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릴 때 계절을 체감으로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추소리에 와서 작업을 하게 되면 계절의 변화와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도시에선 온갖 소음들이 가득차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데, 추소리에 오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다 보면 자아 정체성 정립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김면유 화가의 말이다. 그는 추소리에 와서 평범 속에 비범이 있다는 생각을 정립하게 되었다고. 그도 처음에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과 같은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추소리를 알게 된 이후로는 넓은 들과 장엄한 산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병풍바위의 기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는 “논어에 60이 되면 듣기만 해도 이치를 다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며 “50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자신을 어디에선가 온 지구 여행자라고 소개하는 김면유 화가는 여행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과의 흔적을 작품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친구들은 바람, 햇살, 구름 등의 변화에 따라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이처럼 항상 변화무쌍한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느낀 찰라의 느낌을 정리하는 작업이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다.
“예술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비빔밥입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잘 비벼서 하나의 맛을 내야 하는 것이 예술이지요. 예술가는 자신만의 매너리즘에 빠져서 자기만의 해법으로 대상을 정리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예술가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큰 바다의 품이 되어서 그 안에서 자기만의 형식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에게 친구는 자연에 살고 있는 온갖 생명체들이다. 앞뜰에서 자라고 있는 뽕나무, 들풀, 풀섶에서 울고 있는 개구리 등 이처럼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친구들이 전해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소중하게 받아 적는다. 그는 사는 방식은 다 달라도 자기만의 생태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연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김면유 화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에로티시즘이다. 그는 대학시절에 우연히 접한 박용래 시인의 시에서 어린아이다움을 느꼈다고. 그때부터 어린아이 마음처럼 되기 위한 해답을 에로티시즘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는 정신적 이데아와 육체적 이데아가 플러스가 돼서 하나의 연을 만드는 것을 애로티시즘이라고 정의한다. 즉 빨간색에 파란색을 끼얹었을 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정신적 이데아와 육체적 이데아가 공존하는 에로티시즘의 경지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든 예술은 자기 삶에서 자기만의 구원이라는 절대적 정의를 자기화하면서 하는 모든 행위라고 덧붙였다. 김면유 화가는 명석고등학교 미술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조용숙 리포터 whdydtnr7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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