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케니 교수는 “학교수업을 마치고 또다시 학원에 가야 하는 학생들은, 마치 초과근무를 강요당한 근로자가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게 된다. 밤늦도록 학원 과외를 받은 학생들은 다음날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 능력이 저하돼 성적 향상을 꾀할 수 없다.” 고 했다.
케니 교수의 말씀에 주목해야 한다. 많은 시간 물리적인 공부환경에 계속 노출된다고 해서 학업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진짜 실력은 배운 내용을 본인 스스로 익히는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때 생기는 것이다. 배우는 과정만 반복한다고 자신의 지식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은 공부기계가 아니다. 무한 쳬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적절한 휴식, 운동,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이 필요한 어디까지나 사람이라는 점이다.
적절한 휴식, 운동, 다양한 체험 활동 등 이런 점들은 누구나 그 중요성을 알지만 급한 것은 아니라고 쉽게 간과한다. 하지만 꼭 기억하시라. 이런 점들이 누적되었을 때의 파급효과는 대단히 크다.
오늘날 밤늦은 과외학습에는 무리한 선행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특목고 열풍이 불면서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꼭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선행이 마치 반드시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선행을 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보다 이미 실력이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선행은 무리한 것이고, 별 효과도 없으며,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이다.
과거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한국교육개발원이 서울시내 초․중․고교의 약 5,000여 명의 학생들과 그들의 학부모 3,5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선행학습 효과에 관한 연구(2002.6)」결과에 따르면, 남보다 빨리 배운다고 해서 결코 앞서 가지 못하며, 진정으로 실력이 뛰어난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대답이 동일하다. 미리 한번 들어두면 학교 수업을 받을 때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1년, 2년 이상의 선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심층 면접이 진행된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는 이런 생각과는 달랐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학생들이 과외나 선행학습을 통하여 공부를 너무 ‘쉽게’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간단한 원리라도 스스로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과외 교사가 정리해 주는 공식이나 요점만을 간단하게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떠먹여주기 식’ 학습은 과외 중독증을 야기하여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공부할 수 없다고 하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심각한 점은 선행을 한 학생들이 정작 중요한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진도를 나갈 때, 한 번 배웠던 내용이니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하며 학습에 임하기보다는 이미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하며 학교수업에 소홀하고 오히려 학원숙제를 하거나 다른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더욱 생각하는 힘(사고력․논리력․창의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그런 시대적 흐름과 요구에 따라 풍부한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수박 겉핥기식 공부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은 갈수록 자리를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물론 일부 영재성이 있는 학생들은 선행이 가능하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선행은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수박 겉핥기식 선행이 아니라 확실히 이해하고 깊이를 다지는 과정을 밟는 선행이라는 점이 다른 것이다.
수학은 계통성의 학문으로 그 기반부터 하나씩 잘 다져나가야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있다. 따라서 적기교육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깊이 있게(심화) 공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어설픈 선행학습은 자칫 모래위에 성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잊지 말자.
효과 없는 선행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 보다는 적기교육을 깊이 있게 하면서 여유있는 시간에는 독서, 체험학습, 취미활동, 운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배려해 주는 것이 어떨까?
공부만하고 놀 줄 모르는 학생은 “똑똑한 바보”이다.
이제 똑똑한 것만으로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아이들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낸 존재임을 기억하고 그러한 가능성을 부모가 제한하지 말고 오히려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돕자.
교육철학을 갖고, 때론 인내심을 발휘해 가면서 말이다.
정나경 원장
Gma개념원리수학 문정장지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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