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을 가르치고 얻은 것은 ‘무한한 기쁨’
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사는 최경희(65)씨는 소사노인복지관 노인일자리사업인 ‘드림티쳐’ 사업단에서 어린이들에게 전통예절을 가르친다. 더불어 한국복식재단에서 한국의 전통혼례를 강의하는 강사로도 활동한다. 노년의 만학도인 그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해 전통예절을 교육하고 얻은 것은 ‘무한한 기쁨’이다. 지난 24일 최 씨를 만나 드림티쳐 활동과 예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복식의 매력에 이끌려서
1.3세대 학습지도 강사파견사업인 드림티쳐는 소사노인복지관이 2004년부터 주력해 온 사업으로 2009년 노인일자사업 종합평가에서 13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드림티쳐 팀원들은 한문, 일본어, 영어, 미술, 종이공예, 민요, 동화구연, 서예 등 각 분야에서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드림티쳐 팀의 예절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 씨는 50대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예쁘게 늙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예쁘게 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1996년 우리 옷을 접하면서 한국 전통 복식에 눈을 뜨게 된다. 고(故) 정정완씨와 침선장 89호인 구혜자씨에게 복식을 전수 받으면서 우리 것의 끌림에 다가섰다. 2005년 원광디지털 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에 입학한 그녀는 2008년 학사 학위를 따냈다. “젊은 사람들과 공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장학금을 타려고 새벽 3시까지 공부했으나 타진 못했죠. 하지만 그런 정성은 조기 졸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컴퓨터도 배웠다. 배움의 길에 들어선 그녀의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이후로 그녀는 한국복식재단의 전통혼례수업을 담당하면서 부산, 대구, 대전, 서울 등으로 강의를 다닌다. 수강생들은 집으로 찾아와 바느질을 배우고 있다.
예절의 원칙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역신문에서 드림티쳐 강사 모집 공고를 봤어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된 지역 사회 어린이들에게 기본적인 예절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해서 얼른 지원했습니다.”
할머니 선생님이 예절을 가르치면 잘 배울 것 같았다. 더구나 요즘 세대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가르칠 시간조차 없지 않은가. “기본 교육을 이수한 뒤 어린이집에 갔어요. 아이들은 저를 할머니라고 불렀죠. 하지만 지금은 안 그래요.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예절 선생님~ 하고 부른답니다.” 예절은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놀아주고 만져주고 알려주는 동안 아이들은 많이 달라졌다. "줘요" 하다가 “주세요”로, 산만했던 행동을 멈추고 큰 절을 할 줄 아는 바른 어린이들이 됐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따뜻한 가르침을 받았다. 옛날 우리들이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던 때처럼.
최 씨는 어린이집에 갈 때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는다. 전통예절강사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통 반지를 끼고 장신구를 차고 가요. 아이들이 의외로 그런데 관심이 많거든요. 우리 것에 눈을 뜨게 하려면 전통예절에 관한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아이들에게
부천시소사노인복지관의 드림티처 예절강사는 50대부터 70세가 넘은 노인 30명이 모여서 활동한다. 일주일에 2~3회 하루 2~3시간 씩 아이들에게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2인 1조로 수업하는 이들은 월 20시간 일하면서 노년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 팀원들은 처음 교육 때 어눌했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잘하고 있어요.”
식사예절에서 세시풍습까지,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전통예절의 모든 것을 가르치다보니 이들도 진화했다. 처음엔 교육만 받고 아이들 앞에 나섰다면 지금은 옛날에 쓰던 아날로그 전화기로 전화예절을, 직접 만든 부직포 인형으로 가족 관계를, 그림을 그려 양면테이프를 붙여 바느질 한 인형으론 교통안전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길가다가도 교육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은 얼른 집어 들어요. 할머니의 따뜻한 정을 아이들이 느끼게 하면서 제대로 가르치는 게 드림티쳐들의 임무니까요.” 교육에 필요한 소품들은 드림티쳐들이 직접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열어 커리큘럼을 짜고 아이들 교육 방안을 논의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이번 대상 수상은 드림티쳐들이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느냐에 대한 답이 됐죠. 캐나다와 미국 등 해외 강의를 가도 늘 생각나는 건 드림티쳐 활동에서 만난 어린이들이예요. 잘 있는 지, 예뻐졌는지 늘 궁금하고 보고 싶으니까요.”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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