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뻗은 길이건만 어느 순간 가로막힐 때가 있다. 아니면 시원하게 뚫린 줄 알았는데 자갈투성이든가. 아예 비포장도로 팔자인가 싶기도 하다.
언제는 순탄한 적 있었던가 싶게 하나 넘으면 고개, 넘어서면 또 낭떠러지. 가다가다 문득 멈춰서고 싶은 순간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러다 뒤돌아보면 순간 철렁. 여기가 아닌가 보다 때늦은 후회도 한다. 그때쯤 주섬주섬 오던 길 되돌아가든가 아마존 밀림일지라도 헤치며 새로운 길을 연다. 물론 용기 있는 자들 이야기다. 리포터 같은 새가슴은 엄두조차 못 낸다.
그런데 아예 다른 길이 허용조차 되지 않는다면…. 지퍼를 잘못 끼우면 어느 순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것처럼 그저 세상에 내맡겨야 한다면…. 그럴 때 ‘소년’처럼 “내 잘못이야”라며 웃을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그것은 소년의 잘못일까.
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티나 브랜든(힐러리 스웽크). 그는 무늬뿐인 소녀를 버린다. 그리고 소년 브랜든 티나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그리고 정착한 폴스 시티, 그곳에서 그는 친구를 만나고 사랑하는 여자 라나(클로에 세비니)를 얻는다. 하지만 영원이기를 바라는 순간은 언제나 더 짧은 법. 가고자 하는 길은 타인에 의해 헤쳐지고 넘봐서는 안 된다고 떠밀린 삶은 비극을 부른다.
소년의 삶은 그가 선택하지 않았다. 뭔가 어긋난 것을 알았을 때는 그래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너의 믿음은 전부 거짓’이라며 난폭한 기준을 들이민다. ‘순리’라는 이름이다.
그 ‘순리’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소년은 도시를 떠돈다. 주름 늘어가고 뱃살 두둑하지만 마음에 고래 한 마리를 키우는 소년이다. 아무리 밀어내도 이 속에, 그 속에 소년은 도사리고 있다. 나이 팔십을 먹어보세요. 그 안에서 소년이 사라지나. 그렇기에 아줌마, 아저씨가 당연한 당신이 리포터에게는 그저 소년. 살아가는 무게에 어깨 뻐근할 모든 소년에게 이 영화를 보낸다.
영화에서 라나는 자신이 양성임을 밝히는 브랜든에게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됐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세상에 휩쓸려 억지로 길을 나서야 하는 소년에게, 스스로를 비겁하다고, 나약하다고 여기며 주춤거리는 소년에게 오늘, 리포터는 라나가 되고 싶다. “됐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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