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노후에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해 자식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부모들은 한없이 작아지기 마련.
2008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평균 80세. 100세 시대가 눈앞이다. 이에 행복한 노년을 위해 노후생활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나 실태는 그리 썩 좋지 못하다. 통계청은 ''사회통계 조사결과'' 자료를 통해 "전국 3만3000 표본 가구원을 조사한 결과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못한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중 38.2%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는 사람도 국민연금이나 공적연금, 퇴직금의 의존도가 47.5%다. 결국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14.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노후 준비는 부부 협력이 중요
해운대에 살고 있는 강미경(가명, 40세) 씨는 회사원인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다. 평범한 주부인 강 씨가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는 철저한 재무 설계 아래 노후 준비를 충실히 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 씨 남편의 연봉은 5800만 원 정도. 이 중 남편 명의로 연금 펀드에 25만원, 비과세 변액유니버설보험에 30만원이 매달 들어간다. 보통 아내가 더 오래 살기 때문에 강 씨 명의로 변액유니버설보험 100만원을 따로 넣는다. 이는 노후 자금 활용과 동시에 자녀 결혼에도 쓸 예정. 꽤 큰 금액이라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납입중지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장기마련저축펀드에 월10만원, 여가 생활을 위한 적금 50만원이 추가된다.
“제가 특별히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두면 노후가 편하잖아요? 살림이 빠듯하게 돌아가도 미래를 생각하면 든든해요”라고 했다. 이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못하고 있더라고요. 대부분 교육비와 집 대출금 때문이죠. 노후 걱정은 하지만 당장 닥친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노후 설계에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는 필수예요. 아내가 아껴서 마련한 목돈을 잘못된 투자로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거든요”라며 모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 부부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노후 대책은 개인연금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은 국민연금(기초 보장), 퇴직연금(평균 보장), 개인연금(여유 보장)의 3층 보장 시스템이다. 이 중 개인연금은 강제성이 없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개인연금 가입자에게 1년에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 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대신 중도해약을 하거나 연금개시 후에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금을 수령할 시 중과세(해지환급금 또는 일시금의 22%, 주민세 포함)가 이루어진다. 연금을 받을 때에도 연금수령액의 5.5%를 과세한다. 또 일반 연금 상품에 주어지는 10년 비과세혜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적격연금‘이라고도 한다.
개인연금은 크게 연금저축신탁(은행 가입)과 연금저축펀드(증권사), 연금저축보험(보험사)으로 나뉜다. 각각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연금저축신탁은 은행상품이라 사업비 공제가 없어 초기 환급율이 높고, 가입 초기에 해지해도 세금을 제외하면 손해가 거의 없다. 그러나 금리 때문에 다소 낮은 이율을 적용하므로, 장기유지 시에 환급율이나 연금수령액이 적을 가능성이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므로 실적이 좋을 시에는 높은 수익률을, 반대의 경우에는 원금손실이 있다.
마지막으로 연금보험은 보험 상품이라 납입 보험료 중 일부를 일정기간 동안 사업비로 공제하기 때문에 초기에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는 원금보다 낮은 수준의 해지환급금을 수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보다 높은 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 시에는 연금저축신탁보다 높은 수준의 환급율 또는 연금수령액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급여제도 의무화로 빠르게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수령하거나 노후에 연금으로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의 선택이 가능한 퇴직급여 제도다.
기존 퇴직금은 회사 자체적으로 사내에 적립했기 때문에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을 떼일 위험이 있다. 반면 퇴직연금은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정기적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도 안정적인 지급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크게 운용 및 지급 방식에 따라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개인퇴직계좌(IRA)로 나뉜다.
DB형과 DC형의 공통점은 10년 이상 가입 후 55세 이상 퇴직연금을 수령한다는 점이다. 대신 DB형은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반면 DC형은 근로자 개인이 운용 책임을 진다.
통상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크면 DB형이,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작으면 DC형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DB형은 안정적인 대기업 근로자에게 적합하고, DC형은 직장 이동이 잦고 퇴직금 지급 능력이 다소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퇴직계좌(IRA)는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이나 퇴직연금 일시금을 본인 명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55세 이후 매달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것으로, 세금이 안 붙어 세제상으로도 유리하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 건강부터 챙기자
연금은 종류도 다양하고 용어도 낯설어 지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의 노후 대책은 어느 누구도 대신 준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년에 다달이 필요한 금액은 지금 가치로 대략 150~200만원 정도. 국민연금과 퇴직금 등으로 어느 정도 수령할 수 있는지 계산해본 후 부족한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준비하는 계획을 세워 보자. 노년에는 자식보다 따박따박 다달이 돈이 나오는 연금이 효자다.
이러한 경제적 준비 이외에도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자식들이 본인 앞가림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힘써 활기찬 노후가 되도록 만전을 기하자. 마지막으로 여생을 같이 보낼 배우자와 든든한 친구가 있다면 당신도 편안하고 우아한 노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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