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봉사대 ‘사랑나들이’

어르신들의 굳은 발 씻겨드리며 인생 배워요~

가족이 함께 참여하며 소통의 길 열어

지역내일 2010-07-29 (수정 2010-07-29 오후 5:09:11)

사람의 신체 중 가장 낮은 곳이 발이다. 발은 그 사람의 인생 노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뜻 발을 내밀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어르신들의 굳은살이 박이고 쩍쩍 갈라진 발뒤꿈치를 바라보면 왠지 모를 서러움이 몰려오곤 한다. 그래서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은 늘 눈물바다가 된다.
어르신들에게 발마사지 봉사를 하는 ‘사랑나들이’ 동호회를 만나 섬김의 삶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움을 실천하는 ‘사랑나들이’
‘사랑 나들이’는 2005년 11월 3명이 모여 처음 창단됐다. 전명희(45·반곡동) 회장, 이규자(  45·학성동) 회원, 김상희(40·단구동) 회원이 모여 시작했다. 세 사람이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갖춘 후 배운 지식을 지식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실천하자고 의견을 모은 후, 처음으로 한 봉사가 ‘사랑의 집’에서 어르신들에게 한 발마사지 봉사였다.
세 사람은 현재 모두 기독병원 보험심사 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같은 직장에 있고 관심사가 같다 보니 함께 모이기도 쉬웠다. 현재는 35명의 회원들이 봉사하고 있다. ‘사랑 나들이’는 월 1회 모여 봉사 활동을 한다.
전명희 회장은 “아로마 테라피를 배웠는데 이왕이면 배운 것을 봉사하는 일에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에서 함께 사회복지를 공부한 동료들에게 의견을 냈어요. 이야기 듣더니 모두 순순히 따라줘 바로 실천하게 됐죠. 봉사도 혼자 주말에 다니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으니 가족이 모두 봉사를 가자는 의견이 나와 아이들과 남편들도 함께 참여하는 가족 봉사대가 결성됐습니다. 정식으로 발마사지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도하고 발을 씻겨 드리며 발마사지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이 분담되더군요. 아무도 불평불만 없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서 합니다”라고 한다.




●온 가족이 봉사하며 ‘대화의 문’ 열어
윤도순(43·무실동) 회원은 “‘사랑 나들이’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봉사모임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면 참여시키고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모두 열심히 참여합니다. 오히려 자발적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합니다. 5년 전 처음 봉사활동을 갈 때 4살 된 아들을 데리고 가면서 어르신들이 불편해 하시면 어쩌나 걱정하며 갔는데 아이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데리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면 고맙다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 손에 사탕 한 개를 쥐어주는 모습을 보고 아이도 어르신들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한다.  
조숙자(42·흥양리) 회원은 “아들 둘이 있는데 이제 초등학교 2학년, 5학년이 됐습니다. 평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다정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사랑 나들이’ 활동을 하면서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자신들이 느끼고 본 일을 나누게 되면서 대화의 문이 열렸습니다”라고 한다.
이규자 회원은 “일반적으로 직장동료, 또는 연령이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를 조직하죠. 하지만 ‘사랑의 나들이’는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동호회이기 때문에 가족과의 화합도 잘되고 서로 편하지 않았던 마음도 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미 서로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다 풀리곤 합니다”라고 한다. 




●2세들이 이어 받는 봉사의 손길
이미송(원주여고 2) 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부모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녔다. 중·고등학교 사춘기 시절을 ‘사랑 나들이’와 함께 지냈다. 봉사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어른들의 따뜻한 조언이 힘이 되어 속상하고 힘든 시간들을 잘 견딜 수 있었다. 또한 시험 때가 되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시험을 미리 준비하다 보니 성적도 올랐다.
이미송 학생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어르신들의 발을 씻겨 드리면서 ‘형식적인 봉사보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사회복지과를 가서 제대로 배우려고 합니다”라고 한다. 




문의 : 010-3847-6186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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