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승리는 야권단일화에서 시작

“민심에 귀 기울이니 하늘(大義)과 통했다”

지역내일 2010-06-16 (수정 2010-06-16 오전 10:56:41)


 


 


“비록 경기도 선거에서는 실패했지만 손학규 전 대표가 뿌린 땀은 전국에 큰 열매를 맺지 않았습니까”
수원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 모 씨는 민주당이 전국에 녹색지도를 그리는데 경기도 야권단일화가 1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야권 단일화 바람은 전국을 강타하며 민주주의의 묘미를 발휘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6ㆍ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맡아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비록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졌지만 당 안팎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았음을 인정했다.
손 전 대표는 경기도를 비롯한 강원 충청 서울 등 중부권에서 바닥민심을 읽으며 단일화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지원유세장에 몰려든 사람들은 손 전대표가 ‘광야의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삼척 이광재 후보 지지연설에서는 북풍을 남풍으로 바꿨다. 결과는 한나라당 후보 참패로 나타났다. 원주시 정선군 고성군 인제군 홍천군 홍성군 등 안보론 최전방에서 정부와 여당의 북풍 몰이는 통하지 않았다.
야권은 16개 광역선거 중 10곳에서 야4당과 진보신당까지 합친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
이중 야당 단일화를 이룬 인천(송영길) 충북(이시종) 충남(안희정) 강원(이광재) 경남(김두관)의 5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일화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단일화는 지역주의의 벽을 넘었고 수도권에서 여당에게 참패를 안겼다.
수도권의 적지 않은 선거구에서 5~6%포인트 이내의 표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곳에선 범야권단일후보의 위력이 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는 3일 “민주개혁 진영이 힘을 합하면 뭔가 달라진다. 국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만들어가는 실증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의 야권단일화 능력은 이미 지난해 경기도 수원 재보궐선거에서 평가를 받았다.
예비총선으로 불린 경기도 수원 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뤄냈고 결국 승리했다. 그는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민노당 안동섭 후보와 강기갑 대표에 간곡히 호소했고 수원지역 재야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은 ‘당과 국민들에 대한 예의’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분열시킨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손에 마이크를 잡게 했다. 투표일이 다가오자 주문이 쇄도 했다. 경기 서울 강원 충청 등 ... 후보들은 ‘손학규 일병 지원바람’ 무전을 날렸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범야권후보단일화 전술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야권성향 유권자의 표를 끌어올 수 있었다”면서“연합하고 통합하면 2012년에도 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손 전 대표는 풀이 바람속에서도 일어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번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철저한 하방연대를 지향했다.
좀 더 진보적인 역량이 덜 진보적인 역량과 연대하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부문별 정파로 갈라져 있는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단일화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은 ‘원칙과 명분 없는 보따리 정치는 국민에 의해 몰락했다’며 손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는 친노 후보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유세에 나섰다.
헌신과 희생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줬다.
노자는 모으는 것은 ‘민초의 전략전술이며 정치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모인다는 노자의 지론대로 낮은 곳에 서서 민심을 받아냈다.
그 결과 6월2일 평소 그의 지론인 대의통천(大義通天)이 통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민주당, 변화요구 밀려온다
1 “자화자찬 볼썽사납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민주당 몇몇 인사들이 ‘예측한대로 됐다’ ‘민주당의 전략이 옳았다’는 식으로 자화자찬 하는 것은 오만하게 비쳐진다”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대표 스스로도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승리한 것”으로 규정했다.

2 금단의 유혹 물려온다
서울 21곳, 경기 19곳, 인천 7곳 등 수도권 47개 지자체장을 배출하게 됐다. 대선 이후 전국단위 선거 잇단 패배 후 3년 이상의 권력공백기에 따른 논공행상이 벌어질 것을 염려하는 우려가 크다. 한나라당이 석권하다시피 한 지난 4기 수도권 민선지자체 상당수가 각종 인사비리와 이권개입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이번 선거에서 교체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민심은 민주개혁을 표방한 민주당에는 더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3 지방정부 성공에 달렸다
호남-충청-수도권-강원-영남을 아우르는 지방자치 블록을 만들어줬다. 국민은 서민과 중산층의 교육과 복지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생활정치 약속을 지켜볼 것이다.
특히 당내 차세대주자로 일컬어지는 40대 주자들이 책임지는 지자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펼치는 지방자치가 정부여당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4 제1야당다운 정치력 기대
이번 선거결과는 정부여당의 각성과 쇄신을 촉구하는 한편, 야당의 성숙한 정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담겨 있다. 민주당의 물리적 세력부족 현상을 국민이 대신 채워 준 셈이다. 견제능력을 활용, 수권정당의 면모를 요구하는 ‘조건적 지지’의 측면이 강하다.
3일 민주당이 이명박대통령에게 요구한 5대 요구사항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

5 야권통합 비전이 급하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연대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특히 수도권에선 범야권 단일후보 효과가 적지 않았다. 인천, 강원, 경남에선 정책연합을 포함한 ‘연합정치’가 현실적 힘을 발휘했다. 기득권 논란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나마 지방선거에선 연대에 참여한 야당이 주고받을 ‘자리’가 있었으나 총선과 대선은 사정이 다르다. 야권을 대승적으로 아우르는 민주당의 야권통합 구상과 현실화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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