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기말고사에 대처하는 부모 VS 자녀의 동상이몽
아이 시험에 엄마들이 더 긴장, 갈등 줄이고 즐겁게 공부하기 위한 해법 찾기
초등학교 기말고사를 앞두고 엄마와 아이 사이에 긴장이 흐르고 있다. 아이들은 시험을 앞두고도 천하 태평인데 오히려 엄마들만 조급한 마음에 애를 태우고 있다.
문제집이며 인터넷 강의, 시험 계획과 목표를 분주하게 짜고 있는 엄마들. 언제부터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이 이뤄질 수 있을까 푸념 아닌 푸념을 일삼는 엄마들. 아이들 옆에 끼고 기말고사 승리 작전에 돌입한 엄마들…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 아이와 중간 고사의 설욕을 벗어나려는 엄마와 아이들의 피할 수 없는 한판전쟁. 기말고사를 앞둔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동상이몽과 해법들을 찾아보았다.
Part 1 | 초등 시험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하소연 백태
사례 A : 시험 때만 되면 아이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들
분당구 정자동의 김미정(39)씨는 시험 때가 되면 아이보다 자신이 공부를 더 하게 된다고 말한다. “4학년 아이의 공부를 봐주다 보면 모르 것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문제집 개념정리를 제가 다 외울 정도예요. 수학 같은 경우는 아이가 틀린 문제 풀어주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만들어 풀려주다 보니 학교 때 잘 못했던 수학공부가 새삼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생각 같아선 제가 시험 보면 올백을 맞을 수 있을 것처럼 저만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가하면 용인 보정동의 오진숙(38)씨는 시험 때 만 되면 집이 문제풀이 공장처럼 느껴진다고 하소연한다. “아이가 문제집 풀면 옆에서 채점해주고, 틀린 문제 풀면 다시 오답노트에 붙여 주고 인터넷에서 시험문제 출력해 과목별로 정리해 올려놓고 또다시 풀게 하고 채점 하고…시험 준비 기간 동안은 거의 밥도 시켜먹고 아이와 앉아서 그러고 있으면 이게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반복이죠.”
분당구 구미동에 사는 박현미(37)씨는 이번 기말 고사 때 딸아이의 공부 고삐를 바짝 당길 요량이다. “고 학년이다 보니 시험성적에 좀 연연해지게 돼요. 안 그래야지 하지만 엄마 마음이 또 그렇지 않더라구요. 요즘 잘하는 아이는 거의 만점 입니다. 제가 학원역할을 대신해서 이끌다보니 아이 성적이 제 성적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중간고사 때 성적이 시원치 않았으니 이번 기말고사엔 더 바짝 시켜야겠죠.”
사례 B: 도대체 ‘자기주도학습’은 언제쯤 되는 거야
그런가하면 용인 죽전동의 김연정(39)씨는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공부 방법을 몰라 옆에 끼고 가르쳤다지만 이제 5학년인데 아직도 시험 때가 되면 뭘 해야 할 지 몰라 눈만 깜박이는 아들을 보면 솔직히 울아 통이 치밀어 오르죠. 답답한 마음에 문제집부터 사오고 시험 계획표 짜고 하루 공부 분량을 정해 주면 마지못해 그건 따라옵니다. 아이가 할 때 까지 내버려 두기도 불안하고 그러면 정말 아예 시험공부에 손도 안 대려고 하니, 또 제가 개입하고 정말 악순환의 반복이에요.”
이런 사정은 분당구 금곡동의 한미애(37)씨도 비슷하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때까지 시험본다 하면 2주일 전부터 공부를 시켜요. 문제집 사다가 풀리고, 틀린 거 교과서 확인시켜주고. 그런데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요. 저도 스스로 공부하게 끔 하고 싶은 엄마 중에 한 사람인데요. 그렇다고 마냥 손 놓을 수도 없고요. 어디까지가 스스로인가요? 다른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데. 시험공부는 제가 시키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점수가 얼마가 나오던지. 스스로 공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스스로 공부시키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공부 많이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엄마가 리드한 공부 계획대로 무난히 잘 따르고 있긴 하지만 수동적인 아이로 자랄까 불안한다는 김선애(38ㆍ용인 마북동)씨도 요즘 같은 고민이다.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시험을 앞두고 아이보고 혼자 계획을 짜서 공부해보라고 했는데 어디까지 개입을 해서 아이의 시험공부를 봐주어야 하나요? 일일이 계획표 짜주고 엄마하고 공부하는 건 아닌 것 같고 혼자 알아서 공부하게 만드는 건 너무 방치인 것 같고 도무지 모르겠네요. 공부하는 기쁨과 성취의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잘 안되네요.”
사례 C : 공부 가르치며 되레 아이와 담쌓는 엄마들
학교 시험 준비를 엄마들이 봐주면서 아이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초등 공부 별거 아니라지만 별거 아닌 공부가 어디 있나요? 다 중ㆍ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거지요. 지금 명문대 내지는 인 서울 하는 길에 앞서 특목고라는 길을 지나야 하거든요. 그 특목고 입시문제가 웬만한 대학 문제보다 어려워요. 특목고 대비는 보통 4학년부터 시작하는데 4학년이 중학 과정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저학년엔 당연 1,2개 틀리는 정도가 보통이 돼야 하는 거구요. 우리 아들 5학년인데 친구가 엑스제곱 어쩌구 써 있는 문제집 푼다고 하는데 어느 부모라고 조급하지 않겠어요. 시험 때만 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괜시리 아이에게 더 채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분당구 수내동 박진영(40)씨의 볼멘 하소연이다.
용인시 상하동의 김양희(41)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꾸준히 문제집 2-3장씩 풀었구요. 시험기간에는 과목당 2권의 문제집도 풀었어요. 문제집의 문제는 한 두 개 틀리고 학교에서 보는 단원평가는 거의 100점 아니면 95점 맞아오고 그래서 중간 고사도 잘 보겠지 기대를 했는데 전 과목이 80점대를 맞아왔어요. 학교 시험이 아무리 어려워도 만점 받는 아이도 있는데, 우리 아이만 왜 이럴까 싶어 좌절 모드였답니다.”
용인시 마북동의 김혜연(38)씨도 시험 때만 되면 아이와 갈등이 심해진다고 토로한다.
“문제지 풀다보면 너무 어처구니없는 문제들을 틀려놔요. 그래서 설명을 해주다 보면 이해를 하는 건지, 어쩐 건지 조금만 유형을 바꿔서 내주면 또 틀리고.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해 자꾸만 아이를 쥐어박게 되죠. 그러면 또 아이는 풀이 죽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한숨만 나오죠.”
사례 제공: 육아 여성포탈 해오름, 미즈내일 학부모 브런치 분당용인학부모.
도움말: 용인 두창분교 방기정 분교장, ‘자녀학습 도와주기’ 부모교육 강사 이지연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Part 2 | 초등 시험에 대처하는 부모 & 자녀의 해법 찾기
Advice 1- 작은 학교, 용인두창분교 방기정 분교장
공부는 마라톤, 초반에 전력 달리기로 힘 빼지 마세요
초등학교 시험에 대한 본질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들이 시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니까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죠.
내 아이가 ‘학습목표를 성취 했는가’ 하는 성취도 수준으로 바라봐야지 다른 아이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성적이 낮은 것은 아닐까, 자꾸 비교하는 것에서 갈등과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에는 학습 목표치를 설정하고 도달했는가 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면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시험문제라는 것이 신뢰도나 타당도가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죠. 학교 시험을 통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아보고 도달하지 못한 과목은 이유와 원인을 찾아 발견 하게 해주는 것. 피드백을 주는 것이 시험의 목표입니다. 공부는 마라톤입니다. 초반에 100m달리기 하듯 전력질주를 해버리면 얼마 안가서 지쳐 버리죠. 마라톤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짧은 시간에 온 힘을 다 빼버리니 정작 공부에 몰입해야 할 중ㆍ고등학교에 가서 공부에 손을 놓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힘겹게 대학에 가서는 아예 공부와 담을 쌓는 경우도 많지요.
초등학교 시절엔 육체적으로 움직이고 땀을 빼야 두되가 발달할 시기고 휴식을 주고, 여유를 줄 수록 아이가 똑똑해지고 창의적으로 발전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모든 아이들이 고급 수학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초등학교 시험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기 인생을 설계하도록 많은 경험을 쌓고 느끼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Advice 2- ‘자녀학습 도와주기’ 부모교육 강사 이지연씨
초등학교 시험은 공부방법을 알아가는 과정
초등학교 시험에 아이보다 엄마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계획과 목표는 엄마가 세우고 실천은 아이가 하는 것에 있습니다. 시험에 대한 목표치를 부모가 갖고 있으니 아이가 그것에 따라주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초등학교 수준에서의 시험이란 자신의 목표치나 방향을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려는 훈련의 과정으로 앞으로의 무수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초기 연습과정입니다. 문제는 너무나 결과와 성적만을 문제 삼는 것에 있다는 것이죠. 시험에 대한 계획을 아이가 세우도록 하고 그것에 맞춰 아이가 노력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느 정도 달성할 것인지를 아이 스스로 정하고 그 과정에 힘을 보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요.
예를 들어 지난 중간고사 수학과목에서 60점을 맞았던 아이가 기말고사에서 70점을 목표로 삼았다면 또 노력을 통해 점수가 올랐다면 칭찬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성공 경험이 아이에게 하려는 의지를 만들어 줄 겁니다. 60점 받은 아이에게 90점을 요구하는 것은 횡포와도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험은 아이가 자기의 학습계획을 세워서 스스로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점수와 상관없이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뭐가 문제였을까, 어떤 점에서 공부가 부족했을까, 제대로 된 목표치를 설정했는가 등의 과정을 점검해 보고 그것을 고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시험이라는 과정이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죠. 아이에게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아이가 시험을 통해 한층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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