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든 치료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병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자신의 의사로 치료법을 찾지 않는다. 이는 자신이 알코올 의존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강력하게 차단하는 감정의 문제가 알코올 의존에 항상 수반하기 때문이다. 과음을 자주하게 된 이유도 바로 감정 때문인 수가 흔하다.
사람들은 감정에 대해 잘 모른다. 알코올과 감정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알코올 의존이 발전하는 과정을 감정적 상태의 변화와 함께 따라 가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감정으로부터 쾌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축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처음 알코올이 들어있는 술잔을 들이키면 평소에 느끼는 것보다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기분이 가벼워진다. 화학적 물질에 의해 기본 감정 상태가 더 유쾌한 쪽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거 좋은데! 왜 내가 진즉 이를 몰랐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마시지 않으면 이내 이 효과가 사라지고, 처음 감정 상태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음주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므로 아무 탈 없이 평소의 기분 상태로 돌아간다.
조만간 한잔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면 두 잔은 더욱 더 기분이 좋아지고, 나아가 음주량으로 감정 변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지 팔을 굽혀 술잔을 입에 갖다 넣으면 맥주든 소주든 포도주든 어느 술이든 무관하게 기분 좋게 해준다. 절주하는 사교적 음주자는 기분 변화를 추구하는 이 2단계 음주 행태를 결코 넘어서지 않는다.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양을 마시고, 술기운이 떨어지면 원래의 감정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음주량이 증가하면 음주의 대가가 따르게 된다. 술기운이 떨어지면 마셨을 때의 유쾌함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나중에는 술기운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감정적 고통에 시달린다. 이제는 유쾌함을 누리기 위한 음주가 아니라 고통을 잊기 위한 음주로 바뀐다. 그동안의 지나친 음주 행태는 이제 감정적 비용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감정적 비용을 치르는 음주는 바로 알코올 의존의 신호이다. 감정적 대가의 정도와 의존의 정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감정적 대가가 높을수록 알코올 의존은 더 심각하다.
신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http://alja.yonsei.ac.kr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