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헤어 ‘칼리지’ 미용실 백경미 원장

고객들에게 언제나 진실로 대하는 가위손

지역내일 2010-06-16
미용경력 27년 … 10여 년간 학원·대학·대학원 강단에서 제자 양성에도 힘써
“단골손님에게도 변함없이 초심으로 응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잘 기억해뒀다 고객이 다시 올 때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미용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습니다.” ‘진실은 통한다’는 불변의 법칙을 백경미 원장은 잘 이해하고 있다. 미용 경력 27년째. 이 정도면 베테랑급 가위손이지만 여전히 고객에게 ‘기술’보다는 ‘진실’로 승부하는 미의 전도사다. 법학 전공에서 생계를 위해 미용 기술을 배웠던 것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돼 지금까지 천직으로 알고 있다는 백경미 원장. 지나온 삶 속에는 인생에 대한 열정과 도전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준비된 삶에는 당해낼 재간 없다
백 씨는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무렵. 사회 부조리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법학 공부를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생계가 어려웠던 터라 공부에만 매진할 수 없어 부모의 권유로 미용 기술을 배우게 됐다. “그때는 미용 관련 대학이 없어서 학원에 다니는 것이 미용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열심히 배우다 보니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다. 학원장이 나를 좋게 봐 내게 학원 운영을 맡긴 것이 본격적으로 미용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그렇게 해서 법학 대신 미용직을 천직으로 선택한 것. 하지만 단순한 기술만으로 학원생들을 지도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했다. 백 씨는 더 나은 자격조건이 필요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에는 학문의 길이 열려있지 않은 터라 외국 유학을 고민해야 했다. 백 씨는 “머지않아 국내 대학에도 미용 관련 학부가 생겨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유학 대신 당시 미용업계의 고시 같은 ‘미용 기능장’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용기능장은 자격조건도 까다롭다. 미용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현장에서 8년에서 11년 이상 실무에 종사해야만 주어진 국가 기술 자격시험이었다. 오랜 준비 끝에 1999년 그는 당당하게 미용기능장에 최종 합격했다.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학에 학부가 생기면 학원 강의가 아닌 대학 강단에서 제자를 육성하고 싶은 꿈도 생겼다. 그때 마침 그의 꿈에 날개라도 달아줄 듯 조선대학교대학원에 뷰티디자인 석사과정이 생긴 것이다. 백 씨는 당장 대학원에 진학해 뷰티디자인 1기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실력과 기술이 갖춰지자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대학 강의도 맡았다. 꿈이 실현됐다.
밀레니엄 시대 화려한 데뷔 ‘칼리지’
처음엔 전문대에서 대학, 대학원 등에서 그를 찾는 러브콜이 이어졌다. 여세를 몰아 개인 숍도 마련하게 됐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대학가 상권에 ‘칼리지’란 매장을 오픈한 것. 실내 인테리어도 은색을 주조로 사이버틱하게 꾸몄다. 물론 상권을 고려해 젊은 층을 겨냥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유아부터 중장년층까지 단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의 손길을 원한 것이다. 백 원장은 매장에 있을 때는 오직 고객을 위해, 쉬는 날은 제자를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자신했던 건강에 무리가 오자 한 가지 끈을 놓아야 했다. 그래서 10년의 강단생활을 접고 지금은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신 업무량을 줄였다.
그의 교육 열정은 매장에서도 이어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직원교육도 빠트리지 않는다. “직원들의 발전해야 칼리지도 발전한다. 미용업은 고객과 1:1로 만나기 때문에 전 직원이 직급에 맞게 고객에게 잘 응대했을 때 고객만족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실력은 고객이 평가해주는 것
경력이 많다고 해서 실력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고객에게 인정받을 때 최고의 실력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는 게 백 원장의 마인드. “고객을 대할 때 항상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유행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연령, 직업, 취향, 분위기 등을 고려해 헤어를 디자인해줘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꿈을 위해 달리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 아카데미를 운영해보고 싶은 것. “교육만 받다 현장에 투입되면 많은 인력들이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래서 현장에 근무하는 인력은 10%에 불과하다. 인력 관리가 큰 문제다. 밑에서 받쳐주는 인력이 딸리면 매장을 운영하는 데 애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까지 교육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교육을 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고객의 아름다움을 창출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백 원장은 화려한 프로필만큼이나 아직도 가슴 속에는 뜨거운 열정이 남아있다.

문의: 062-526-5874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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