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소중함

지역내일 2010-06-24

 
김&박 교정치과
박창진 원장


얼마 전 60대의 부부가 병원에 오셨다. 잇몸질환이나 틀니문제 때문에 오셨으리라 생각하고 가까운 치과로 소개해드리려고 하였는데 교정치료 때문에 오셨다고 한다. (저는 교정진료만 하기에 교정치료 외 다른 치과치료가 필요하신 분은 상담 후 가까운 치과로 소개해드리고 있다.)
아래 앞니가 벌어져 치과에 가셨더니 치아를 깎고 좀 크게 만들어 씌우면 단기간에 해결되리라는 상담을 받았노라고 하신다. 몇 가지 기본적인 검사를 한 후 상담실에 앉아 여러 가지 가능한 치료 방법과 각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말씀 드린 후 나 역시 비슷한 말씀을 드렸다.
“제가 교정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교정치료는 시간도 제법 걸리고 하니 이를 해 넣으시는 방법은 어떨까요?”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치아를 깎는 것이 너무나 싫어 이 나이(?)에도 교정이 가능한지 문의하러 오셨다는 것이다. 자세한 상담을 마치고 교정치료를 받기로 하고 돌아서시는 뒷모습을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교정치료를 받으실 정도로 치아나 잇몸의 상태가 건강하게 유지하시다니 관리를 참 잘 하셨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자기 치아를 저렇게 소중히 생각하시니 당연한 결과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교정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치아를 빼거나 깎아낸 후 인공치아를 해 넣어서 가지런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는다. 특히 20대의 젊은이들이 그런 문의를 많이 한다.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대로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아무리 잘 만들어도 부모님께서 주신 내 치아만한 것은 없지 않을까요?”
현재 문제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또 고민해보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적합한 치료의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바로 진단이다. 단지 결과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든가 각 방법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한다면 그 것은 진정한 의료의 모습이 아니지 않을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얻은 결과는 오래 지속되며 그 결과 또한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겉모양만 우선 만들려는 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를 낳는다. 예순이 넘으신 교정 환자분의 뒷모습에서 결과론적인 겉모습만을 중시하는 사람들과 초스피드 문화에 대한 소리 없는 질책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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