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교원평가가 울산에서도 조사 중이다.
2000년 도입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2005년 시범운영을 거쳐 2009년 전국 3,164개교에 이르는 학교에서 시범운영한 바 있다. 올 3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시행중이다.
울산은 9월말까지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이루어지고 동료교원 평가 역시 9월말까지 조사된다. 결과는 교사 개개인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통보 받은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자기능력개발 계획서를 작성하여 학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및 교육청에서는 평가결과 중 미흡한 영역에 대한 연수 등을 실시해 교원의 능력을 신장한다는 취지다.
무엇을 평가하란 말인가
그런데 교원평가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희영(달천동,39) 씨는 “만족도 조사 평가문항이 학부모들은 알 수 없는 얘기가 많았다. 교사가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교장의 학교운영은 공정한지 그런 것들이 질문이었다. 한 달 정도 수업을 지켜봤으면 모를까 보통의 학부모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정희(신정동,38) 씨도 “지난해에 서면으로 만족도조사를 할 땐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 ‘매우 만족’에 모두 체크했다. 올해 온라인 비공개로 바뀌었다 해도 로그인이 아이 반 번호 이름 주민번호까지 다 들어가는데 일일이 선생님들이 확인하지는 못하겠지만 솔직히 아이한테 불이익 갈까 염려되는 건 사실이다”고 조심스러워한다.
학생들의 교사평가도 마찬가지다. 삼산동 김 모(18) 군은 “익명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명으로 했어요. 하기 전에 될 수 있으면 좋은 쪽으로 하라고 담임선생님이 그러데요”라고 말한다. 이 모(13) 군도 “선생님이 4번(만족) 아니면 5번(매우 만족)으로 하라고 해서 친구들 모두 그렇게 했다”고 한다.
운영은 찬성, 그러나 방법을 다각화해야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조사가 이렇다보니 교원평가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윤남숙(남외동,42) 씨는 “교원평가항목이 학부모가 알 수 없는 문항이 대부분이라면 조사할 필요가 있나”며 되묻는다. “올해 같은 방법으로 계속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교사의 인기투표 같은 요식행위밖에 안 된다”고 지적한다.
울주군의 모 중학교 관계자도 “교사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학부모와 교사, 또 교장 간 소통 없이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지 궁금하다”며 “이런 방식의 조사결과가 교원평가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원평가를 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학부모가 많다.
김외숙(삼산동,44) 씨는 “현재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교육 바로세우기가 최대 현안인 것 같다.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감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원평가가 이루어져야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결과를 바탕으로 능력이 안 되는 교사보다 노력을 하지 않는 교사를 퇴출시켜 학원보다 학교를 더 믿는 풍토가 확산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현재 만족도조사에서 아쉬운 점은 문항 자체가 학부모들이 평가하기엔 타당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얼핏 객관적인 질문들이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번의 공개수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많다는 것이 아쉽다.
또 학생들에겐 절대적으로 익명성을 보장해 학생 스스로의 생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한 번의 평가로 결과를 도출하기보다 학기 중 몇 번의 평가를 가져 학년 말 종합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교원능력향상이 이루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어느 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초등학교 자녀 둘을 둔 나도 학부모만족도 조사 대상이었다.
지난해 서면으로 해보긴 했지만 올해 전국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다기에 내심 기대했다. 지난해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보고 실망했던 터라 올핸 다르리라 생각했다.
우선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원평가배너를 클릭해 학교에서 정해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접속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대상인 자녀의 학교생활만족도와 전담교사 대상인 학교생활만족도, 교장 대상인 학교경영만족도, 이 세 분야를 평가해야 했다.
우선 담임교사 대상으로 자녀의 학교생활만족도조사다. 13개 문항으로 이루어졌고 각 문항마다 5단계로 만족도를 나눠 체크하게 했다. 그런데 13개 문항 중 자녀에 대한 나의 배려문항 2개를 빼고는 모두 학교생활에 관한 질문이다. 학생 특성에 맞춘 수업준비, 수업시간을 준수하는지, 발표기회를 골고루 제공하는지 등이다. 수업광경을 본 일이라곤 공개수업이 유일한 나로선 난감한 질문들이었다.
다음으로 전담교사 대상 자녀의 학교생활만족도조사다. 이번엔 체육과 음악교사를 평가하란다. 본 적도 없는 교사를 평가해야할 시점이었다. 평가내용도 비슷했다. 다른 점은 친절하게도 ‘잘 모르겠다’ 난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교경영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다. 교장에 대해 평가하라는 것. 수업시간에 다양한 수업방법과 기술을 실천해보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담임배정이나 부장교사 임원 등 교원인사관리를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여기도 친절하게 ‘잘 모르겠다’가 있었다.
결국 나는 ‘잘 모르겠는’ 교원평가밖에 할 수 없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