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 최희경, 배금주씨
“우리 삶이 다 똑같다는 걸 깨달아요”
결혼이민여성의 가정 내 ‘국제관계’ 중재하는 ‘최전방 민간사절’ 역할
다문화가정 한국어방문교육지도사 최희경(44)씨와 다문화아동 양육지도사 배금주(38)씨를 안산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얼굴은 닮지 않았지만 밝고 선한 인상과 친절한 마음이 꼭 닮았다.
최희경씨는 다문화가정 한국어방문교육을 한지 2년째. 결혼 전 출판사에서 편집·교정일을 하다가 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산 그는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다. 2008년 안산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다문화가정 한국어 보조강사양성과정 교육을 수료한 후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다니며 한국어지도를 하고 있다. 결혼한 지 3년 미만인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주 2회씩 지도한다. 한국어지도사라고 단순히 한국어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처음 한국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한국적응을 전반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이다.
“결혼이민여성은 처음엔 낯선 나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을 열게 하고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예요. 한국에 와서 가족 친척 외에 만난 사람이 우리가 처음이라는 여성들이 많아요. 대개 처음만나는 사람을 통해 그 나라의 이미지를 형성한다니까 우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돼요.”
배금주씨는 다문화아동 양육지도사 일을 3년째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배씨의 특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인데 다문화가정 양육지도사는 ‘필요한 정보와 적절한 서비스’를 서로 연결해줘야 할 일이 많다.
다문화아동 양육지도사는 결혼 후 3년 이상 된 가정이 대상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1시간은 엄마를, 1 시간은 아이를 지도한다.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지도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만들고, 책을 챙기며 양손에 가방을 들고 다닌 지 3년째, 양육지도사 하면서 양팔이 더 굵어졌단다.
“시어머니가 있는 가정은 고부관계 갈등까지 있어요. 일상생활에서도 문화적 차이 때문에 부딪치는 일이 많아 한국인 시어머니도, 외국인 며느리도 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죠. 남편의 태도에 따라 문제가 더 커지기도 하고요. 양육지도사는 양육문제 뿐 아니라 대화상대가 되어주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도 조언해요. 한국생활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지도를 하는 거예요.”
결혼이민여성들의 가장 큰 소원이 한국인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웃집과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 여성들이 많다. 그만큼 동남아출신 여성에 대해 한국인들이 쌓는 벽이 높다. 결혼이민여성들이 외롭고 힘든 마음을 토로할 수 있는 상대가 바로 방문지도사들이다. 같은 여성이자 친구, 멘토로서 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돕는 일을 하는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들은 때로 결혼이민여성의 삶을 바꿔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을 만나면서 가족이 더 화목해지고 취업교육을 받으면서 활기차게 살아가는 결혼이민여성들이 많다. 최희경씨와 배금주씨는 다문화가정을 돕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도 크고, 자신들이 얻는 것도 많다고 말한다.
“5개월간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면서 결국 사람의 삶이란 다 같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한국인끼리의 결혼 또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살며 부딪치고 닳아가며 사는 거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우리 생활을 되돌아보며, 나를 재발견하고, 남편을 재발견하게 되죠.”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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