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창의사고력 강화 위해 지필고사·수행평가에 출제 … 시험 체감난이도 높아져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은 지난달 제3차 교육개혁 대책회의에서 ‘창의·인성 교육 강화 방안’으로 서술·논술형 시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신 평가 방식을 바꾼다는 정책을 밝혔다. 주요 골자는 주관식 문제를 단답형 중심에서 서술·논술형으로 30%까지 확대한다는 것. 이를 반영,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중간고사부터 서술·논술형 문제 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학교마다 2005년부터 이미 시행해왔던 터라 큰 논란은 없었으나 문제 출제유형에 변화가 있었다는 평이었다. 광주시교육청도 2007년부터 ‘빛고을 학력신장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지필고사와 수행평가 등을 통해 서술·논술형 문제를 출제하도록 권장해왔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이를 시행하고 있는 반면, 중학교에서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학교도 있었다. 수능을 대비, 글쓰기가 본격적으로 내신평가에 반영되는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문제당 점수 비중도 높아 서술형 문제를 간과해서는 내신관리가 어려워진 셈이다.
암기식 학습 문제점 많았다
교과부의 이번 발표는 암기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사고력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해 내신평가 방식을 바꾼다는 게 핵심 요지다. 교과부 이주호 차관은 “과도한 학습 분량과 암기에 따른 문제풀이식 학습이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다”며 “창의교육을 활성화하고 인성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술·논술형 문제 확대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시전형에 따라 교육 틀이 달라진다. 입시 평가가 주요과목에 편중돼 있어 자칫 언어·외국어·수리 영역 중심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며 “대학이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유도하도록 전형을 바꿔야 온전한 창의사고력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술·논술형 문제가 확대되면 문제 유형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데 애로가 많다는 것. 서술형이다 보니 명확한 채점 기준이 애매해 객관적 평가에 대한 시비가 일 소지도 다분하다.
숭일고등학교 박성근 교사는 “고등학교 내신은 수능과 직결돼 민감하기 때문에 서술형 답변에 대한 평가기준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변 소지가 있다. 그러므로 평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채점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술·논술형 문제 첫 시행 결과,
“평균점수 낮아졌다”
도리어 창의사고력 발달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점수를 주기 위해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주제 선정에 있어 채점에 별 무리가 없는 소극적인 문제 중심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는 것. 올해 중간고사부터 서술형 문제를 처음 출제한 문성중학교 나인한 교사는 “처음 다루는 문제 유형이다 보니 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민원을 고려해 문제 선정 기준을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교과부의 정확한 안내지침이 없는 한 정책 의도와는 달리 학생들의 창의사고력 발달에 제한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문성중의 중간고사 결과는 전체적으로 평균 점수가 낮아졌다. 서술형 문제에 대한 미숙한 실정으로 높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지필고사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는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학교도 있다. 몇 해 전부터 서술형 문제에 접근한 고려고는 문제유형, 채점 기준 등을 학생들에게 사전에 제시한 후 수업 시간을 통해 서술형 문제를 테스트하고 있다. 영어는 수능을 대비, 교과서 이외의 지문을 독해하고 요약 정리하는 영작문제도 출제하고 있다. 고려고 한 교사는 “사전에 고지하고 시험을 보기 때문에 난이도 있는 문제를 출제해 변별력을 높이고 있다”며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상향평준화 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하고 있어 교과서 이외의 영작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만한 지침서 없어,
자주 써보는 것이 최선
서술·논술형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술·논술형 문제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필요하다. 창의적 문제해결능력과 지식의 통합적 활용 능력을 높이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교과서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대충 알아서는 글로 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숭일고 박성근 교사는 “학교 내신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문제를 출제한다. 교과서만한 지침서가 없기 때문에 단원별로 개념과 용어를 확실히 숙지한 후 탐구활동과 심화학습 과정의 서술형 문제를 꼼꼼히 다루면 서술·눈술형 문제 대비에 충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쓰는 작업은 하루 이틀에 완성되기 어렵다. 특히 논술형의 문제는 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가 요구하는 답변에 자기 생각을 가미해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훈련이 필요하다. 해답은 바로 ‘독서’에 있다. 간혹 신문이나 사설에 의존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다양한 통합 지식이 없이는 글 쓰는데 한계가 뒤따른다는 것. L&C국어논술 김방울 원장은 “다양한 장르의 독서활동을 통해 내용을 요약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훈련이 준비돼야 서술·논술형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얘기했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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