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들-김은실
10% 부족한 사랑이 완벽한 사랑
‘김은실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김은실
아이들을 믿어주는 일부터 시작하자~
10년이란 세월은 ‘아동*청소년상담센터’라는 곳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꿔놓았다. 문제가 있어서만이 아닌 내 아이를 점검하고 싶은 마음에 찾는 엄마들도 적지 않다. “아이가 자기주장을 잘 못한다고 속상해하면서 오시죠. 가정에서의 아낌없는 욕구충족이 아이들의 사회성습득을 막는 걸림돌인 경우가 많아요.” 김은실 아동*청소년 상담센터(031-203-0392)소장은 기질적인 문제인 ADHD나 자폐성장애와 달리 사회성문제는 가정에서의 양육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어디선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짜잔~하고 나타나는 요즘 엄마들. 여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나중엔 어떤 상황이든 그것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나타내고 이것이 친구관계에서 스스로를 ‘혼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항상 엄마들은 아이를 자신이 정해놓은 길로만 인도하려고 하죠.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건 아이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믿음으로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를 알아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열쇠란 얘기다. 무슨 일에든 무조건 ‘행동’으로 옮기기 전 조금만 아이를 지켜봐주기.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는 ‘사랑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로 정확한 선을 긋는다. 10% 부족한 사랑이 완벽한 사랑이라고 말이다. 옛날엔 그냥 내둘러도 아이들이 알아서 잘만 컸다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었을까.
정보는 많아도 정작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위해 김소장은 아이의 상담과 함께 4회 정도의 부모교육을 병행한다. 부모 상담만 받아도 아이들의 80~90%는 좋아진다고 믿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은 육아의 보약 같은 것, 부모 스스로 헤쳐 나갈 힘 키울 수 있어
자녀를 키우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기는 그도 마찬가지. 상담 초기,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투영돼 엄마들의 잘못을 비난하는 말도 많이 했다. 김소장은 “상담 선생님들 역시 한 인간이기에 지속적인 상담교육을 받는다”며 “상담사라는 틀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고 제약을 받는 경우,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실하게’ 받아들여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때론 한계에도 부딪힌다. 자신의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엄마들에게 응급상황에서 해결책을 던져줘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참 많이 힘들게 했다. 어느덧 그것을 떨쳐버리니 편안해졌다. 이제는 상황을 해결하려하기보다는 상담하러 온 분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준다. 사실 문제 자체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분명 내 안에 있는데 그걸 잠시 잊고 있을 뿐, 편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다 보면 엄마들은 용케도 그 힘을 찾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부모에게 상담은 ‘육아의 보약’이라고 믿는다. 힘들거나 지칠 때 원기를 불어넣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그와 마주앉은 내내 두 아들의 엄마인 리포터의 가슴이 후련해진 이유, 이제야 알 것 같다. 진한 보약 한 첩이 엄마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시원하게 뚫어놓았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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