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밖으로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학생들 틈 사이로 유난히 급하게 달려 나가는 학생 몇 명이 보였다. 운동장으로 한걸음에 달려 나가는 학생들을 따라 가보니 텃밭이 나왔다. 봄에 심은 야채와 채소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피며 물을 주고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치악초등학교(최홍규 교장) 교사와 학생들이 ‘사랑의 그루터기’로 모여 일군 텃밭이다.
●사제동행 멘토링 ‘사랑의 그루터기’
치악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특히 사제동행 멘토링으로 ‘사랑의 그루터기’를 결성했다.
최홍규 교장은 “‘사랑의 그루터기’는 교사가 멘티가 되어 고민이나 상담을 해줄 뿐만 아니라 한사람 한 사람의 가정형편까지 살펴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 등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라고 한다. 또한 문화체험, 역사체험 등 평소 형편상 체험할 기회가 없던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송이(28·단구동) 치악초등학교 지역사회교육전문가(‘사랑의 그루터기’ 담당자)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 사업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복지 영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이번 ‘사랑의 그루터기’는 9명의 교사들과 19명의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진행됩니다”라고 한다.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 가질 수 있어
‘사랑의 그루터기’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민수연(5학년 담임) 교사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매일 교과서만을 가르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사랑의 그루터기’를 모집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라며 “평소 담임을 맡아도 가정형편이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기 때문에 일일이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과 친밀해 질 수 있고 아이들도 교실 내에서와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한다.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 있던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평소 엄하기만 하던 선생님에게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고 어리광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4학년 박소연 학생은 “역사체험으로 강릉 경포대와 오죽헌을 방문했는데 해설가의 설명이 잊히지 않아요. 교과서로 배웠다면 금세 잊어버렸을 텐데 계속 생각이 났어요. 특히 담임선생님과 나만의 시간을 따로 가질 수 있어 좋았어요. 내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체험을 통해 새롭게 보게 됐어요”라고 한다.
●내손으로 심은 야채와 채소에 마음을 담아
‘사랑의 그루터기’는 교사와 학생이 직접 고추, 상추, 토마토 등 야채와 채소를 심어 수시로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이렇게 길러진 야채와 채소를 가지고 김장과 ‘음식 만들기’ 시간을 가질 계획이며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진경(4학년 담임) 교사는 “아이들과 야채와 채소를 키우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달려 나와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것을 보고 관심과 사랑의 중요성을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우죠.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내 개인 시간을 들여야 해도 뿌듯하기만 합니다”라고 한다.
윤준우(5학년) 학생은 “처음엔 내손으로 심은 야채와 채소만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학교 교단에 있는 모든 나무와 풀에게 관심이 가요. 얼마 전에는 우리 교단에 더덕이 자란다는 것을 알고 신기해 선생님에게 달려가 알려드렸더니 몰랐다며 반가워했어요. ‘사랑의 그루터기’를 통해 천덕꾸러기였던 내 자신이 새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한다.
치악초등학교 사제동행 멘토링 ‘사랑의 그루터기’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을 대할 때 관심과 사랑을 갖고 살피게 되었고 학생은 교사에 대한 믿음이 자라게 됐다.
신효재 리포터 hoyja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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