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사람들 - 일본어 동화 읽어주는 ‘호타 기쿠에’ 씨

“호기심 어린 아이들 얼굴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책과 만나는 동심의 세계에서 ‘언어’는 장벽이 아니다!

지역내일 2010-07-04


퇴계주공아파트 6단지에 자리잡은 앞짱 도서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면 낯선 인사소리가 들려온다. “곤니찌와~” “곤니찌와~” 인사와 함께 하나 둘씩 앞으로 모여드는 아이들. 똘망똘망 호기심 어린 눈망울들이 일본어 동화책으로 집중된다. 너무나 재밌게 일본어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활동가는 호타 기쿠에(45)씨. 아이들의 동심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


기쿠에 선생님~ 책, 읽어주세요!!!


기쿠에씨의 오늘의 책은 ‘흰곰돌이의 핫케이크’. 흰곰돌이가 핫케이크 만드는 과정을 그림과 함께 재밌게 표현한 일본그림책이다. 기쿠에씨가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앞으로 모여든다. 너무나 맛깔스럽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에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은 책을 떠나지 못한다. 혹시 전문적으로 동화구연을 배운 것은 아닐까? 하지만 평소 집에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전부라는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엄마”라며 수줍어했다.
일본어로 읽어주는 동화를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이해할까? 하지만 그런 궁금증도 잠시, 기쿠에씨의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이 끊이질 않는다. 매주 이 시간을 기다린다는 아이들은 “그림도 있고 선생님이 한국말로 설명도 해줘서 너무 재밌어요” “일본말은 모르지만 신기하게 무슨 내용인지 다 알게 되요”라며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는 반응.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은 오히려 낯선 언어로 읽어주는 그림책에 더욱 집중하는 듯 했다.


 언어는 달라도 동심의 세계는 똑같다.


기쿠에씨는 처음 자원활동을 시작하면서 책 선정이 고민이었다. 한국 어린이들 정서와 일본 어린이들 정서가 다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언어는 달라도 동심의 세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라가 다르다고 언어가 다르다고 아이들의 마음이 다른 것은 아니더라구요”라며 일본에서 인기 있는 책들은 비록 책이 두껍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한국 아이들 역시 좋아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은 일본 책들을 그녀는 어떻게 구할까? 그녀가 갖고 있는 일본책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친정어머니가 일본에서 직접 보내주신 것들이다. 일본 유치원에서 읽는 책들 중에서 손녀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른 책. 기쿠에씨는 “보내 주신 책을 손녀들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의 아이들도 보고 있다고 하니 더 기뻐하셨다”면서 책 한 권 한 권에 정성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듯 했다. 


한국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쁘다.    


한국에 온지 12년째라는 호타 기쿠에씨는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세 딸을 둔 어머니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집 근처에 있던 ‘꾸러기 도서관’은 그녀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지난해 ‘꾸러기 도서관’ 관장님의 권유로 일본어 동화책 읽어주는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된 기쿠에씨는 “처음에는 너무 떨렸어요. 잘할 수 있을까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주더라구요. 그래서 용기를 얻었다”며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을 만날 때가 행복하다고 했다. 또, “저와 같은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사회적 관심도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란 힘든 것 같다”며 오히려 이런 기회를 갖게 해준 ‘작은도서관’이 고맙다는 말도 남겼다. 


문의전화 앞짱도서관 253-1592 꾸러기도서관 242-6112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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