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에게 오래 묵을수록 그윽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내는 차로 잘 알려진 푸얼차(보이차)의 이름은 푸얼(보이 普?)이란 차 집산지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마치 우리 지역의 금산이 인삼 농사를 많이 짓기는 하지만 주변 인삼의 집산지이기 때문에 ‘금산 인삼’이란 명사가 생겨나듯 푸얼은 푸얼차의 생산지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교통 중심지로 주변에서 생산되는 푸얼차의 집산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푸얼시는 과거의 푸얼이 아니라 원래 지명이 ‘스마오(思茅)’란 곳이었는데 푸얼차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자 최근 도시 이름을 아예 푸얼로 바꾸어 버렸다. 푸얼이란 지명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지명을 ‘스마오’가 가져다 쓸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알아보니 바로 이곳이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에서 윈난성의 남쪽 끝 도시인 징홍으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길목으로, 원래의 푸얼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인구가 더 많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란다. 상업화된 지금의 푸얼시보다는 옛 푸얼에 가야 천여 년 동안 푸얼차의 집산지로, 또 차마고도의 중심 도시로 이름 높던 옛 차의 흔적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옛 푸얼을 찾아 나섰다. 옛 푸얼은 이미 푸얼이란 이름을 스마오시에 넘겨주고 닝얼(寧?)이란 새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식으로 지어진 스마오(현 푸얼)의 새 터미널엔 옛 푸얼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묻고 물어 구도심권 한쪽 구석에 위치한 옛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옛 푸얼로 가는 버스는 16인승 소형 마이크로버스로 우리네 봉고차보다 좀 큰 수준이다. 남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작고 낡은 버스 지붕엔 짐을 얹을 수 있는 선반이 있고 대나무 바구니로 짠 닭장과 야채 바구니가 얹혀있다. 출발시간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승객이 다 채워지면 출발한다. 큰 짐을 가진 사람이 차내로 큰 짐을 들고 오거나 아이를 데리고 타면서 소위 ‘동반 표’란 걸 끊지 않으면 운전수와 검표원의 따가운 질책을 받는다. 이 작은 버스는 공간이 돈인 셈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작은 실내는 사람 앉을 자리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보따리 외에는 한 틈의 빈 공간도 허락되지 않는다. 실내에서부터 지붕까지 승객과 짐을 꽉꽉 채워 넣고는 빈틈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서야 버스는 정류장을 나선다. 출발하자마자 차내는 온통 담배 연기로 가득 찬다. 차와 담배의 고장 윈난에선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당연시 된다. 많은 승객들이 연달아 담배를 물어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터덜터덜 시골길을 달린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한 옛 푸얼(닝얼)은 윈난 차 집산지의 옛 명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차 생산 공장과 차 도매상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두들 ‘차 농장 직영 상점’이란 간판을 달고 있다. 버스 정류장 가까이에는 차 거리가 조성되어있고 현대적 조형물도 서있다. 조형물은 등에 차 망태를 지고 차마고도를 가던 말의 옛 모습과 위난성에서 푸얼차의 전통을 이어온 소수민족의 모습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별다른 감흥을 자아내지 못한다. 고풍스런 옛 모습을 기대했건만 너무나도 현대적 감각으로 단장된 공원과 조형물에 허탈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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