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조각가가 꿈이였던 박채호 구두닦이 사장

세상 모든 사람들이 구두처럼 ‘광’ 나는 삶이되길…

지역내일 2010-08-09
광산구 소촌동 한 도로변에 구두 수선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멋스러운 공원 같은 가게 한 채가 오고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10여년이 넘게 구두수선을 하고 있는 박채호 사장. 한 때 그의 꿈은 조각가이자 소설가였다. 때문에 시집을 낼 정도로 수백편이 넘는 시를 지금껏 쓰고 있고, 그동안 써온 시를 노래로 만들 정도로 예능 적으로 타고난 솜씨를 지녔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각가의 꿈을 포기, 한때는 방황을 하며 세상 원망도 많이 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마음먹고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세상사 희로애락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조금 양보하고 손해 본다 생각하면 모두가 편하고 행복할 텐데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의 지난 삶 속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아픔이 있어 보였지만 ‘지금은 행복하다’말한다. 자신을 위해 반갑게 인사 나눠주고 웃어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단다.

행복과 웃음 줄 수 있는 사람 되고 싶어
“요즘은 나만 생각하는 참 재미없는 세상이죠, 그렇지요?” 그의 질문에 할말을 잃었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건들을 듣고 있으려니 속에서 화가 치민단다. 구두 수선을 하면서 골똘히 생각해내는 방법이 ‘웃을 일 없는 세상 살맛나게 한번 만들어 보자’라는 작은 각오로 헤어스타일도, 의상도 조금은 남들과 다르게 독특하게 입었다. 인사도 먼저 건넸다. 어린이, 어르신, 주부, 외국인 할 것 없이 먼저 웃고 다가가 손을 내미는 그런 행복을 주는 전도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행복 전도사 역할은 봉사로 이어졌다.
무연고묘 벌초를 시작으로 독거노인을 꾸준히 보살펴왔고 노총각 장가보내기, 재혼상담 등 수차례 걸쳐 고민상담을 해주는 그런 일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전달하는 그런 해결사가 되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던 일을 스스로 해 온 것이다.
그의 조그마한 가게 안에는 ‘그리운 어머니’라는 시가 적혀있다.
‘살구꽃이 질 때면 생각나는 고향언덕~ 내 마음은 한 숨에 젖고 가고파라 고향산천 보고 싶은 어머님’ 이렇게 시작하는 어머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시가 적혀있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요즘 현실에 ‘부모에 대한 공경심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에 그 시를 젊은 세대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고 그는 전했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시를 쓰면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 고마움, 그리움, 죄송한 마음이 더 커 생전에 계실 때 더 잘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컸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봉사하는 마음을 더 간절히 가지고 있다. 어른들이나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타국 땅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것이 안타까워 보듬어주고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것에 익숙하다.
때문에 구두 수선집은 누구나 머물며 쉬어 갈 수 있는 편안한 휴식공간이 되었으며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직접 나무를 깍아 만든 의자가 정리 정돈 되어 반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혹시 어른들이 길을 가다 다리 아파할까봐 만들어 놓은 의자가 이제는 누구나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다. 도시 한복판에 보기 드문 광경임에 운전자들도 한마디 건넨다.
‘콘크리트 벽과 아스팔트 도로뿐, 이 작은 공간에 초가집과 여러 가지 꽃, 그리고 이색적인 볼거리로 눈길을 끌어내니 동네의 명물중에 명물이다’라고.
또 웃음까지 선사하는 행복 전도사라는 찬사까지 보내주니 그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친절하고, 부지런하고, 예의바르기로 소문난 그가 존재하는 한, 이 세상은 언제나 번쩍번쩍 ‘빛’이 나는 구두 ‘광’처럼 환하게 빛나지 않을까싶다.
이은정 리포터 lip55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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