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에는 몇 마디에도 감동 받고 밤샘 통화도 가능했는데, 결혼 후에는 대화 때문에 상처 받고 충돌하고 급기야 대화가 끊어지기도 한다. 왜 부부가 되면 의사소통이 어려울까? 부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비법을 모아보았다.
남녀 대화법 차이를 보면 답이 보인다!
아내는 남편에게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라고, 남편은 아무 말 안 해도 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이런 차이를 모르니 부부 커뮤니케이션에 제동이 걸리고 만다.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강사는 “부부간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의 기본적인 대화법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여보, 내 말에 상처받았어?>에서도 ‘부부는 공동의 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전통적·사회적으로 형성된 차이, 또 여자와 남자라는 생물학적 차이(뇌 구조나 호르몬 등)가 있다. 그 차이들은 대화 속에서 좀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고 명시되었다. 즉 여자는 복잡성, 감성적, 문제 공유, 원인(의도) 중시 성향이, 남자는 단순성, 이성적, 문제 해결, 결과 중시의 성향이 있다. 이것으로 부부 관계는 끊임없이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다.
돌려 말하는 여자와 바로 말하는 남자
한 부부가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크게 싸웠다. 차창 밖으로 예쁜 카페가 보이자 아내는 들뜬 마음에 남편에게 “저 카페 참 예쁘다. 여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했고, 남편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 이후 아내는 말이 없었고, 드라이브 하는 내내 남편이 하는 말에 짜증스럽게 반응했다. 아내의 이러한 반응을 꾹 참던 남편도 결국 점심을 혼자 먹으라는 아내의 말에 화가 치밀어 “아니, 당신이 바람 쐬고 싶다고 했잖아. 왜 계속 짜증이야? 당신이란 여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라며 화를 냈고, 아내는 “뭐라고요? 난 당신같이 이기적인 사람은 처음 봐요”라며 도통 남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부가 싸운 것은 드라이브를 시작할 때부터다. 아내가 남편에게 “저 카페 참 예쁘다. 여보,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라고 물은 것은 남편의 의향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저기서 커피 마시자”라고 의견을 이야기한 것. 반면 남편은 그저 아내가 자신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는 자신의 의견을 “아니”라고 딱 잘라 거절하는 남편이 이기적으로 보였고, 간만에 드라이브를 나와서 자신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남편이 하는 말들이 모두 짜증스럽게 들렸다.
이에 대해 이혜범 강사는 “한집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도 여성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하면 어떨까요?’ 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남성은 직접적으로 ‘~하자!’ ‘~해줘요!’라고 이야기해야 그 뜻을 알아듣는다”고 설명한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원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물어보듯이 의견을 표출하는 반면, 결론과 목적 지향적인 남성은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정확히 표현해야 그 뜻을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가 “집안일 좀 도와줘요” 하면 남편은 무엇부터 할 지 몰라 결국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한다. 이런 땐 “미안하지만 저기 있는 쓰레기 봉지 좀 버려주고,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래 좀 꺼내서 베란다에 널어줄래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남편은 쉽게 집안일을 쉽게 도와줄 수 있다.
감성적인 여자와 이성적인 남자
흔히 부부가 이야기 중 사소한 말다툼할 때 남편은 “그래, 내가 다 잘못했어. 미안하다”며 빨리 상황을 마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내는 “뭘 잘못했는데요?” 하며 말꼬리를 이어간다. 남편은 왜 미안하다는 걸까? 이는 문제를 논리적·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선택하는 최선의 대응이라고 한다. 유창한 언변으로 아내의 화를 풀어줄 자신은 없고, 그렇다고 말을 안 하자니 아내가 더 화를 내서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뿐인 것. 반면 아내는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하다는 말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 뭐가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도 않고 미안하다고만 하는 건 성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혜범 강사는 “아내나 남편이 털어놓는 고민이나 하소연에 논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화법이 중요하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많이 속상하겠다’ ‘많이 힘들었겠다’ 식으로 사소한 이야기라도 공감해주고 맞장구쳐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께 고민하는 여자와 혼자 고민하는 남자
“여긴 왜 이렇게 표지판이 엉망이야?” 표지판을 잘못 보고 한참 헤맨 남편은 자신에게 화가 나서 혼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이때 옆에 있던 아내는 “아까 사거리에서 유턴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고 자꾸 말을 걸어보지만, 남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만다.
이혜범 강사는 “여자는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고민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일단 혼자 생각해보고 해결책이 어느 정도 그려질 때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남녀 대화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을 닦달하거나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회피하거나 화를 내며 아내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 모습을 아내는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하는 표시로 받아들여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잔소리를 하면서 부부 대화의 악순환이 된다는 것. 당장 남편과 대화하고 싶더라도 남편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부부를 세워가는 명품 대화 기술
법정에서 이혼을 앞둔 부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서울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엄정희 교수는 “악담을 퍼붓는 것도 아니고, 잘 살라는 격려도 아니다. ‘아니 그때 한 말이 그 뜻이었어?’라는 말이다. 함께 사는 부부끼리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많다”고 전한다. 부부간의 의사소통,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1. 귀 기울이기 “당신의 말을 잘 듣고 있어.”
배우자가 느끼는 감정을 잘 이해하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적극적인 듣기. ‘당신을 이해해’ ‘당신을 믿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2. 대화 공간 바꾸기 “오늘 저녁 시간 어때? 우리 오래간만에 데이트하자.”
대화 공간을 바꾸어보는 시도는 말을 들을 사람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주고, 말하는 사람에겐 목적 달성을 좀더 쉽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3. 감정 언급해주기 “아니 아무리 잘못해도 그렇지, 후배들 앞에서 망신을 주었단 말야? 나 같아도 기분 나빴겠네. 당신 정말 화났겠다.”
부부 사이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날카로운 판단보다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말 한 마디가 때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4. 내 문제로 바꾸기 “그 접시 또 깨졌어? 그 접시가 원래 잘 깨지나 보네. 나도 지난번에 설거지하다 하나 깼거든.”
접시를 깼다고 탓하기보다 자신도 그 접시를 깬 적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배우자에게 마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5. 함께하기 “아버님이 빨리 좋아지셔야 할 텐데. 고혈압엔 양파즙이 좋대. 당장 이번 주말에 양파즙 사서 한번 찾아뵙자.”
말로만 위로했다면 어땠을까. 부부간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은 말로 할 수 없는 소중한 감사와 신뢰로 돌아온다.
6. 인정하기 “당신이 틀린 말 한 건 아니네.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이 잘못이지. 나는 그런 당신의 솔직함이 좋더라.”
후회하는 배우자에게 충고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에게서 장점을 발해준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7. 행동하기 “당신이 그렇게 울 줄 몰랐어. 어젯밤 컴퓨터에 있는 게임 몽땅 다 지웠어.”
부부 싸움을 할 때 서로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하며 그 상황만 벗어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행동으로 직접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8. 긍정적인 면에 초점두기 “이번에 큰 공부했네. 대학 가서도 못 배울 것 배웠으니 괜찮아.”
한번 저지른 실수는 돌이킬 수 없지만, 배우자가 느낄 허탈함은 말 한 마디로도 위로해줄 수 있다.
9. 걱정 덜어주기 “당신 그것 때문에 걱정 많이 했나 보네. 걱정 마. 범퍼는 원래 부딪히라고 있는 거야.”
마음고생 한 배우자에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별거 아닌 듯이 말해서 걱정을 덜어주었다.
10. 장단 맞추기 “실력 발휘 안 되네.” “그러게, 차가 못 따라주네.”
아내의 운전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차가 문제였다는 말로 아내의 말에 장단 맞춰준다. 이런 남편의 말 한마디에 아내는 다시 운전면허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ver.com
도움말 엄정희 교수(서울사이버대학 가족상담학과)
이혜범 커뮤니케이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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