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하는, 밋밋한 휴가는 가라!

교과서 여행부터 공정 여행까지, 유형 별 컨셉트 여행 꼼꼼 분석

지역내일 2010-07-12
휴가 기간이 다가온다. 그런데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계획을 세우자니 교통체증과 북적거리는 사람들 무리가 먼저 떠올라 떠나기도 전에 지친다. 
그저 그런 휴가여행에 질릴 때도 됐을 요즘 스토리가 있는 컨셉트 여행이 인기다. 저마다 여행의 참 맛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지의 사람과 환경,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공정 여행, 교과서에 나오는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살아 있는 체험 학습을 하는 교과서 여행, 자연 속에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휴식 여행까지. 여행 고수들이 콕콕 짚어주는 알짜 정보를 소개한다. 모든 이들이 진정한 휴식과 채움 가득한 휴가 누리기를 바라면서….김혜원 리포터 pinepole@naver.com

살아 있는 체험활동, 교과서 여행
세 아이의 엄마인 서울 고명초등학교 김수정(36) 교사는 교과서 여행 전문가. 블로그 ‘교과서 여행과 함께하는 행복한 리더 만들기’(blog.naver.com/bettybup)에는 알토란 같은 여행 정보와 노하우가 가득하다. “교과서 여행을 하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아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탐구하고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과 인내심,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답니다.”교과 지식을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일정을 짤 때 주의할 점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 취학 전 어린이는 고궁이나 문화 유적지, 박물관 등에 다녀와도 교육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수도권 나들이 코스로는 국립중앙박물관 견학과 수원화성 답사, 한국민속촌 민속 문화 체험이 제격이에요. 하룻밤 이상 묵을 예정이면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경주, 공주, 부여 등 유서 깊은 도시를 우선적으로 방문하는 게 좋고요. 농어촌이나 산촌의 자연환경을 둘러보고 촌락 생활을 체험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랍니다.” 김 교사는 3남매가 여행을 하면서 전인적으로 성장해 흐뭇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교과서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행복했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 “우리 사회는 이제 지식만 갖춘 인재를 원하지 않아요. 가슴이 따뜻하고 지혜로운, 도덕성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죠. 여행하면서 얻는 생생한 경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이랍니다.”TIP. 기억하세요! - 교과서 여행은 프로젝트 학습의 결정판. 떠나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고, 돌아와서 현장에서 새롭게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건 필수적인 활동이다. 체험 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미리 익히는 것도 즐거운 여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지 재래시장에서 향토 음식을 사 먹거나 장을 봐서 한두 끼 만들어 먹는 건 경비를 아끼는 방법. 지자체 문화 관광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무료 여행 책자를 신청하면 가이드북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공정여행, 지구를 위한 책임 있는 실천
“현지인을 만나 소통하면서 그들의 삶을 마주하는 의미 있는 여행이었어요.” 올해 초 미얀마에 다녀온 조남희(31)씨는 현지의 문화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해하고,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공정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소개한다. 공정 여행에 관심이 생긴 건 출장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공정 여행 상품을 알리는 신문 광고를 보면서부터. 무역회사에 다니며 평소 공정 무역의 필요성을 느끼던 터라, 친환경적으로 여행하면서 현지인을 배려하는 공정 여행의 취지에 동참하고 싶었다.“낭쉐에 위치한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있었어요. 미리 준비한 자장라면을 끓이고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아이들의 맑고 커다란 눈망울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부유하지 못한 나라에서 태어나 정치·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라지만, 찌들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했다는 얘기다. 먼저 반갑게 인사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추억으로 남았다고.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 상쇄 캠페인에 동참한 것도 특별한 기억이에요. 여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한 뒤, 그만큼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나무를 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거죠. 공정 여행은 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 ‘착한 여행’이에요.”

TIP. 기억하세요! - 떠나기 전 공정여행을 위한 가이드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왕 공정여행을 떠난다면 몸과 마음까지 함께 해보자. 우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을 위해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 일회용품 쓰지 않기, 물 낭비하지 않기를 실천하자.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위해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 교통, 가이드를 이용하는 것도 잊지 말 것. 과도한 쇼핑을 피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기억할 내용이다. 물론 방문하는 곳의 생활방식과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도 필요한 자세.

건강이 재산, 휴식 여행
틈만 나면 자연과 하나 되는 참살이 여행을 즐긴다는 고명숙(56)씨는 숲길이나 바닷가를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면 일상의 잡념이 깨끗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틀에 얽매여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면 내가 ‘팽창한 풍선’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방이라도 ‘팡’ 하고 터질 것 같죠. ‘버려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하잖아요? 휴식 여행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고 풍선의 바람을 빼면, 삶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난답니다.” 여행은 빡빡한 일정대로 움직이는 ‘관광’이 아니라 도시 생활에 찌든 심신을 달래는 ‘휴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고씨가 추천하는 여행지는 경남 창녕 우포늪과 캐나다 로키 산맥의 빙하 지대. 때 묻지 않은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태고의 정취를 맛보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절로 든다고. “휴식 여행을 하면서 마주치는 이들 중에는 악한 사람이 없어요. 아름다운 자연을 공유한다는 동질감 때문에 서로 배려하죠. 넘어져 다쳤다고 하면 밴드와 연고를 꺼내주고, 마실 물이 떨어졌다고 하면 수분을 보충하라며 오이를 건네거든요. 길에서 잠깐 만나는 사람끼리도 말문을 열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건 대자연이 선물하는 넉넉한 마음 덕분이에요.” Tip. 기억하세요! - 가벼운 트레킹을 할 때도 바람막이 점퍼나 비옷을 챙기는 건 기본. 산속은 체감온도가 낮은데다 날씨가 갑자기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식이나 도시락을 간단하게 준비하는 것도 요령. 배 불리 먹어 몸이 무거우면 걷기 힘든 건 물론, 사색을 즐기는 데도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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