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시민’은 투표로 말한다

‘유쾌한 지방선거’ 만드는 유권자운동 … ‘선거혁명’으로 이어질까

지역내일 2010-06-01
“동건아, 아무리 바빠도 이번에는 꼭 투표하자! 일당독주, 이건 좀 아니잖아?”
5월 31일 낮 서울광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휴대전화 문자 보내는 방법을 설명한다.
“우선 문자를 보낼 대상을 결정합니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평소 문자 보내던 것처럼 투표 참여를 호소합니다.”
지반선거 70일 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 정책 평가, 좋은 정책 제안 등을 해왔던 ‘2010 유권자 희망연대’가 이날부터는 ‘투표참여 희망문자 보내기 1+10’을 시작했다.

◆커피 마시며 정치수다 = 6·2 지방선거에서 ‘표로 말하라’고 독려하는 유권자들 목소리가 높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종교·대학생단체 등 자발적 유권자운동이 다채롭다.
올해 유권자운동에는 유쾌함이 있다. 선거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 단순 투표참여 독려나 낙천·낙선운동 등 지금까지의 유권자운동에서 한 걸음 나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동기부여를 우선한다.
가장 대중적인 형태는 ‘커피당’ ‘막걸리당’. 미국의 진보성향 유권자 모임인 ‘커피파티’(coffee party)에서 착안했다. 커피를 마시며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지역 일꾼이 되겠다고 자처한 후보자와 그 공약에 대한 ‘정치 수다’를 나눈다. 16개 시도별로 또 그 안에서 시군구별로 가지를 쳐 당을 만들고 ‘당수’를 선출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각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단체 대학생·청년단체에서도 ‘수다 떨고 기도하고 투표하기’ ‘커피미팅’ ‘캠퍼스 커피파티’ 등으로 변용도 한다.
정당 후보 정책 알아보기, 좋은 후보 지지 지원하기,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등을 이야기하고 사진과 후기 등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한다. 수다의 가장 큰 수확은 ‘내가 투표에 참여하는 이유’를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믹스커피디’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은 “결혼하기 위해 투표를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하기도 겁나는 험한 세상, 선거를 제대로 치르면 좀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누리꾼 ‘티트리’는 “정치인들에게서 개그를 되찾아 코미디언에게 돌려주기 위해 투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투표녀’ ‘똥침녀’ … ‘개념찬’ 청년층 = 유쾌한 변화는 젊은이들이 물꼬를 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롭게 안아주기’(free hug)를 투표와 연결시킨 ‘인사동 투표녀’가 대표적. ‘여우고기’라는 트위터 이름을 가진 김지숙(27)씨가 ‘투표 참여를 약속하면 인사동에서 자유롭게 안아주기를 하겠다’고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똥침을 놓겠다’는 ‘똥침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1000일 1인 시위 등 자발적 활동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개념 없는’이들에 반대되는 ‘개념녀’ ‘개념남’이 등장했고 젊은이들의 ‘개념찬’ 활동도 이어졌다.
청년모임인 서울KYC는 대학생과 직장인 등이 선거와 투표에 관심을 키울 수 있도록 ‘개념시민 아카데미’를 열었다. 5월 한달간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과 후보 고르는 기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우미정 사무국장은 “대학생부터 60대 동네주민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는데 ‘판단의 근거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쉽고 가까운 정치’를 지향하는 ‘20대당’ ‘대학생유권자연대’도 꾸려졌다. 이들은 20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거리 홍보, 청년층이 원하는 공약 제안, 서울시장·경기지사 공개채용 등 젊은이들 눈높이에 맞춘 유권자운동을 펼쳤다. 김성환 20대당 대표는 “20대 스스로가 ‘왜 투표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표율이야” =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유권자 59.5%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50% 안팎으로 지난 지방선거(51.6%)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거 하루 전, 그래서 ‘참여’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비효과 아시죠? 한통의 문자가 선거 혁명을 부릅니다.” “개념 있는 내가 말한다. 강의가 끝났으니 투표하러 갈 시간이다.” “바보야, 문제는 투표율이야.”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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