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팔아 새집 짓겠다’던 대전 동구의 ‘신청사 건립 사업’이 중단됐다. 예산이 바닥난 탓이다. 2008년 10월 첫 삽을 뜬 지 1년 7개월여 만이다. 이미 공정이 48% 수준까지 진행돼 공사 강행도 중단도 할 수 없는 ‘진퇴양란’에 빠졌다.
동구청사 신축 사업은 2007년 가오동에 후보지를 확정, 2008년 10월 21일 기공식을 가졌다. 계룡건설컨소시엄이 시공하고 있다. 연면적 3만5748㎡에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로 건설 중이다. 구청과 구의회, 보건소, 도서관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사금액은 707억원. 부지매입비를 뺀 공사비만 547억원이다. 현재 3차 계약 분(공사금액 250억원)까지 공사가 마무리됐다. 전체 공사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추가로 29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연차 공사여서 예정대로라면 동구청은 지난 4월 안에 계룡컨소시엄과 4차분 계약을 맺었어야 했다. 하지만 재원이 바닥나는 바람에 계약하지 못했다. 골조는 모두 올라갔지만 내부 공조와 전기 시설 등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재원으로 직원 급여 등 경상비 부담도 못하는 기초자치단체가 부지매입비를 포함한 707억원이 넘는 청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청사 건립은 현 이장우 청장 부임과 함께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당초 동구는 현 청사와 잡종 재산 등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신청사 건립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100억원을 상회하는 현 청사는 매각이 요원한 실정이다.
대전시가 2008년 말 동구와 주차타워 건립 협약을 맺으면서 현 청사 매입을 약속했다. 원도심 활성화라는 공동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시 역시 재정상황이 녹록치 않아 아직까지 청사 매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의 현 청사 매입이 곤란할 경우 동구는 재원을 마련할 곳이 현재로서는 없다.
끌어 쓸 수 있는 지방채 발행도 어렵다. 이미 16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탓에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17억원 가량을 갚아야 한다. 추가 지방채 발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와 한현택 동구청장 당선자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가 달려있다.
한현택 당선자는 “업무보고를 받아보니 당장 하반기 직원 월급과 기초생활복지비 등 필수경비도 없어 312억원의 빚을 내야 할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구청 자체로 청사 건립비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한 당선자 취임 이후에도 빚 갚느라 자체 사업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당선자는 “현재로서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지를 생각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우선 대전시장, 국회의원 등과 협의해 재원조정교부금과 국·시비를 확보하고 예산을 검토해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히 삭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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