에 지친 날이라 그 모습이 어찌나 편안해 보이던지…. 종교는 다를 지라도 이리도 위로를 받는구나 흐뭇하게 지나친다.
그제야 눈에 담기는 것은 군데군데 놓인 자금자금한 꽃. 보탑사를 유명하게 만든 야생화가 ‘이제야 나를 알아봤느냐’며 일제히 환호성이다. 저 먼저 봐 달라고 종알종알 칭얼대는 것만 같은 모습에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닌다.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아도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데다 이름마저도 어찌나 친근한지…. 해오라기난, 제비동자, 족두리꽃, 애기수국 등 죄다 옆집 순둥이 돌배기 같은 이름이다. 듣자 하니 보탑사는 비구니 사찰이란다. 어쩐지…. 야생화로 절을 꾸며낸 섬세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여성이 더 섬세하다 여기는 것이 편견임에도 순간 스친다.
그리 넓지 않은 경내임에도 이것저것 눈에 담고 만지작거리니 시간은 꽉 찬다. 그래도 잠시 쉬었다 가야지. 한 숨 떨어진 비문 옆의 잔디로 나서니 잠시 쉴 벤치도 몇 개, 나무그늘도 놓였다. 그 나무 올려다보니 그늘의 주인은 자두나무다. 가지 벅차게도 자두 옹기종기 매달리고 제 풀에 풀쩍 잔디로 뛰어 내린 것도 여러 개다. 그 모습이 왜 지금까지 이리도 선연할까. 그 자두는 누구의 여름을 더욱 깊게 했을까.
그리고 일상. 그리 오래 전도 아닌 시간이 신기루 같다. 과연 그 순간은 있었던 것인지 가물가물 아스라하다. 너무나 동떨어진 그곳을 일상과 섞고 싶지 않아서 그러할 수도 있다. 살살 걸었던 그 길가는, 자그마한 산사는, 아기자기한 야생화의 소곤소곤 이야기는 그래서 여전히 쉼이고 여유다. 그래서 반나절의 그 시간은 그 어떤 들뜬 휴가보다 소중한가 보다. 짙은 여운인가 보다.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목천 IC에서 진천방향?21번 국도로. 동면 지나 보탑사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483
문의 : (043)533-6865. www.botapsa.com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 박스로 따로 넣어주세요
■ 금강산도 식후경 - 곤드레밥집
보탑사 들어가는 길에서 발견한 음식점. 강원도에나 가야 볼 줄 알았던 곤드레밥을 맛볼 수 있다. 요즘은 곤드레나물도 재배를 해서 맛볼 수 있단다. 슬쩍 보니 지난해 진천군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곳이란다.
한 상 마련되니 곤드레나물의 향긋함에 기분이 맛 좋아진다. 입맛에 후하지 않은 리포터에게도 흡족하다. 더욱이 가격도 참한 6000원. 곤드레 한정식은 여기에 몇 가지 일품요리 더 추가되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