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안내도 도맡아 ‘인기짱’
외국에서 겪는 많은 일 중 가장 고달픈 일이 몸이 아플 때가 아닐까. 외로움이 사무친다고한다. 거제백병원에 외국인환자의 아픈 곳을 ‘통역’해주고 마음의 적적함까지 채워주는 사람이 있다해서 만나봤다. 거제백병원 접수대 맞은편 ‘안내’에 미소를 머금고 서있는 왕향미 씨가 오늘의 주인공. 자연스럽게 내비쳐지는 친절한 미소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왕향미 씨가 외국인 환자를 돕기 시작한 건 3년 전. 병원에서 외국인 이용객의 불편을 덜고자 ‘통역’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외국 거주경험이 있는 향미 씨가 적임자로 낙점됐다한다. “저도 미국에서 아팠을 때 너무 당황했어요. 그때 기억을 살려 외국인에게 친절히 안내하려 노력하죠” 그래서 안내데스크, 병동, 진료과, 입퇴원수속 등 외국인 환자가 향미 씨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동행한단다.
병원을 종횡무진 누비면 항상 바쁠 것 같다하자 오전에 봉사자 분들이 와서 도와주기 때문에 괜찮다며 월급 받으면서 좋은 일도 하고 별도 공간까지 마련해주니 너무 기쁘다 겸양의 미덕을 보인다. 의학용어를 통역해야 되니 어려움이 많겠다묻자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문의학용어를 써야 할 땐 진료과장부터 원무과장까지 총동원 돼 왕 씨를 도와준다한다.
대장내시경 검사에 동실하기도
여러 나라사람을 접하니 재미있는 일도 많겠다하자 한번은 외국인환자가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의사소통을 위해 검사실까지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대장내시경 검사는 자세와 환자복이 특이하기 때문에 민망했다며 웃지못할 추억을 회상한다. 또 병원에 입원 후 퇴원한 외국인환자가 고국으로 돌아가 병동에 있을 때 찾아와 ‘말벗’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단다.
왕향미 씨의 안내데스크엔 접수용지, 시내버스 시간표도 구비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접수에 어려움을 겪는 할머니, 진료실을 못찾는 할아버지, 부축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향미 씨의 도움을 받을 일이 많다. 그러니 어르신들은 백병원에 오시면 향미 시부터 찾으신단다. 복도에서 우연히 향미 씨와 마주치면 반가워 두 손을 부여잡고 안부를 묻곤 하신단다.
인터뷰 중 전화가 왔다. 몸이 아픈 어떤 이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리라. 전화를 받는 폼이 불편해 보인다.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전화기 쪽으로 바짝 기울였다. 후에 물어보니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서란다. 향미 씨의 마음씀씀이를 상대편도 느꼈으리라.
외국인환자와 어르신들이 몸이 아파 병원에 왔다가 완쾌 돼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왕향미 씨. 향미 씨가 베푼 약간의 친절이 몸이 아픈 사람의 마음에 온기가 될 것이다.
김경옥 리포터 oxygen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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