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대평중학교 미술교사로, 환경생태학교 <도토리교실>을 만든 주역으로, <두꺼비논 이야기>,<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라는 책의 저자로, 그리고 바람, 들꽃, 물을 사랑하는 환경운동가로..... 임종길씨(48)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말한다면, ‘시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다.
정태춘의 노래같은 그림 그리고파
대학시절, ‘민족미술, 실천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임종길씨는 가객 정태춘의 노래를 좋아한다. 할 말 다하면서 기분 좋은 노래같은, 그런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판화가 이철수씨, 이윤엽씨 등 인연있는 지인들의 이름만 들어보아도 그의 지난날은 충분히 뜨거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십대 후반, 강화도 인근 ‘교동도’에 교사로 첫 부임한 임종길씨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땅에 묻는 주민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그 때부터 임씨는 제자들에게 샴푸도 쓰지 않게 환경교육을 시켰다. “경직된 환경교육시기였다. 하물며 아이들이 나를, 빨랫비누 선생이라 불렀다”고 회고한다. 송원여중(현 송원중학교)으로 전근을 오고난 후에도 야생화반, 흑백사진반을 만들어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2000년도에는 작은 사고 하나를 쳤다. 수원시 금곡동에 ‘도토리 교실’(cafe.daum.net/dotoliroom)이라는 환경생태교실을 만들게 된 것. 해마다 3월이면 ‘두꺼비논 펀드’를 모집해서, 아이들이 직접 두꺼비가 살아있는 논에서 모내기도 하고, 여름이면 김매기도 하고, 가을에 수확해서 늦가을에 쌀 15~20kg씩을 나눠가진다. 그야말로 자연에게 드리는 펀드이고, 자연이 주는 수익률이다.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도토리교실에서는 나무목걸이 만들기, 모닥불에 양푼라면 끓여먹기를 하는가하면, 가을과 겨울에는 고구마를 구워먹거나 연날리기, 사방치기같은 민속놀이도 한다. 도토리교실 초기멤버 아이들은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또 다른 아이들이 도토리교실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지나온 도토리교실의 역사는 <두꺼비논 이야기>로 남았다. 이 모든 것이, 천천히 지켜봐주는 ‘기다림’의 결과이다.
끝없는 환경사랑, 희망의 프로젝트
임종길씨의 환경프로젝트는 멈추지 않는다. 오산천에서 시작해 아산만까지 통나무배를 타고 수질오염을 조사해내는 실천환경가라는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다. 매월 <열린어린이>라는 어린이잡지에 생태 그림을 연재하기도 하고, 부임하는 학교마다 옥상정원을 만들어 그림도 전시한다. 부지런한 사람이고 쉼없는 사람이며, 항상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사람이다. 할 말 다하면서 기분좋은 노래를 부르는 정태춘마냥, 임종길씨는 오늘도 그리고 또 그린다. 그리면서 다시 실천한다. 4대강의 물결이 흐르고 또 흘러야하듯이, 그렇게 유유히 흐르는 사람이 있다.
권일지 리포터 gen1037@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